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하락에 '반이재명' 집결…민주 '일극체제' 흔든다
"이재명 말고 다양한 길" "신뢰 얻을 수 있나" 등 직격
초일회 간담회 등 결집 시도…30일 文 예방 결과 주목
- 문창석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지난해 총선 이후 숨을 죽였던 더불어민주당 내 비명(비이재명)계 인사들의 목소리가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최근 계엄 및 탄핵 등 유리한 정국에서도 이재명 당대표와 민주당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자 대안 세력으로서의 존재감을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광온 전 민주당 원내대표가 설립한 '링크탱크(Link Tank)' 일곱번째나라LAB은 지난 23일 창립 기념 심포지엄을 열었다. 행사에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비롯해 강병원·고영인·도종환·양기대·윤영찬·이탄희·정춘숙 전 의원 등 비명(비이재명)계 인사들이 대거 집결했다. 현역 중에선 송기헌·김한규 의원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선 이 대표의 '일극체제'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되는 발언이 다수 나왔다. 김 전 지사는 "어느 한 사람이나 어느 한 사고의 독주를 허용하지 않는 다원주의를 지향해야 한다"고 했고, 김동연 경기지사는 영상 축사를 통해 "민주당부터 겸허하게 갖고 있는 기득권을 내려놔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를 겨냥한 비명계 인사들의 발언은 이어지는 추세다. 최근 김두관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권교체로 가는 길은 이재명의 길뿐만 아니라 다양한 길이 있다"고 주장했다. 임종석 전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재명 한 사람만 바라보며 당내 민주주의가 숨을 죽인 지금의 민주당은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나"라고 직격했다.
이 같은 비명계 인사들의 결집은 최근 민주당과 이 대표의 지지율 정체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12·3 계엄 직후 국민의힘에 두 배 이상 앞섰던 민주당 지지율은 최근 국민의힘에 역전당했다. 조기 대선시 당선이 확실해보였던 이 대표는 최근 여론조사에선 여당 후보와의 일 대 일 대결구도에서 오차 범위 내 접전 중이다.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 등 야당에 크게 유리한 정국에서도 여당에 추격을 허용한 점을 고려할 때, 과연 이 대표만으로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겠냐는 의문이 가장 큰 이유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지난 24일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국민의 기대에 못 미쳤다는 점이 반영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야당 대선주자인 이 대표 지지율이 정체되는 등 위기감이 커질 경우 이들의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릴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다만 비명계 대부분이 원외 인사고 최근 당도 집권플랜본부를 꾸리는 등 대선 준비에 착수했다. 이미 이 대표에게 쏠린 당내 역학 구도에서 비명계의 유의미한 세결집에 회의적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실적으로는 존재감을 부각해 목소리를 더욱 키우는 등 당내 정치적 공간을 넓히려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임 전 실장은 최근 페이스북에 "최대한 연대하고 포용하고 통합해야 한다"며 "문재인 캠프에 합류했을 때 후보로부터 딱 한가지 주문을 받았다. 대선 캠페인 본부의 절반 이상을 친문(친문재인)이 아닌 새로운 인사로 구성해 달라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친명(친이재명) 일색 민주당 내에서 비명계의 공간을 넓혀달라는 촉구로 해석된다.
비명계의 결집 시도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비명계 원외 모임인 초일회는 다음달 6일 정세균 전 국무총리를 초청한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며, 김경수 전 지사와 김동연 지사를 초청한 강연회도 계획 중이다.
반면 이 대표는 통합을 꾸준히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오는 30일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할 예정이다. 비명계 인사들의 구심점인 문 전 대통령을 통해 통합의 메시지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통합의 방점은 자신을 중심으로 한 일사분란한 대선 체제가 유지되는 틀 안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이 대표는 지난 23일 기자회견에서 비명계의 일극 체제 비판에 대한 견해를 묻는 말에 "일극 체제라고 할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할지는 보는 입장에 따라 다르다"라며 비명계와 시각차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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