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진 야권 잠룡 황교안…가시밭길 건너 재기할 수 있을까

180석 슈퍼여당 탄생 책임 '패전투수'…공천 등 선거과정에서 정치력과 리더십 부족 드러내
정치적 재기 쉽지 않다는 분석 많지만…"통합당 인물 부재에 죽은 카드는 되지 않을 것"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 마련된 21대 국회의원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총선 결과 관련 입장 발표를 마치고 승강기에 탑승하고 있다. 이날 황 대표는 "총선 결과 책임, 모든 당직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2020.4.16/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정치 신인에서 단숨에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올라섰던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가 1년여 만에 총선의 벽을 뛰어넘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보수 진영의 기반을 흔들만 한 압도적 패배였던 탓에 당을 이끌어온 황 전 대표로서는 정치력과 리더십을 근본에서부터 의심받으며 대선주자로서의 존재감에도 타격이 불가피해졌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번 4·15 총선 결과는 여러모로 황 전 대표에게 뼈아프게 다가온다. 우선 더불어민주당과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에 1987년 민주화 이후 전례없는 180석을 내줬다. 전체 의석의 5분의3으로 민주당이 개헌을 제외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단독 법안 처리 등 대부분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미리 보는 대선이라고 불리던 서울 종로구 선거에서도 황 전 대표는 경쟁자인 이낙연 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대책위원장에 큰 격차로 패했다. 투표율 70.8%를 기록한 종로에서 이 위원장과 황 전 대표의 득표율은 각각 58.3%, 39.9%로 이 위원장이 1만7308표를 더 얻으면서 국회에 입성했다.

차기 대선주자 부동의 1위인 이낙연 위원장을 상대로 패배한 것이야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것이라 해도, 여당에 180석을 내준 기록적인 참패의 패전투수이자 감독으로 역사에 남게 됐다는 점에서 황 전 대표로서는 씻기 힘든 상처가 될 공산이 크다.

황 전 대표는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등과의 중도·보수 통합을 이끌면서 나름대로 총선을 준비해 왔고, 실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 김형오 전 국회의장을 영입하는 등 당 쇄신 노력도 보여주며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실제 선거 과정에 돌입하면서 황 전 대표의 리더십에 균열이 일기 시작했고, 특히 공천 과정 막바지에 공천관리위원회와 갈등을 빚으며 그의 정치력에 의심을 품는 시각이 많아졌다.

당초 전권 위임의 약속과는 달리 최고위원회에서 여러 차례 공천위 결정을 번복하는 일이 벌어지더니 인천 연수을에 공천을 신청한 '친황계' 민경욱 의원의 공천을 공관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끝내 관철하는 과정이 우스꽝스럽게 전개되며 당 안팎의 비판이 높아졌다.

수도권 참패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차명진 후보(경기 부천병)의 제명 징계 과정에서도 비슷하게 황 전 대표의 결단력 부족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황 전 대표 본인의 경우에도 '텔레그램 n번방' 관련한 부적절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키는 등 정무적 판단이 미숙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생겨났다.

총선 이후 황 전 대표의 부재 속에 당을 추스르는 작업이 진행되면서 통합당에서 황 전 대표가 설 자리는 좁아진 상황이다. 당의 진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지만 김 전 위원장 체제의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하든 조기 전당대회를 통한 새 지도부가 구성되든 당권은 생환한 중진급 의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당연히 대선 주자로서의 입지도 좁아졌다. 무소속 출마 후 생환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를 비롯해 유승민 의원 등과의 경쟁이 이전보다 크게 불리해졌다.

홍 전 대표의 경우 대구 수성을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이후 공개적으로 대권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특히나 홍 전 대표는 공천 과정에서 컷오프(공천배제)된 후 황 전 대표와 신경전을 벌인 터라 총선 패배의 책임을 황 전 대표에게로 돌리며 자신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총선 이후 당내 판세가 바뀌면서 구심점을 잃은 친황계의 목소리도 작아질 수밖에 없다.

김민전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는 "통합당이 총선을 그르친 원인 중 큰 것은 황 전 대표였다"며 "공천을 호떡 뒤집듯 뒤집으면서 공천에 대한 실망감을 키웠고 (자신이 출마하는) 종로로 가는데도 시간을 끌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에서 가장 고위직에 있던 황 전 대표가 (대선에) 나온다는 것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외친 국민 입장에서는 상당한 도전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황 전 대표는 정치적으로 재기할 가능성을 낮게 봤다.

다만 황 전 대표가 정치적으로 재기할 수 있는 가능성이 아예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치인으로서 선거에 한번 패배했다고 모든 것을 잃는 것은 아니다. 패한 선거라도 이를 이끌면서 얻은 경험과 조직기반, 인적 자원 등은 향후 상황 변화에 따라 얼마든 장점으로 환원될 수 있다.

차기 대선까지 남은 2년은 짧다면 짧지만 통합당을 둘러싸고 얼마든지 몇 번의 정치적 소용돌이가 가능한 시간이다.

통합당이 차기 대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혼란을 겪으며 보수 진영의 '얼굴'로 자리잡은 황 전 대표의 존재감이 다시 부각되는 순간이 찾아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황 전 대표가 정치적으로 회생할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통합당에 인물이 너무 없어서 완전히 버려진, 죽은 카드는 되지 않을 것이다. 소위 친박계의 목소리가 커지면 다시 등판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hanantw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