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아고라]투표 안하면 벌금?

(서울=뉴스1) 서봉대 기자 = 각종 선거에서의 투표율이 전반적으로 저조해지고 있으며 특히 국회의원 재·보선의 경우 20∼30%대에서 허덕이고 있다. 부재자투표보다 편리한 사전투표제를 지난해 도입한 것도 이같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투표율이 낮아질수록 당선자의 대표성이 더욱 취약해질 수 있으며 궁극적으론 대의민주주의의 기반이 흔들릴 수도 있다.

7·30 광주 광산구 을 보궐선거에선 권은희 후보가 60.6%의 득표율로 당선됐으나 투표율은 22.3%에 불과했다. 결국 전체 유권자들중 13.5%의 지지, 즉 열명중 두명의 지지도 얻지 못했음에도 이 지역을 대표해 의정활동을 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투표율이 떨어지는 상황을 막기 위해 투표하는 걸 법으로 의무화한 뒤 어길 땐 벌금 등의 제재를 가하는 건 어떨까?

27일 오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 해운대구선거관리위원회가 7.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투표독려를 위해 비행선을 날리며 홍보하고 있다. 2014.7.27/뉴스1 ⓒ News1 여주연

우리나라에선 이 같은 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움직임이 있었으나 여론의 반발에 밀려 현실화되지는 못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999년 투표하지 않은 유권자에게 5000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제도를 도입하려 했으며, 18대 국회 때인2009년엔 김희철 민주당 의원이 의무투표제 도입을 위해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외국에선 벨기에· 에콰도르· 호주 등 유럽· 남미· 오세아니아의 일부 국가들이 의무투표제를 실시하고 있다.

실제로 이 제도를 실시하는 나라는 그렇지 않은 나라보다 투표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내에선 의무투표제에 대해 찬·반 양론이 맞서 있다. 투표 참여가 병역의 의무와 같은 시민적 책임과 의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쪽이 있는 반면 선거는 의무이기보다 권리하는 점을 강조, 투표를 의무화하는 것은 선거를 하지않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쪽도 있다.

7·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24일 오전 경기도 수원 원천동주민센터에서 영통구선관위 관계자들이 사전투표소를 설치 후 점검을 하고 있다. 2014.7.24/뉴스1 ⓒ News1 김영진

신율 명지대 교수는 "투표를 안하는 것도 유권자의 의견표시"라며 "의무투표제는 말이 안된다. 도입해선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

신 교수는 "의무투표제를 통해 투표율이 높아지면 당선자의 대표성·정통성 문제는 사라질 수 있겠지만 유권자가 왜 투표를 안하는지를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며 "국내 정치에 염증을 갖고 있는 유권자들은 '투표 해서 뭐 하나. 바뀌는 게 없는데'라고 생각하는 데 이들에게 투표한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반문했다.

덧붙여 "의무투표제가 실시되려면 다당제가 확립됨으로써 유권자들의 선택 폭이 넓어져야 하며 정치가 제대로 돌아간다는 게 전제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강원택 서울대 교수의 경우 "투표에 불참함으로써 현실 정치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는 것도 하나의 선택임에는 분명하나 무관심과 외면이 현실 정치의 문제점을 개혁하는 근본적인 방안이 될 수는 없다"고 지적한 뒤 "건강하고 안정적인 민주주의를 위한 최소한의 시민적 의무에 대한 요구로, 진지하게 의무투표제 도입을 검토할 만한 때가 됐다"고 밝혔다.

이 같은 찬반양론과 관련해 국회 입법조사처 측은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김종갑 입법조사관은 "의무투표제 도입논의에선 위헌여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수반돼야 하며 제도적 효과와 관련해 심층적 토론과 국민적 합의과정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며 "투표율 상승에는 다양한 제도적 요인들이 작용하게 되는 만큼 의무투표제의 투표율 제고효과에 대한 다면적 검토가 수행돼야 적확한 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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