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솔한 사과 필요" 이낙연 주문에 김혜경 움직였다…결국 공개 사과

김혜경 "제보자와 국민에 사과드린다…선거 후라도 끝까지 책임지겠다"
실언 이어지며 선대위 대응 엇박자…'총괄선대위원장' 이낙연 요청으로 기자회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 씨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과잉의전 논란 관련 사과 기자회견에서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2022.2.9/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배우자 김혜경씨가 과잉 의전 논란이 불거진 지 1주일여 만인 9일 공개석상에서 사과의 뜻을 밝혔다.

해당 의혹이 국민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갑질로 여겨지며 악재로 떠오르자 김씨 본인이 직접 진화에 나선 것이다. 특히 예정에 없던 이날 공개사과에는 총괄선거대책위원장 자격으로 선대위 전면에 나선 이낙연 전 대표의 뜻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90도로 허리 숙여 "공직자 배우자로서 모든 점에 조심해야 하고 공과 사의 구분을 분명히 해야 했는데 제가 많이 부족했다"며 "국민 여러분께, 특히 제보자 당사자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김씨는 제보자 A씨(경기도청 직원)가 폭로한 '음식 배달' 등 의전 논란과 관련한 질문에는 명확하게 답변하지 않았지만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없다. 저의 불찰이라고 생각한다. A씨는 피해자라고 생각한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제가 져야 할 책임은 마땅히 지겠다. 수사와 감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선거 후에라도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 성실하게 설명드리고 끝까지 책임을 질 것"이라고도 했다.

이날 김씨가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어 직접 사과한 것에는 당 선대위 차원의 대응으로는 사태를 수습하기 힘들다는 판단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간 당 대표까지 나서 논란 진화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그 과정에서 실언이 나오며 야당에게 공세의 빌미만 줬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앞서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김씨의 '약 대리 처방' 의혹에 대해 "나도 아플 때 비서가 약을 사다 줄 때가 있다"고 말해 빈축을 샀고, 우상호 총괄선대본부장은 "(의전 논란은) 그렇게 심각하게 보진 않는다"고 해 비판을 받았다.

현근택 선대위 대변인은 A씨가 공개한 배씨와의 녹취록에 대해 "9개월간 근무하던 사람이 8개월간 녹음했다면 처음부터 의도적이라고 볼 수 있지 않나"고 음모론까지 제기했다.

초기 대응도 부실했다. 민주당 선대위는 의전 논란이 제기될 당시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냈다가 논란이 확산하자 수행비서 배모씨가 개인 판단으로 A씨에게 약 대리 처방, 음식 배달 등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2.2.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당 선대위의 엇박자로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결국 김씨가 뒤늦게나마 공개 사과에 나서게 됐다. 여기에는 전날(8일) 총괄선대위원장을 전격 수락한 이낙연 위원장이 '진솔한 사과'를 주문한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위원장은 이날 오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의전 논란과 관련해 "진솔하게 인정하고 겸허하게 사과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요청으로 선대위 전권을 쥐게 된 이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김씨의 사과를 주문하면서 급하게 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선대위 핵심관계자는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이 위원장의 권유로 김씨가 기자회견을 열게 됐다"며 "선대위에서도 검토했던 사안이지만 결정하지 못했는데 결정 과정에 이 위원장의 뜻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이어 "의전 논란에 계속 끌려가면 안 된다. 빨리 (악재를) 끊어줘야 한다는 판단이 있었다"며 "명확하게 사과하고 잘못한 건 잘못했다고 인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hanantw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