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싸움 치열한 비례대표 47인…21대 출사표는?
총선 D-88, 47인 가운데 불출마 선언 11명, 출마 지역구 미정은 8명
- 장은지 기자, 이균진 기자, 이형진 기자
(서울=뉴스1) 장은지 이균진 이형진 기자
"아유 아직 지역구 못정했어요. ○○ 출마 고민하는데 확정은 아니구요. '선당후사'죠 선당후사. 일단 불출마는 아니구요. 당이 정해주는 지역으로 나가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1대 총선이 88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 출마 지역구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한 비례대표 의원의 말이다.
두번 연속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될 수 없다는 여의도 불문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원의 선택지는 지역구 출마 또는 불출마다. 권리당원을 확보하며 지역구를 부지런히 다져놓지 않은 비례 의원들은 자의반 타의반 불출마로 기우는 것이 현실이다. 지역구 다선보다 어렵다는 '비례대표 재선'은 극히 드문 탓이다.
20대 총선에서 지역구 의원으로 출마해 국회에 입성하는 데 성공한 19대 비례대표 의원은 5명에 불과하다. 남인순·진선미·한정애·도종환·홍의락 의원으로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그마저도 홍의락 의원은 막판에 대구 북구을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당선된 후 민주당으로 복당했다. 19대로 가면 18대 비례 의원이 지역구에서 살아돌아온 사례는 안규백(당시 민주통합당), 나성린(새누리당) 김을동(친박연대), 노철래(친박연대) 의원 정도다.
일찌감치 출마 지역구를 정하고 열심히 지역에 눈도장을 찍고 있는 비례 의원들이 있는가 하면 현역 의원의 높은 벽에 부딪히거나, 여의도 정치에 환멸을 느껴 손을 털어버린 의원들도 있다. 나머지는 당의 공천 논의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출마 지역의 유불리를 저울질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 출마 지역구를 밝히지 않고 있는 의원들 다수는 '선당후사'를 내세우면서도 속으론 '눈치싸움'에 한창이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비례대표 47인 가운데 불출마를 선언했거나 예정인 의원은 11명이다. 아직 지역구를 확정하지 못한 의원은 8명이다. 이 19명을 제외하면 28명이 지역구 출사표를 던졌다.
가장 화제가 되는 지역구는 경기 안양동안을이다. 현역인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지역구다. 5선인 심 의원에 당당히 도전장을 낸 의원은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과 임재훈 바른미래당 사무총장, 추혜선 정의당 원내수석부대표 등 언론 노출이 많고 당직을 맡고 있는 이들이다.
현재 각당 비례대표 의원 분포는 △더불어민주당 13명 △자유한국당 17명 △바른미래당 13명 △정의당 4명으로 총 47명이다. 이중 △민주당 7명△한국당 11명 △바른미래당 7명 △정의당 4명이 출마 지역구를 확정했다.
47인의 출마 예정 지역을 살펴보면 △서울 4명 △경기 10명 △인천 2명 △경상도 6명 △전라도 2명 △충청도 4명 등이다.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이 13명으로 가장 많다. 주로 직능대표로 금배지를 단 비례대표들은 미리 다져둔 탄탄한 지역기반이 없기 때문에 지역색이 비교적 옅은 수도권을 공략하는 모습이다.
지역구 입지가 탄탄한 다선 의원들과 정면승부해 체급을 키워보려는 의원들도 있다. '세대교체론'을 앞세워 바람을 일으켜보겠다는 전략에서다. 민주당에선 이미 7선과 국회의장 도전 의사를 밝힌 이석현 민주당 의원(6선)이 20년 넘게 뿌리내려 온 경기 안양동안갑에 도전장을 내민 같은당 권미혁 의원이 눈길을 끌고 있다.
무려 4개 시·군이 동일한 지역구로 묶인 '상주·군위·의성·청송'은 대구경북(TK)에서도 복잡하고도 특이한 지역구로 꼽힌다. 20대 총선 전에는 지역구가 상주와 군위·의성·청송으로 분리돼 있었지만, 20대 총선 당시 인구 하한선에 미달해 상주·군위·의성·청송으로 통합됐다. 김재원 한국당 정책위의장에게 같은당 임이자 의원이 도전장을 냈다.
이 지역은 변수가 많은 탓에 총선 결과를 섣불리 예측하기도 힘들다. 실제 20대 총선 새누리당 경선에서 인구수가 많은 상주 출신 김종태 후보가 친박 핵심이었던 김재원(의성 출신) 후보를 누르는 이변이 나오기도 했다.
현역 최다선(8선)인 서청원 무소속 의원의 경기 화성갑과 격한 눈물을 쏟으며 불출마를 선언한 한선교 한국당 의원의 경기 용인병는 각각 송옥주·정춘숙 민주당 의원이 몸을 풀고 있다. 김중로 바른미래당 의원은 7선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불출마해 민주당이 전략공천지역으로 정한 세종시에 출마한다. 20대 국회 최연소인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충북 청주 청원에서 4선 변재일 민주당 의원에 도전한다.
강효상·김규환 한국당 의원은 한때 같은 당에서 활동한 3선의 조원진 우리공화당 공동대표과 4선의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의원의 지역구를 노리고 있다.
중진과의 정면대결이라는 험로를 택하는 비례 의원들은 '뉴페이스' 전략을 택한다. 중진 의원들에 대한 서운함이나 피로감이 있는 지역민들의 틈새를 파고들기 위해서다. 참신함을 앞세워 중진 의원을 꺾고 지역구에 깃발을 꽂으면 당내 정치적 위상도 높아지는 1석2조의 효과를 거머쥐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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