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실용주의에 DJ·盧·文 철학 회자…비명계도 "정도로 가는 중"

이재명 '중도·보수' 발언 비판 일지만…DJ·文 도 "중도우파" 언급
친명 "실용주의가 민주당 정체성"…'친노' 이광재 "국민 지키는 실용으로 가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20일 오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여야정 국정협의회 첫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5.2.20/뉴스1 ⓒ News1 국회사진취재단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이재명 대표의 '중도·보수' 발언으로 내홍에 휩쌓인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민주 진영을 '중도·우파'로 규정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앞세워 이념 논쟁에 제동을 걸었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실용주의'도 소환됐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1997년 새정치국민회의(현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선 김 전 대통령은 방송3사 초청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진보적 경제관이 후퇴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우리 당은 중도우파 정당"이라며 "자유시장 경제를 지지하기 때문에 우파이고, 서민의 이익을 대변하기 때문에 중도"라고 답했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세계 모든 진보 정당이 이제는 중도를 표방하고 있다"며 "내가 우경화했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도 했다.

김대중평화센터가 12일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생전 모습을 공개했다. 1999년 청와대를 찾은 영국의 이론물리학자 고 스티븐 호킹 박사가 고 김 전 대통령 내외와 면담하고 있다. (김대중평화센터 제공) 2019.6.12/뉴스1

문 전 대통령도 지난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던 당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민주 진영이 진보보다는 보수에 가깝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우리의 특수한 지형에서 새누리당(국민의힘의 전신)과 대비해 진보라는 소리를 듣지만 당의 정체성으로는 그냥 보수 정당"이라며 "미국식 공화당, 민주당을 각각 보수당, 진보당이라고 할 때 우리를 (진보로) 부를지 모르겠지만 유럽식을 기준으로 하면 보수"라고 했다.

또 "우리는 사회민주주의 근처에도 못 갔다. 정의당이나 사회당 이런 데서는 우리를 보고 보수라면서 '사이비 진보'라고 하지 않느냐"고도 털어놨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첫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17.5.25 ⓒ News1 이광호 기자

이밖에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도 지난 2018년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당은 제가 보기에 중도우파 정도 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원래 중도보수였다'는 최근 이 대표의 발언과 궤를 같이한다.

"한가롭게 이념 타령이냐"…비명계도 "이재명 정도 걷고 있다" 옹호

민주당 지도부와 친명(親 이재명)계는 이를 근거로 이 대표의 '중도보수' 발언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김 전 대통령,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소개하며 "중도우파, 중도보수 이런 얘기는 민주당의 역사 안에서 최초로 등장한 용어가 아니고, 민주당의 역사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도 이날 S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대회의실에 가면 김구 선생님과 신익희 선생, 조병옥 박사, 김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전 대통령 사진이 붙어 있다"며 "사실 김구 선생님이나 조병옥, 신익희 선생님들이 진보혁신운동 한 것은 아니다. 당시 진보계열은 조봉암 선생의 혁신계열이 있었는데 다 궤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민주당의 정체성을 얘기한 게 아니라 본인이 생각하는 민주당의 현재 위치가 어떤 것인지, 민주당의 정책과 노선이 어떤 것인지 그에 대한 생각을 밝힌 것으로 저는 개인적으로 이 대표와 비슷한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친명계인 문진석 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비명계를 겨냥 "나라가 위기인데 한가롭게 이념 타령이냐. 이념을 뛰어넘는 실용주의가 바로 민주당의 정체성"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의 정체성은 진보, 보수라는 이념이 아니다. 실제 민주당의 강령, 당헌에는 진보, 보수라는 단어가 한 글자도 없다"며 "김대중, 문재인, 이해찬은 맞고, 이재명은 틀렸냐"고 꼬집었다.

비명계이자 대표적인 친노(親 노무현) 인사인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도 이 대표를 옹호하고 나섰다.

그는 '대통령이 돼 보니 진보 대통령이 진보 정책을 다 할 수가 없고, 보수 대통령이 보수 정책을 다 쓸 수 없다. 결국 중도를 기초로 진보·보수 정책을 가져다 쓰는 길, 결국 중간으로 가더라'라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을 소환, "이 대표는 정도(正道)로 가고 있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좌클릭, 우클릭이라는 틀에 박힌 프레임과 구시대적인 비난을 끝내자"라며 "민주당은 극단과 이념을 극복하는 정당의 길을 가야 한다. 이념이 아니라 국민을 지키는 실용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hanantw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