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과거 어록으로 살펴본 대선 TV토론
1995년 대선 첫 시행 '우세' 평가 DJ 당선…권영길 스타로 부상
安 '갑철수' 내리막길…李 '바지' ·尹 '청약' 경선서 '실언' 논란도
- 박기범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20대 대선을 한 달여 앞둔 2일 후보 간 뜨거운 경쟁을 펼칠 대선후보 TV 토론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설 연휴 기간, 양자토론을 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측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측이 치열한 공방을 벌였고, 여기에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이-윤 후보 간 양자토론을 비판하며 날 선 신경전을 벌였다.
논란 끝에 이-윤 후보 간 양자토론이 무산된 가운데 4명의 여야 후보는 3일 4자 토론을 예고한 상태다. 각 당의 경선이 끝난 이후 4명의 후보가 모두 참석하는 첫 TV 토론회라는 점에서 후보 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TV 토론회는 각종 화제를 낳으며 대선 결과에도 크고 작은 영향을 미쳐왔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현장 유세보다 비대면 선거운동이 중요해진 이번 대선에서 토론회의 중요성은 과거 어느 때보다 클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들의 발언이 영상 등으로 재생산되는 과정을 거치게 되면 파급력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우리나라 대선에서 TV 토론회가 처음 도입된 것은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가 맞붙은 1997년 제15대 대선이었다.
IMF(국제통과기금) 외환위기 이후 치러져 경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김대중 후보는 구체적 경제 수치 등을 이용해 이회창 후보를 압박, TV 토론회에서 우세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지지율 상승을 기록한 결과 최종 당선됐다.
고(故) 이희호 여사는 "TV 토론회에서 남편은 신문 기사나 방송 뉴스가 왜곡하지 않은 모습을 그대로 국민에게 보여 줄 수 있었다. 남편의 대통령 당선은 TV토론 덕분"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2002년 토론에서는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가 "국민 여러분 행복하십니까, 살림살이 좀 나아졌습니까"란 발언으로 주목받았다.
이 발언은 각종 방송프로그램에서 다시 인용되면서 유행어처럼 사용됐다. 권 후보는 대선에서 득표율 3.89%(95만7148표)를 기록하며, 당시 기준으로 조봉암 이후 진보정당 후보 중에서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초반부터 압도적 격차로 앞서나갔던 2007년 대선에서는 TV토론이 크게 흥행하지 못했다.
그다음 대선인 2012년에는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의 "이것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저는 박근혜 후보를 반드시 떨어뜨릴 겁니다"는 발언이 화제가 됐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겨냥한 발언이었다. 이를 두고 막말이라는 비판과 함께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층 결집 효과로 박 전 대통령 당선에 기여했다는 엇갈린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 대선에서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TV 토론회로 치명상을 입었다. 당시 안 후보는 "제가 MB의 아바타입니까" "제가 갑철수입니까"라고 문재인 후보에게 따져 물었는데, 'MB아바타' '갑철수'란 이미지만 더해졌다는 혹평을 받았다. 안 후보는 토론회 이후 지지율이 급락하며 대선 당선권에서 사실상 멀어졌다.
이처럼 TV 토론회는 후보들은 토론회를 통해 자신을 적극적으로 알릴 수 있지만, 자칫 말실수할 경우 오히려 부정적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후보들에게 기회의 장이자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무대로 꼽힌다.
앞서 각 후보는 수차례의 토론회를 통해 일종의 예행연습을 치렀다. 이재명 후보는 예비경선을 포함해 11회의 TV 토론회를 치렀고, 윤석열 후보는 6번의 경선 토론에 참여했다. 안철수 후보와 심상정 후보는 지난 대선에서 수차례 토론회를 경험했다.
이 후보와 윤 후보는 경선 토론에서 실언 논란도 겪었다. 이 후보는 자신의 스캔들 의혹에 반박하면서 "바지를 벗을까요"라고 해 논란이 됐고, 윤 후보는 "집이 없어서 청약통장을 만들지 못했다"고 해 실언이란 비판을 받았다. 여기에 손바닥 '왕'(王)은 '주술' 논란을 촉발하며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네 명의 후보는 첫 TV토론을 앞두고 외부일정을 조정하며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논란을 낳았던 만큼, 이번에는 철저한 준비로 토론회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이다.
국민들은 토론회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리서치가 KBS의 의뢰를 받아 지난 27~29일까지 조사한 여론조사에서, 부동층을 대상으로 'TV토론 결과를 보고 지지 후보를 결정할 의사가 있는가'라는 물은 결과, '있다'는 응답은 56.8%로 과반을 기록했다. '없다'는 응답은 38.9%로 조사됐다. '모름·무응답'은 4.3%다.
지진 후보가 있다는 응답자를 대상으로 'TV토론 결과를 보고 지지 후보를 바꿀 의사가 있는가'라고 물은 결과, '바꿀 수 있다'다는 응답은 31.6%, '계속 지지할 것'이라는 응답은 67.1%로 조사됐다.
부동층의 과반이, 지진 후보가 있는 유권자의 3분 1이 토론회 이후 지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셈이다. 한편 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pkb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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