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표 기관도 여심위 등록 의무화"…선관위, 여론조사 제도 대수술

여론조사 개시 전 조사 일정 공개 금지…공소시효 5년 확대
여론조사 기관 등급제 도입 검토…명태균 사태 후속 조치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모습. 2023.9.22/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비공표용 선거여론조사 기관도 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 등록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여론조사 관련 범죄의 공소시효를 연장하는 한편, 조사 결과 왜곡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조사 일정을 공표하는 행위도 금지할 방침이다. 최근 구속 기소된 명태균 씨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에 대한 후속 조치 차원이다.

28일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로부터 지난 20일 제출받은 '불법 선거여론조사 원인 및 제도개선 대책'에 따르면 선관위는 미등록 선거여론조사기관에 대한 관리 강화 차원에서 비공표용 선거여론조사 실시 기관도 선관위 산하 여심위에 등록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재는 공표나 보도를 목적으로 하는 선거여론조사 실시 기관만 여심위 등록이 의무이다. 비공표용 조사를 하는 기관에 대해선 법 테두리 안에서 관리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명태균 씨가 실소유주로 있다는 의혹을 받는 미래한국연구소 역시 여심위에 등록하지 않은 업체다.

선관위는 정당을 제외한 모든 주체에 선거 여론조사를 실시한 사실을 신고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도 개선책에 담았다. 현재는 여론조사기관이 언론사나 후보자와 공모해 여론조사 실시 신고 사실을 신고하지 않더라도 과정에서의 위법성 등을 알아챌 방법이 없다.

또한 정당이 실시한 조사를 제외한 모든 선거 여론조사는 여심위 홈페이지에 등록하도록 할 방침이다. 비공표용 여론조사의 경우 결과는 비공개하되, 위법 여부 확인 용도로만 본다. 비공표용 선거 여론조사 결과는 여심위 홈페이지 등록 의무가 없어, 왜곡이나 조작 등 위법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선거 여론조사 개시 전 결과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해 선거구민에게 조사 일정을 공개하는 행위도 전면 금지된다. 후보자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 여론조사에서 조사 일정을 공개하며 참여를 독려하는 '조직표 동원'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조처이다.

피조사자의 응답 후에 여론조사기관의 명칭이나 전화번호도 고지하는 방안도 담긴다. 여론조사기관의 명칭에 따라 특정 정치 성향을 가진 표본이 과다 또는 과소 표집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선관위는 선거 여론조사 범죄의 재발 방지를 위해 공소시효와 자료 보관 기간도 선거일 후 5년으로 연장할 계획이다. 고발되거나 1000만 원 이상 과태료를 부과받은 기관의 실명도 공개하고, 관련 범죄로 등록이 취소된 경우 4년간 재등록을 제한한다.

현재는 선거일 후 6개월로 규정된 공소시효와 자료보관 기간 탓에 기간이 지날 경우 심의나 조치가 불가능하다. 또 관련 범죄를 반복적으로 저지르더라도 기관의 실명으로 위반 내역이 공개되지 않아 범죄 예방 효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등록 취소 후 재등록 제한 기간도 1년에 불과하다.

선관위는 미래한국연구소의 경우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여심위로부터 고발 4건, 과태료 1건, 경고 3건의 조치를 받았음에도 반복적으로 불법적인 선거여론조사를 실시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밖에 선거 여론조사 기관의 질적 향상을 위해 대해 등급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법적 규제를 통한 여론조사 기관의 전문성 향상에 한계가 있다는 학계와 정치권의 꾸준한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누가'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에 대해선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

선관위가 마련한 방안은 상당 부분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공론화 및 국회 논의가 불가피하다.

선관위 측은 제도개선 대책을 통해 "언론에 보도된 의혹을 기반으로 하므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없는 한계가 있고, 대책의 기본 방향이 과잉 규제라는 의견도 존재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선거 여론조사 신뢰성·공정성의 실효적 제고를 위해 향후 법률 개정사항에 대한 각계 의견 수렴 및 추가 연구, 국회에서의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hyu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