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 사퇴부터 대권도전까지…117일간의 기록

"검수완박은 부패완판, 공정·상식 붕괴 더는 못 본다"…사퇴 후 잠행모드
101세 철학자 김형석 만난 후 전문가 두루 접촉 '공부'…6월부터 메시지 본격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월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현관에서 총장직 사퇴 의사를 발표하고 있다. 2021.3.4/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검찰총장 사퇴부터 대권 도전까지 4개월여간, 정확히는 117일간 이어진 잠행에서 29일 공식적으로 벗어난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오후 1시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의사기념관에서 2022년 3월9일 20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한다.

윤 전 총장은 지난 3월4일부터 이날까지 언론 노출을 극도로 자제하며 각계 전문가들을 만나고, 정책집을 들여다보며 '대통령' 준비를 해왔다.

윤 전 총장의 대권 도전이 예측된 건 지난 3월초다. 사퇴 이틀 전에 공개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수청은 검찰을 폐지하려는 시도"라고 규탄하며 "막을 수 있다면 100번이라도 직을 걸겠다"고 말하면서다.

하루 뒤인 3일에는 대구고검을 방문한 자리에서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은 부패완판(부패가 완전히 판치는 세상)"이라고 말하며 사실상 검찰총장 사퇴 의사를 밝혔다. 다시 하루 뒤, 윤 전 총장은 "정의와 상식이 붕괴되는 것을 더는 못 보겠다"며 검찰총장에서 물러났다.

윤 전 총장은 검찰총장에서 사퇴한지 2주일여만인 3월19일 '101세 철학자'로 유명한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를 찾아 조언을 들었다. 대권에 도전하는 자세와 마음가짐 등 큰 얼개를 김 교수와의 만남을 통해 그렸다는 것이 측근들의 전언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4월2일 오전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와 함께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1동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를 방문하고 있다. 2021.4.2/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3월에는 몇 차례의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의 땅투기 의혹을 비판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윤 전 총장은 "LH투기 의혹은 즉각적이고 대대적인 수사를 해야 한다", "게임룰조차 조작한 것"이라며 투기 의혹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4월7일 재보궐선거에 대해서는 "상식과 정의를 찾는 반격의 출발점"이라고 평가했다.

4월에는 사퇴 후 처음으로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다. 같은달 2일 윤 전 총장은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를 모시고 사전투표에 나섰지만, 쏟아지는 언론의 각종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았다. 같은달 11일 정승국 중앙승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를 만나 국내 노동시장의 문제점과 해결 방안 등을 두고 대화를 나눴다.

잠행 두 달로 이어지던 5월에는 정치권 일각에서 등판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전문가들과의 만남을 확대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윤 전 총장은 같은달 8일 권순우 한국자영업연구원장과, 17일에는 서울대 반도체 공동연구소를 방문해 현안을 청취했다.

국민의힘 의원들과의 만남도 부쩍 늘었다. 윤 전 총장은 같은달 25일부터 29일까지 정진석·윤희숙·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을 잇달아 만났다. 이로 인해 정치권에서는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놨다.

5·18을 이틀 앞두고서는 언론과의 통화에서 "5·18은 살아있는 역사"라며 대통령이 돼도 민주화운동의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5월29일 강원도 강릉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을 만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윤 전 총장이 지난 3월 검찰을 떠난 이후 현직 정치인을 만난 사실이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독자 제공) 2021.5.31/뉴스1

6월로 들어서는 대변인을 선임하며 공보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입당 등 현안과 관련해 윤 전 총장과 대변인 간 엇박자가 드러나고, 의혹이 담겼다는 이른바 'X파일' 논란이 불거지면서 여권의 공세도 본격화했다.

윤 전 총장은 이달 5일 현충원을 참배해 "조국을 위해 희생한 분들이 분노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방명록에 적었다. 현충일에는 천안함 생존자 예비역 전우회장을 만나 안보관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9일에는 우당 이회영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했다. 4월2일 사전투표 이후 두달여만에 이뤄진 두 번째 공식 외부행사다. 11일에는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 있는 김대중도서관을 방문해 'DJ정신'을 계승하겠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이 대변인을 통해 낸 첫 메시지는 14일 나왔다. 국민의힘 전당대회(11일)가 끝난 직후다. 그는 이때 "국민의힘 입당 등 모든 선택이 열려 있다"고 했다. 하지만 21일 박근혜정부 국무조정실장을 지낸 이석준씨를 캠프로 영입하는 등 추가 인선에 계속 나서면서 당분간 입당하지 않는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전달했다.

악재도 터져나왔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10일 윤 전 총장의 '직권남용'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고, 19일에는 장성철 소장이 'X파일'을 봤다며 "네거티브 먹잇감이다. 잘 대처하지 못하면 국민 선택을 받기 힘들겠다"고 했다. 이때부터 정치권은 '윤석열 X파일'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현충일을 하루 앞둔 5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한 뒤 작성한 방명록. '조국을 위해 희생하신 분들이 분노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라고 적혀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 제공) 2021.6.5/뉴스1

'X파일'에 대응하지 않겠다던 윤 전 총장은 22일 이를 '괴문서'로 규정하고 "집권당이 개입했으면 명백한 불법사찰"이라며 대응에 나섰다.

그리고 검찰총장 사퇴 117일만인 29일 오후 1시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의사기념관에서 대권 도전을 공식 선언한다.

이날은 34년전 대통령 후보였던 노태우 민주정의당 대표위원이 국민의 민주화와 직선제 개헌 요구를 받아들인 특별선언을 한 날이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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