노동계에 막힌 '우클릭'…연금 자동조정장치 '제2의 주52시간'
'국회 승인' 조건 자동조정장치 검토→배제 선회…노동계 반발 의식
이재명 '우클릭' 행보와 엇박자…국힘 "민주당 꽁무니 빼고 있어"
- 한재준 기자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2월 국회에서 국민연금 모수 개혁 완수를 목표로 하는 더불어민주당이 '자동조정장치' 변수에 부딪혔다. 정부·여당이 요구하는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검토했지만 노동계의 거센 반발이 일면서 한발 물러섰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실용주의'와 '중도·보수론'를 띄우면서 정부·여당의 뜻도 적극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노동계가 연관된 현안에서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지도부는 정부·여당이 제안한 국회 승인을 조건으로 하는 자동조정장치 수용을 검토했으나 부작용이 크다는 판단 아래 모수 개혁 논의 과정에서는 이를 배제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자동조정장치는 인구와 경제 상황에 따라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지금은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연금 수령액을 인상하고 있는데 자동조정장치가 도입되면 국민연금 가입자 수와 기대 여명 변화도 반영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저출산·고령화 추세에 따라 연금 수령액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간 여야는 연금개혁과 관련한 입장차를 좁힌 끝에 보험료율을 13%로 인상하는 데는 뜻을 모았는데 소득대체율을 놓고는 평행선을 달렸다. 민주당은 44%, 국민의힘은 42~43%를 고수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여당 측이 지난 20일 열린 국정협의회에서 국회 승인을 조건으로 한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제안했다. 민주당은 자당이 제시한 소득대체율을 받아들인다면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전향적인 입장을 전달했다.
연금개혁 협상의 물꼬가 트이는 듯했으나 노동계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노총은 "연금개혁은 노인빈곤 해소를 위해 추진돼야 한다"며 자동조정장치를 '자동삭감장치'로 규정 "자동삭감장치는 내란을 일으킨 윤석열과 그 세력이 요구하는 것으로 공적연금을 무력화하는 것이다. 개혁이 아닌 개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노동계를 의식한 민주당은 자동조정장치 도입 여부는 구조개혁 논의 때 판단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자동조정장치를) 국회 승인 조건으로 시행한다고 하는 만큼 논의에서 배제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자동조정장치는 구조개혁에서 논의하면 되는 문제다. 이런저런 조건 걸지 말고 모수개혁부터 합의하자"고 국민의힘의 결단을 촉구했다.
모수개혁 과정에서 자동조정장치는 논의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반도체특별법상 주52시간 근로제 예외 적용에 이어 자동조정장치도 노동계 반대에 막혀 입장을 번복한 셈이 됐다.
이 대표는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에 대한 주52시간 예외 조항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입장을 내놨다가 노동계 반발이 일자 근로기준법으로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반도체특별법부터 여야가 합의 처리한 후 추후 논의하자는 것이다.
최근 이 대표가 친기업 행보를 이어가는 동시에 상속세 공제한도 상향 등 정책적인 분야에서도 '우클릭'을 지속하고 있는데 반도체법과 연금개혁에서는 노동계를 의식해 엇박자가 나면서 협상에서 불리한 상황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민주당이 자동조정장치에 대해 꽁무니를 빼고 있다 등의 기사가 오보이기를 바란다"며 "자동조정장치 명확하게 도입하고 소득대체율 유연하게 논의하기를 기대한다"고 압박했다.
민주당이 자동조정장치 수용 의사를 철회하면서 국민연금 모수개혁 여야 협상도 불투명해졌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달 중 본회의 처리를 예고한 상황이어서 야당 단독 처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hanant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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