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한달] 재발 방지 입법 "손댈 곳 끝 없어…그간 뭐했나"

참사 발생후 재난 대비 강화 법안, 관피아 방지법안 등 잇따라 발의돼
세월호 방지 입법 작업은 이제 걸음마 떼는 수준

25일 오전 여의도 국회 농림수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회의실에서 경대수 소위원장 주재로 열리는 법안심사소위원회에 법안심사 자료가 쌓여 있다. 이날 법안심사소위에서는 '세월호 참사 방지 법안'에 해당하는 '선박의 입항 및 출항에 관한 법률안'등 77건의 법률안을 심의한다. 2014.4.25/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김승섭 기자 = 지난달 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이후 정치권은 자성과 더불어 다시는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허술한 관련 법안들을 촘촘히 꿰매는 정비 작업에 착수했다.

20년 전(1993년) 정원(221명)을 훌쩍 넘긴 무리한 승선으로 침몰돼 탑승객 362명 중 292명이 희생된 서해훼리호 침몰 참사를 겪었지만 이제까지 우리사회 안전불감증에 무감각했던 정치권은 이제라도 제대로 법을 뜯어 고치겠다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안전 관련 법안 정비는 이제 걸음마 단계로 봐야 할 것 같다. 앞으로 할 일이 산떠미 같기 때문이다. '그간 국회는 도대체 뭘했나'라는 질책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지난달 29일 세월호 침몰 참사에 대한 신속한 구조 및 피해 지원 등을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세월호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가결된 뒤 여야 의원들이 제출한 각종 개정법률안, 제정법률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그동안 재난안전사고 예방과 관련한 우리 법이 얼마나 부실·허술했는지가 드러난다.

1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통해 살펴본 결과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은 약 40여건에 이른다.

재난안전과 관련한 법안부터 학생들에 대한 학교 측의 지도감독 책임 강화 및 안전교육 강화 법안, 이른바 이번 사고의 근본원인으로 꼽히는 관피아(관료+마피아) 방지법까지 다양하다.

우선 국회는 지난달 29일 본회의에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계류돼 있던 항로표지법 일부개정법률안, 연안사고예방에 관한 법률 제정안 등을 서둘러 통과시켰다.

항로표지법은 해양사고가 빈발하는 해역에 선박통항신호표지 등의 특수신호표지를 설치·운영하고 실시간으로 해당 정보를 제공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 골자다..

같은 날 세월호 결의안이 통과되며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공원 및 추모비 건립 추진 △사고 피해자 명예 훼손 행위 배격 △재난대응체계 강화 관련 입법·정책화 등이 실현되게 됐다.

지난 7일 농해수위 법안심사소위에는 해양수산부 장관이 선박시설의 보완이나 대체 등의 조치를 명했음에도 이행하지 않을 때에는 처벌의 수위를 높이는 해사안전법 개정안과 내항 여객선 소유자에게도 여객선 비상수색구조계획서의 작성 및 신고를 의무화하는 수난구호법 개정안이 상정됐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도 학생들의 안전과 관련한 법안을 잇달아 제출했다.

여야 의원들은 학생들을 상대로 재난대비훈련 등 안전교육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안,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학생안전을 위해 종합계획 및 대책을 수립토록 의무화하는 법안, 학교안전사고 피해자들에 대해 심리적 치료를 지원하는 법안을 경쟁적으로 발의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는 소속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희생자 유가족들과 생존자들의 원활한 심리치료를 위해 최소 6개월에서 최대 12개월의 유급휴직 또는 휴업을 보장하는 특별법안(세월호 침몰 희생자 유가족과 생존자의 치유와 회복을 위한 긴급지원 법률안)을 발의했다.

정의당 정진후 의원도 정신피해 치료를 위한 전문상담사를 배치하고 피해지역 학생 지원 등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특별법안을 제출했다.

새누리당 중진인 서청원 의원은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과 피해 지원, 국가재난방지체제 혁신 등을 담은 '세월호 참회 특별법'을 주중에 발의할 예정이다.

그는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기업과 책임자에게 민·형사 책임을 묻는 기업살인죄와 대규모 살인죄를 신설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관피아 방지법도 눈에 띈다. 모두 3건의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새누리당 김재원·윤상현, 새정치연합 이찬열 의원)'이 제출됐는데, 골자는 공무원 퇴직 후 2년간 업무 관련 단체 뿐아니라 공직유관단체·지방자치단체 업무 위탁 수행기관까지 취업을 제한하는 것이다. 이 의원의 법안은 그 취업기간을 1년 더 연장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밖에 세월호 참사 여파로 우리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을 없애기 위한 법안들도 잇따라 제출됐는데 최근 서울시 송파구에서 시내버스 기사의 과로로 발생한 대형교통사고와 관련, 운수종사자의 근무시간을 제안할 수 있는 규정을 둔 법안과 담배를 과세대상으로 해 소방안전세를 지방세로 신설하는 법안 등이다.

김을동 새누리당 의원은 참사 발생일인 4월 16일을 '국민안전의 날'로 지정하는 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잇따르는 서울시 지하철 전동차 사고와 관련해 철도종사자에게 정기적으로 안전교육을 실시토록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철도운영자에게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법안도 있다.

하지만 관피아 방지법과 관련해선 지적도 제기된다. 애초 이를 방지할 수 있었던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안)'은 통과시키지 않으면서 땜질식 처방만 내놓는다는 것이다.

현재는 국회에는 4개의 김영란법이 계류 중인데 전관예우와 일명 스폰서 검사가 문제됐을 때 만들어진 법안인 만큼 △공직자에 대한 부정청탁 △공직자의 금품 수수 △공직자의 사적 이해관계와 충돌되는 직무 수행 등 3가지 행위를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며 이 같은 규정을 어겼을 때 처벌하는 조항을 담고 있다.

cunja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