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에 힘 실어준 문재인…계파 갈등 봉합 계기 주목

문재인, 이재명에 "비판적인 사람도 포용하라"…분열 우려
추경 관련 한발 물러선 이재명 "우리 안 고집할 생각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해 문 전 대통령을 예방, 손을 맞잡고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2025.1.30/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임윤지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나 '통합과 포용'이라는 공감대를 이뤘다. 비명(비이재명)계 인사들이 이재명 일극 체제에 비판 공세를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이 대표가 당내 분위기를 전환하고 갈등을 봉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대표는 이날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 전 대통령을 만났다. 지난해 9월 지도부 선출 이후 약 넉 달 만에 만난 두 사람은 이날 오후 2시부터 1시간 30분가량 차담을 진행했다.

이 대표는 새해 첫날인 1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할 예정이었지만 지난해 12월 29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여파로 일정이 한 차례 미뤄진 바 있다.

당초 정기적인 신년 인사 차원의 예방이었지만, 최근 비상계엄-탄핵 정국이 이어지고 비명계와 친명계 의원들 간 신경전이 펼쳐지면서 이 대표와 문 전 대통령의 만남에 이목이 쏠렸다.

앞서 대표적인 친문(문재인)계 인사인 김 전 지사는 29일 페이스북에서 친명계를 겨냥해 "일극 체제, 정당 사유화라는 아픈 이름을 버릴 수 있도록 당내 정치 문화를 지금부터라도 바꿔나가야 한다"고 했다.

친명계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김민석 수석최고위원은 전날(30일) 설 민심 기자간담회에서 "당의 단결과 통합을 지켜가는 것이 제일 중요한 과제이자 가치"라고 했다.

다만 문 전 대통령과 이 대표 회동에선 김 전 지사의 발언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오히려 문 전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취지의 발언도 나왔다.

이날 회동에서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가 당의 기반을 넓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에서도 이 대표와 당 지도부 의원들이 잘 수습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당내 이 대표에게 비판적인 사람들도 있는데 그런 분들도 포용해야 한다"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 대표는 이러한 말에 크게 공감하면서도 "당이 크고 스펙트럼이 다양해 어렵다"는 취지로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전 대통령이 통합 대상으로 당내를 언급한 데는 친명계와 비명계의 분열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당내 결속을 다지는 동시에 정부와의 관계에서도 한발 물러서는 유연한 태도를 보이며 중도층 등 국민적으로 신뢰를 얻으려는 행보도 보이고 있다.

이 대표는 민생 경기 회복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관련해서 문 전 대통령에게 "우리가 제시한 안을 고집할 생각이 없다"며 "정부가 추경을 빨리 결정해 주면 논의하고 수용할 자세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immun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