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수박 금지령'에도…친명 지지자 "이제 우상호가 타깃"

우상호 "분열의 언어 엄격 금지" 계파 갈등 진화 나서…"'수박' 쓰지 마라"
당내선 친명·비명 신경전 치열…이재명 지지자들 반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2.6.12/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한재준 전민 기자 = 더불어민주당 임시 사령탑을 맡은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이 비하 발언 경고령을 내렸다. 계파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강경책으로 해석된다.

우 위원장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민주당 내의 여러 가지 제도 문제, 정책, 노선과 비전에 대해 더 활발한 토론을 보장할 생각"이라면서도 "인신공격, 흑색선전, 계파적 분열의 언어는 엄격히 금지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어 "당의 주요한 인사들, 특히 주요 당직자나 국회의원 신분을 갖고 계신 분들은 자신들이 사용하는 언어에 각별히 더 절제의 언어를 사용해주시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특히 우 위원장은 선거 패배 후 친명(親 이재명)계와 친낙(親 이낙연)계를 포함한 비명(非 이재명)계 사이에서 비하 발언이 난무하고 있는 것을 겨냥해 "앞으로 수박, 이런 단어를 쓰시는 분들은 가만 두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수박은 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으로 이재명 의원 지지자들이 이낙연 전 대표 지지자를 비하할 때 쓰이고 있다.

우 위원장은 "수박이 뭐냐. 겉은 민주당인데 속은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국민의힘이라는 것 아니냐"며 "어떻게 같은 당에서 그렇게 공격할 수 있냐"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에 대한 공격을 언급 "우리 당 대표를 하신 분에게도 수박이라고 하는 분이 있는데 자기 모멸 아니냐"며 "제가 원내대표 할 때도 쓸데 없는 발언을 하는 의원은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조심하셔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 위원장이 취임 후 첫 공식 일정에서 당원들 간의 비하성 공격에 불호령을 내린 것은 비대위 구성 후에도 계속되는 당내 설전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친명계인 김남국 의원과 SK(정세균)계 이원욱 의원 간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 신경전이 대표적이다.

이 의원은 전날(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수박 사진을 올리며 "함께하고 계신 분들이 여름엔 역시 수박이 최고라고 하십니다"라고 이재명 의원 지지자를 겨냥했다.

이에 김 의원이 "조롱과 비아냥으로는 건강한 지지 문화를 만들지 못한다"고 비판하자, 이 의원은 "수박도 맛있다고 올릴 수 없는, 수박이라고 조롱하는 분들에게 먼저 글을 올리시는 게 낫지 않냐"고 맞받았다.

우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비하 발언 금지령'을 내리면서 당내 의원 간 갈등은 수그러들 것으로 보이지만 당원들은 우 위원장에게 화살을 돌리며 반발하고 있다.

이날 기자간담회 직후 민주당 홈페이지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우 위원장을 비판하는 이재명 의원 지지자들의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한 당원은 우 위원장을 향해 "권력을 잡자마자 이렇게 본색을 빨리 드러낼 줄이야"라며 "지금 이 순간부터 우 위원장이 타깃으로 집중 폭격 대상이 될 것이다. 왕수박씨"라고 비꼬았다.

또 다른 당원은 "우 위원장도 혹시 수박이냐"며 "열심히 재건하려고 노력하는 의원과 당원한테 호통을 치다니 힘빠진다"고 비판했다.

hanantw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