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상임위원장이 뭐길래?…'꽃보직' 들여다보니

상임위 우선주의·선진화법 하에서 권한·역할 막중
정국 좌우하고 명예에 지역구 이익까지

국회 상임위원회 자료사진

(서울=뉴스1) 김영신 기자 = 매 국회 때마다 여야가 원 구성 법정 시한을 어겨 국민적 비판에 직면하면서도 지지부진한 협상을 벌여온 진짜 이유는 상임위원장 배분 때문이다.

핵심 '노른자'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어느 당이 갖고 가느냐를 두고 각당이 사생결단식 줄다리기를 해온 것이다.

원 구성이 힘겹게 타결된 이후에는 각당에서 정해진 자당 몫 상임위원장에 대한 동료 의원들 간 '2라운드'가 시작된다.

이런 일은 20대 국회 전반기에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특히 거대 양당이 국회직을 독식해온 이전 국회들과는 달리 20대 국회는 3개의 교섭단체 체제의 '여소야대' 구조라 정당 간, 그리고 당내 경쟁이 더욱 치열하다.

도대체 상임위원장이 어떤 권한과 영향력을 갖고 있기에 이처럼 3·4선 중진 의원들이 목을 멜까.

정치권에서 상임위원장은 '국회의원의 꽃'이라고 불린다. 상임위원장은 주로 각 정당 3선 의원들이 맡는다. 3선 때 위원장을 하지 못해 4선 때 맡는 경우도 있다.

상임위원장직을 맡게 되면 한 상임위의 의사봉을 쥐고 회의를 진행·조율한다는 명예가 우선적으로 따라붙는다.

한 중진 의원은 11일 뉴스1과 통화에서 "선수는 꼬박 찼는데 상임위원장 한번 못 맡으면 지역 주민들 앞에서 고개를 들 수 없는 처지"라며 "그래서 '자리 나눠먹기'라는 비판을 감수하고도 다들 위원장을 맡으려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특히 '상임위 중심주의'를 택하고 있는 우리 국회에서 위원장의 힘은 더욱 막강하다.

상임위원장은 전체회의를 소집 또는 취소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회의 진행 전반에서 위원장의 의사가 가장 우선시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위원장이 상임위에서 다뤄지는 한 사안에 찬성하면 여러차례 일정을 잡아 속도를 낼 수 있다. 반대로 그 사안에 반대한다면 뭉개버릴 수도 있는 셈이다.

여야의 찬반이 극심한 사안에 대해서는 위원장도 한 당의 소속 의원으로서 표결에 참여하는 점도 각당이 한 위원장석이라도 더 얻으려고 애쓰는 배경이다.

선진화법이라 불리는 국회법이 적용된 19대 국회에서부터 상임위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고, 자연히 위원장의 권한과 역할도 막중해졌다.

선진화법은 상임위 내에서의 '합의'를 원칙으로 한다. 그러나 여야 찬반 또는 상임위 내 찬반이 좁혀지지 않는 경우에는 표결에 부쳐진다.

이때 상임위원장이 해당 정당 소속으로 던지는 한 표가 최대 캐스팅보트가 될 수 있다.

상임위원장이 한 법안에 반대하면 정국 자체가 험로를 걷게되는 일들이 위원장의 권한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 예로 19대 국회 중반기 정부·여당과 야당의 입장차가 평행선인 법안 중 하나가 외국인투자촉진법(외촉법) 이었다.

외촉법은 소관 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위에서 진통 끝에 겨우 통과됐다. 여당은 곧바로 법제사법위와 본회의에서까지 이 법안을 밀어붙이려 했으나, 법사위에서 길이 막혔다.

당시 박영선 법사위원장이 외촉법에 반대하며 안건 상정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수시간의 마라톤 협상 끝에 여당 측은 야당이 요구하는 다른 현안인 상설특검법 논의를 시작한다는 합의문을 써줬다.

이후 외촉법이 겨우 법사위 전체회의에 상정됐고, 박 위원장은 상정은 허가하지만 사회는 볼 수 없다며 사회권을 이양하는 끝에 외촉법이 통과했다.

이와 유사한 일이 19대에서 빈번히 벌어지면서 법사위가 '상원'이라는 비판을 받게 됐다.

새누리당이 20대 국회 원구성 협상에서 국회의장직을 야당에 내준 이유도 결국 이 법사위를 가져오기 위해서였다.

이외에도 각종 '쏠쏠한' 이익이 상임위원장에게 따라붙는다.

예를 들어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정부가 예산안을 짜는 과정에서부터 지역 예산을 '알아서' 배려받는다. 이는 자신의 지역구 현안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상임위의 위원장을 맡아도 마찬가지다.

외교통일위원장은 외유라는 비판을 피하면서도 상대국 국회로부터 극진한 예우를 받으면서 공식적인 해외 순방을 많이 다닐 수 있다. 상임위원장 중에서도 숨은 꽃보직이라 불리는 이유다.

상임위원장은 국회의원으로서의 세비와 별도로 위원장 활동비도 받는다. 위원장 활동비는 매달 600여만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위원장 활동비는 대개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과 별도로 꾸려지는 위원장실 운영 등 필요한 곳에 쓰인다.

하지만 정치자금법상 정해진 범위 내의 후원금만 받을 수 있는 의원들에게는 위원장 활동비가 제법 쏠쏠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특수활동비는 내역이 공개되지 않는 탓에, 위원장이 활동비를 자녀 유학비 등 개인 생활비로 유용한 일이 적지 않게 발생해 오랜 국회의 병폐로 지적돼 왔다.

여야 합의로 설치되는 국회 특위가 거의 회의를 열지 않는 '유령'인데도 위원장 활동비는 매달 꼬박꼬박 지급되는 점도 늘 논란의 대상이었다.

이와 관련해 2014년 8월 세월호 국정조사특위가 사실상 파행하자 당시 위원장이었던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은 '무노동 무임금'을 실현하겠다며 8월분 활동비 전액을 단원고에 기부하는 일이 있었다.

eriw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