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전운'…간호계 "이번엔 기필코" vs 의사단체 "직역이기주의"
간호협회 "6개월째 법사위 표류, 與 대선 약속 지켜야"…21일 총궐기 예고
간협 제외한 의료계 "의료체계 근간 흔들어"…27일 제정저지 집회 예정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간호사의 업무 범위와 적정 수 확보, 처우 개선 등의 내용이 담긴 별도의 '간호법'을 새로 제정하는 문제를 두고 의료계가 크게 충돌하고 있다.
별도법 제정을 촉구하는 대한간호협회와 이에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는 엿새 간격을 두고 국회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벌인다. 다음달 9일로 끝나는 정기국회를 앞두고 양측은 물론 여야간 입장차도 있어 연내 처리 여부를 가늠하기 어렵다.
◇간호법 제정안, 복지위 의결 후 법사위서 6개월간 발묶여
현재 간호사와 관련된 법적 조항들은 의료법 내에 들어 있다. 간호계는 요양·돌봄 등으로 간호사의 업무 범위가 크게 확대된 시대적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고 그에 맞는 근무환경 등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간호법 제정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의사 중심으로 만들어진 의료법의 체계 안에서는 이런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매우 제한된다는 판단이다. 기록상으로 간호법 제정노력을 처음 시작한 것이 1977년일 정도로 간호사계의 오랜 염원이다.
특히 코로나19를 겪으며 간호사의 역할이 주목받고 양질의 인력을 양성·관리할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발의해 지난 5월 이들 법안을 묶은 '간호법 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 및 전체회의에서 의결됐다.
간호법은 현행 의료법에서 간호사 조항을 떼어내 간호사 업무 범위 명확화, 적정 간호사 확보와 배치 처우 개선, 간호종합계획 수립 및 실태조사, 기본지침 제정 및 재원 확보 방안 마련, 간호사 인권침해 방지 조사, 교육의무 부과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복지위를 통과하는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법안소위에서 거친 찬반 논쟁이 일었고 의사단체들이 반발한 내용(우선 적용 규정 등 특별법적 지위)을 대부분 삭제했다. 본회의 통과 가능성을 높이려는 의도였다.
그럼에도 복지위를 통과한 법안은 체계·자구 심사를 맡은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로 넘겨진 뒤 계류된 채 6개월 넘게 발이 묶여 있다.
이에 간호사계와 복지위 야당 의원들은 법안의 본회의 의결을 위해 법사위를 우회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등 법안 통과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복지위 소속 김민석 민주당 의원은 "상임위에서 오랜 논의와 합의를 해 통과한 법이 법사위에서 지연되고 있다"며 "간호법은 사회적 합의와 여야 대선후보 모두가 약속해 정치적 합의까지 이뤄낸 법안"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고영인 의원도 "법사위는 체계·자구 심사를 하는 위원회로, 상임위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된 법이 이해관계 집단 압력으로 인해 법사위에서 다시 시작 단계로 되돌리는 문제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법사위를 겨냥했다.
토론회에서는 국회법 제86조를 적용해 간호법을 바로 본회의로 보내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 조항에 따르면 법사위에서 60일간 이유 없이 심사를 마치지 않았을 경우 소관 상임위에서 본회의로 바로 부의할 수 있다.
◇법사위 "논의 더 필요해"…간호사협 vs 의사협, 총궐기 예고
법사위는 복지위 논의 과정에서 간호법에 대한 이견이 충분히 조율되지 않았고 쟁점도 많아 "논의가 더 필요해 보인다"는 입장이다. 이견을 최대한 줄여야 하는데 의사협회 등의 반대 주장도 만만치 않다는 판단이 깔렸다. 상임위간 이견이 드러나는 측면이 있지만, 여야로 따지면 여당인 국민의힘의 입장이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다. 복지위원장은 민주당(정춘숙),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김도읍) 소속이다.
이에 간호협회는 최근 법 제정에 미온적인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차원에서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수요집회를 벌이고 있고, 오는 21일 5만명이 모이는 총궐기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간협은 "전국 1000여명의 간호사와 간호대학생들이 매주 국민의힘 앞에 모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의협)·대한병원협회(병협)·대한간호조무사협회(간무협) 등 13개 단체로 구성된 '간호법 제정저지를 위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오는 27일 '간호법 제정 저지를 위한 보건복지의료연대 10만 총궐기대회'를 공동 개최하기로 했다.
이들은 간호법 제정을 '직역이기주의'로 간주하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간호법에서 간호사의 업무 범위 규정이 간호사의 독자적인 진료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며 "특정 직역에 대한 특혜로 국민 건강권이 침해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의료법상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로 돼 있는 업무 범위를 간호법에서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 또는 처방 하에 시행하는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변경하면 간호사 업무가 확대되고 관련법 개정 등으로 간호사 단독개원도 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간호사 처우 개선 등의 요구는 현 의료법 내에서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다고도 주장한다. 의사협회는 "의료체계의 근간을 흔들고, 의료현장의 혼란만 가중하는 간호법안의 철회를 강력히 촉구하고 직역 이기주의의 대표적인 선례가 남는 일이 없도록 연대는 간호법 제정을 필사적으로 막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간호법을 둘러싼 각 단체 행동은 곧 최고조에 이를 예정이다. 간호협회는 다음달 9일이 정기국회 마지막날인 만큼 간호법을 이때까지 통과시켜야 한다는 계획이지만 '13개 연대'의 반발이 거센 데다 여야도 본회의 의결까지 원만히 합의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양측이 국민이나 정치권에 각 주장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설득해야 한다"며 "다만 간호법에 대한 각 직역 주장들로 인해 다른 보건의료 현안들의 중요성이 묻히는 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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