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콕 집어 투표권제한 카드 꺼낸 국힘…당연한 제안? 혐오조장?
김기현 발 중국인 투표권 문제, 정치권 이슈로 떠올라
'사회주의국가' 중국인, 대한민국서 투표권 행사 의문도
- 김정률 기자
(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 = 중국인 투표권 문제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의 쟁점으로 급부상했다. 최근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의 한국 폄하 발언으로 반중(反中) 정서가 고조되는 가운데, 여권에서 제기된 이런 주장이 정국의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한국은 지난 2005년 아시아 국가 중 처음으로 외국인 참정권을 도입했다. 영주권을 취득한지 3년이 지난 외국인들에게 지방선거 투표권을 주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중국인 투표권 제한 문제를 꺼내들면서 '외교적 상호주의'에 입각해 중국인 투표권을 제한하자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외국인 혐오를 불러올 것이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장기거주 외국인 참정권 문제는 과거 김대중 대통령 시절 재일 동포에 대한 일본의 참정권 부여를 압박하는 방편으로 처음 논의가 시작됐다. 이후 17대 국회 때인 지난 2005년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장기체류 외국인에게 지방선거 선거권을 부여하기로 결정, 2006년 제4회 지방선거부터 적용됐다.
사실상 외국인 참정권 법안은 일본을 겨냥한 것이다. 하지만 정작 일본은 현재까지도 외국인 투표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선거권을 가진 외국인 12만6668명 가운데 약 80%(9만9969명)가 중국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중국인 투표권 박탈을 요구하는 글이 올라왔고 21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지만 정부의 거부로 무산됐다.
중국인 투표권 박탈 문제는 윤석열 정부 들어 다시 불거졌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상호주의 원칙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투표권을 부여하는 것은 민의를 왜곡할 수 있다는 상식적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상호주의는 모든 나라에 적용되는 외교 원칙으로 서로 같은 가치의 이익이나 대우를 교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중국에 거주하는 한국인에게는 투표권이 없는 상황에서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인에게만 투표권을 주는 것은 상호주의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상호주의에 따라 외국인에게도 투표권을 부여하고 있는 곳은 유럽연합(EU)이다. 마스트리히트조약 체결에 따른 EU 회원국 국민은 거주하는 모든 EU 회원국의 유럽의회선거 및 지방선거에서 선거권 및 피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다.
물론 모든 국가가 EU처럼 상호주의를 완전히 적용하지는 않는다. 노르웨이의 경우 EU회원국은 아니지만 3년 이상 거주한 모든 국가의 국적자에게 지방참정권을 부여하고 있다.
러시아, 뉴질랜드, 칠레, 우루과이, 베네수엘라, 이스라엘, 말라위 등도 일정한 자격만 갖추면 국적에 상관없이 선거권을 준다.
다만 대다수 국가의 경우 체류기간, 체류지역, 국적, 소득 등에서 일정 제한요건을 두고 있다. 또 국회의원 등 전국 단위 선거가 아닌 지방선거로 제한하고 있다.
정부 혹은 국회가 외국인 참정권 제한과 관련한 법안을 발의 처리할 경우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대상은 중국인이다. 실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12월 중국인 등 외국인의 투표권을 제한하는 내용이 '공직선거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전체 유권자 중 0.2%에 불과한 중국인 유권자가 선거에서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외국인 투표율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35.2% 기록한 이후 하강 곡선을 그리면서 2018년 13.5%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헌법재판소 사무처장과 16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용균 전 의원은 올해 2월 월간 헌정회 '외국인 투표권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글에서 외국인 12만6668명이 가지는 수적인 힘은 지방선거에서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김동연 민주당 후보가 불과 8178표 차이로 김은혜 후보를 눌렀다며 또 외국인 투표자는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외국인 투표권, 특히 중국인이 논란이 되는 또다른 이유는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과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 간 차이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 전 의원은 "중국인의 경우 공산주의 치하의 본국에서 민주주의 경험이나 교육이 전혀 돼 있지 않고, 공산당식 몰표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며 "이들에게 대한민국의 영주권을 부여하기 전에 반드시 필요한 민주주의 교육이나, 헌법교육을 받도록 해 민주시민의 자질을 배양한 후 영주권 심사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중국인 투표권 문제를 꺼내 든 이유 중 하나로 지지층 결집을 위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문재인 정권 때부터 시작된 보수층에서의 반중 정서를 자극하려 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오염수 방류로 민주당의 반일(反日) 몰이가 시작되자 이에 대한 맞대응 차원으로 이런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자칫 이런 특정 국가를 향한 주장은 외국인 혐오 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소영 민주당 대변인은 이같은 국민의힘의 움직임을 두고 "내국인과 외국인 간 갈등을 조장하고 혐오를 부추기는 의제 제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법안을 발의한 권 의원은 페이스북에 "상호주의 원칙에 따른 선거법 개정 논의를 '혐오'라고 규정하는 것은 절대로 동의할 수 없다. 우리 국민은 중국에서 투표권이 없다"며 "이를 근거로 중국이 한국을 혐오한다고 주장할 수 있나"고 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이런 외국인 투표권 제한은 한국의 대외적 이미지가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새로운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하태경 의원은 지난 23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이미 준 것(외국인 투표권)을 없애는 것은 외국에서 볼 때 대한민국이 민주주의를 강화하고 개방을 강화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후퇴하는 걸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하 의원은 "상호주의를 적용하면 외국인 투표권을 사실상 다 없애야 한다. 상호주의보다는 '주민성 강화'의 맥락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jr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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