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선관위, 현수막에 '민생파탄·적폐청산' 허용…野 "구색 맞추기"

"1년전 野 '무능·위선·내로남불' 사용 불허, 이번 대선선 與 요청에 '가능'"
조수진 "與 요구 들어주려니 野 요구 억지로 들어주는 꼴…이런 촌극이 없다"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14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중앙동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제20대 대통령선거 공식선거 운동을 앞두고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를 하기 위해 연단으로 향하고 있다. 2022.2.14/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대선 선거운동에 사용되는 현수막이나 패널 등에 '민생파탄, 적폐청산, 신(新) 적폐청산' 등 단어 사용을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당장 더불어민주당이 사용하려는 단어를 허용해주기 위해 야당의 요구를 들어주는 '구색 맞추기'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중앙선관위는 지난해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국민의힘의 '무능·위선·내로남불'이라는 단어 사용을 불허했는 데, 이번에는 민주당이 '주술', '굿판' 같은 단어 사용을 허가하면서 180도 다른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중앙선관위는 23일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선거운동, 투표참여 권유 현수막·피켓 등에 민생파탄, 적폐청산, 신(新) 적폐청산 단어를 게재하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한 질문에 "해당 단어를 현수막이나 피켓에 게재하는 것만으로는 공직선거법 제58조의2 또는 90조에 위반되지 아니할 것이다"고 답했다.

공직선거법 제58조의2는 '투표참여 권유활동'에 대한 조항으로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의 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한다. 같은법 90조는 선거일 전 180일부터 정당 명칭이나 후보자 성명, 사진 또는 그 명칭, 성명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을 명시한 것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금하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지난 21일 조 의원의 '3월9일 실시되는 대선과 관련해 현수막·피켓에 내로남불·무능·위선이라는 단어를 게재하는 경우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질의한 데 대해 "위반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지난해 4월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선관위가 야당에 '내로남불' 등 표현을 투표독려 문구로 쓰지 못하도록 한 것에서 입장이 바뀐 것이다.

선관위는 답변서에서 "내로남불·무능·위선·신천지·주술·굿판이란 단어만으로는 일반 선거인 입장에서 볼 때 정당·후보자의 명칭·성명이 특정되는 것으로 쉽게 인식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중앙선관위 답변서. ⓒ 뉴스1

조 의원은 같은날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선관위는 야당이 요청한 '내로남불' 문구는 특정 정당을 연상시킨다고 금지했다. 반면 TBS의 '#1합시다' 캠페인은 허용하며 선관위의 정치적 편향성과 편파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고 적었다.

이어 "선관위가 1년 만에 태도를 바꿔 그때는 안 된다고 했던 것을 지금은 된다고 한 것"이라며 "기준이 뭔지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중앙선관위가 '적폐청산, 신(新) 적폐청산' 등 단어를 허용한 것에 대해서는 '촌극'이라고 작심 비판했다.

조 의원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야당이 문의한 것은 안 된다고 했다가 이번 대선에서 여당이 쓴다고 하니 '가능하다'고 입장을 바꾸니 '적폐청산' 등 단어를 사용하려는 야당의 요구를 중앙선관위가 무시하지 못한 것"이라며 "촌극도 이런 촌극이 없다"고 비판했다.

조 의원은 "선관위가 어떻게 이렇게 기준이 오락가락, 이랬다저랬다 하는 것인가"라고 선거 사무의 공정성에 책임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 21일 "최근 선관위는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 소속 대선 후보를 '신천지 비호세력', '술과 주술에 빠진 대통령'이라고 비하하는 내용의 현수막 사용을 사실상 허용했다"며 "심판이 선수로 뛰고 있는 것이냐, 선수가 심판으로 뛰고 있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보다 공정하게 선거관리 사무에 임해주기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중앙선관위의 관련 내용 답변서. ⓒ 뉴스1

ic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