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새얼굴] 양이원영 "성 두개 쓰는 탈핵론자, 어떤가요"

"환경단체 '공공의 적'과도 토론회 열었던 사람…탈핵 생각 다른 의원과도 교집합 찾을 것"
"한국판 뉴딜에 그린뉴딜 들어갔어야…산자위에서 그린뉴딜기본법 발의하고파"

양이원영 더불어시민당 당선인.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이우연 기자 = 더불어시민당의 양이원영 비례대표 당선인(49)은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직접 정치를 할 줄 꿈에도 몰랐다.

대학원 조교 당시 우연히 참여하게 된 환경운동 캠프를 계기로 25년 가까이 환경운동가와 에너지전문가의 길을 걸어온 그다. 1997년부터 20년 동안 환경운동연합 활동을 해왔고, 2018년부터는 '에너지전환포럼'을 만들어 에너지·반핵 운동에 앞장서 왔다. 정치부 기자에게는 낯설어도 사회부 기자에게는 너무나 친숙한 인물이다.

그런 양이 당선인이 21대 국회의원으로 다음달 등원을 앞두고 있다. 그는 8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에너지 전환과 관련된 공무원들의 복지부동과 국회의원들이 만들어내는 가짜뉴스를 바로잡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국회의원직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2017년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과 관련된 공론화위의 결정 이후 한 발짝도 못 나가는 에너지전환 이슈를 보며 21대 국회에서는 기필코 에너지 문제를 의제화시키겠다고 다짐했다.

물론 자신이 직접 나설 생각은 없었기에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총선 후보 중 관련 이슈를 제기할 만한 후보들을 찾아다녔고, 녹색당 당원들을 대상으로 원내정당이 되기 위해서는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해야 한다고 설득하고 다녔다.

녹색당의 민주당 주도 비례연합정당 참여가 좌절되던 날, 양이 당선인은 마음을 달래기 위해 몇 년 만에 흰 머리를 짙게 염색할 정도로 좌절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러던 양이 당선인에게 뜻하지 않은 기회가 왔다. 비례연합정당인 더시민이 앞 순번을 각계각층 시민사회 활동가로 배정하겠다고 한 것. 몇몇 에너지단체들의 추천으로 비례대표 후보에 공모하게 됐고 결과는 9번 배정이었다.

양이 당선인은 오는 15일 민주당과 더시민이 합당 절차를 거치면 민주당 소속 당선인이 된다.

민주당이 제아무리 진보정당이라 해도 중년 남성이 주된 구성원인 만큼 양이 당선인의 존재는 튀어 보일 수밖에 없다. "시민사회 활동가 출신이라" 혹은 "부모의 성을 두 개 다 쓰는 사람이라 과격할 것"이라는 다소 단순한 편견을 양이 당선인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는 그런 우려에 대해 "2001년 환경단체들의 '공공의 적'이었던 한국수력원자력과 최초로 합동 토론회를 연 환경단체 활동가가 바로 저"라며 "기본적으로 대화와 토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성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탈핵에 대해 생각이 다른 의원과도 최소한의 교집합을 찾아보는 자세로 국회 활동에 임할 자신이 있다"고 했다.

합당 이후에도 민주당에 남기로 한 이유에 대해서도 "민주당 내에 양이원영이라는 사람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당에 고민거리가 던져지는 것 아니냐"며 "탈핵을 이야기하는 사람, 성을 두 개 쓰는 사람, 25년간 에너지 운동 현장에 있던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민주당은 새로운 질문을 끊임없이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이 당선인은 1호 법안으로 '그린뉴딜기본법'을 발의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그린뉴딜은 온실가스 저감이나 에너지 신산업 육성 등으로 새로운 산업과 시장,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라며 "정부에서 발표한 '한국판 뉴딜'에도 그린뉴딜이 들어갔어야 하는데 아쉽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획재정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뿐만 아니라 산업자원통상부도 뉴딜 정책에 함께 참여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희망 상임위 역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다.

그는 우원식·김성환·이소영 당선인 등 21대 국회에서 탈핵과 에너지 문제에 관심이 많은 당선인과 자주 의논하며 앞으로의 의정활동을 고민해볼 예정이다. 이들은 이미 지난 6일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그린뉴딜' 토론회에서 그린뉴딜 필요성에 한목소리를 냈다.

민주당에는 몇몇 시민사회 출신 정치인들이 중진 의원으로 안착해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타협해야 할 지점도 있었을 것이다.

양이 당선인처럼 부모의 양성을 쓰던 남윤인순 의원(3선)은 정치 활동을 시작하며 남인순으로 이름을 바꿨고, 변호사로서 호주제 폐지 운동을 이끌었던 진선미 의원(3선)은 20대 총선을 앞두고 자신의 신념으로 미루고 있던 혼인신고를 할 수밖에 없었다.

양이 당선인도 이들처럼 오래 정치할 꿈을 품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는 "아직은 국회의원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내는 데 있어 최선의 자리가 되는지 지켜봐야 할 단계고 지금은 당장 어떻게 에너지 관련 일을 할까 생각밖에 없다"라며 "내가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자리가 된다고 판단하면 재선 도전은 당연한 것 아니냐"며 웃었다.

양이 당선인은 부모의 두 성을 쓰는 것이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이름을 '원영'에서 '이원영'으로 개명하기로 하고 법원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그가 자신의 정체성을 어떻게 지켜가며 의정활동을 해나가는지 지켜보는 것도 21대 국회의 관전 포인트가 되겠다.

△울산(1971년생) △당곡고등학교 △서강대 생물학 학사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탈핵에너지국 국장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에너지국 처장 △핵없는사회를위한 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

2013년 양이원영 당선인의 모습. 당시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은 한국수력원자력의 주장과 달리 IAEA 월성1호기의 안전성이 국제 기준에 부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2013.4.8/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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