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계파의 늪'에 빠지는 정치권…이유는 공천권?

여야 모두 계파 논란에 '몸살'…한국 정치 고질병
"배타적 계파 뛰어넘어 상대 인정하고 존중해야"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전형민 기자 = 정치권이 계파 문제로 다시 들썩이고 있다. 오는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의 공천권을 쥐기 위한 계파 간 헤게모니 싸움이라는 분석이다.

정치권 내부에서는 계파정치의 본질은 '공천권'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배타적 계파정치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계파정치는 한국 정치사에서 오랜 기간 지속돼온 고질적인 병폐로 국민적 지탄을 받는다. 이 때문에 여야는 당내 계파갈등 노출을 꺼리거나 아예 계파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기도 한다.

여야는 5일 서로 다른 이유로 계파정치 논란에 휩싸여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8·25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 주류인 친문(親문재인)의 '부엉이 모임'이 수면 밖으로 드러나면서 계파 문제가 촉발됐다. 차기 당 대표는 오는 2020년 제21대 총선의 공천권을 쥔다.

친문은 '부엉이 모임'이 논란이 되자 일제히 5일 해체를 선언하고 모임에 대해 해명하는 등 계파색 지우기에 나섰다. 하지만 이미 당내에서는 계파갈등을 촉발했다는 불만이 나온다.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참패하며 그 책임을 놓고 내홍을 겪고 있는 자유한국당도 선거 직후 친박-비박 싸움이 노골적으로 표면화되며, 계파갈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한국당의 계파갈등은 '목을 친다'는 등 섬찟한 용어가 사용된 이른바 '박성중 메모'가 기폭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번 갈등이 지난 2006년 친이-친박 갈등 시절부터 이어져 내려온 계파 싸움의 연장선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2020년 총선까지 전국 단위 선거가 없는 만큼, 이번에 무너진 당을 수습하는 사람이 결국 새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를 세팅하고, 그 전대에서 뽑힌 지도부가 2020년 공천권을 쥐고 있다는 인식이 깔려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한국당 초선의원들이 지난달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 대회의실에서 당 위기수습 및 쇄신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하기 위한 모임을 가졌다. 한 참석 의원이 자신의 휴대전화에 '친박, 비박 싸움 격화', '친박핵심 모인다->서청원, 이찬우, 김진태, 박명재, 정종섭 등등', '세력화가 필요하다. -> 적으로 본다 / 목을 친다!' 등의 메모를 적고 있다. 2018.6.19/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계파정치는 역사적으로도 한국 정치사의 단골 소재였다.

정치권에서는 1971년 대선을 앞두고 '40대 기수론'을 내세운 김영삼 전 대통령(YS)과 김대중 전 대통령(DJ)이 신민당 대통령 후보로 맞붙으면서 '상도동계'와 '동교동계'를 오늘날 여야 계파의 시초격으로 보기도 한다.

가장 표면적으로 드러나 화제가 됐던 계파갈등은 친이계와 친박계가 회기를 걸러 주고 받은 '국회의원 공천 학살'이다.

2007년 제17대 대선 당시 당내 경선에서 친박계와 경쟁했던 친이계는 정권을 잡은 이듬해 제18대 총선에서 친박계 의원들을 무더기로 공천 탈락시켰다.

하지만 2012년 제19대 총선에서는 박근혜 비대위 체제가 들어서며 친박계가 반대로 친이계를 총선 공천에서 무더기로 탈락시켰고,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도 불출마를 선언한 친박계 이한구 공천위원장을 중심으로 비박계 공천학살이 이뤄졌다.

민주당도 야당이던 2016년 총선 당시 당의 한 축이었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호남 유력 인사들이 주류인 친노·친문과 계파 문제로 대거 탈당해 신당을 창당하는 등 내홍을 겪은 바 있다.

정치권은 계파정치의 본질이 '공천권'에 있다며 지금과 같은 공천 방식으로는 이를 극복할 수 없다고 조언했다. 정치인의 생명인 선거에서 절대 유리한 당의 공천을 받기 위해서는 계파 보스에 충성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5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계파 정치란 본래 자신의 정책과 신념, 이념 등에 의해 행동하기보다 보스에 의해 정치를 하는 것"이라며 "결국 정치인 입장에서는 국민과 당원보다 다음 선거의 공천권자가 무서운 것"이라고 말했다.

계파는 정치의 속성 가운데 하나고, 계파 자체가 아닌 한국 정치가 지니는 배타적인 속성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정치의 속성상 '계파' 자체는 없어질 수 없다"며 "상충하는 의견을 중재하고 해결하는 게 정치의 본령인데, 그러기 위해 뜻이 같은 사람끼리 뭉치다보면 계파는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이라고 설명이다.

이어 "상대 계파에 배척하는 게 문제"라며 "계파나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상대를 배척할 게 아니라, 존중하고 이해하는 정치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maver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