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기초공천 폐지 '반대' 확산…공약 물 건너가나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지방선거 관련법 소위원회에서 백재현 소위원장과 여야 의원들이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2014.1.8/뉴스1 © News1   허경 기자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지방선거 관련법 소위원회에서 백재현 소위원장과 여야 의원들이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2014.1.8/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김영신 기자 = 기초단체장·기초의원 정당공천 폐지에 대해 새누리당에서 유보 또는 부정적 의견이 높아지면서 지난 대선 당시 공약 이행이 물 건너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근 내놓은 새누리당의 지방선거 개편안을 두고 민주당 등 야당에서 "(기초선거) 공천권 유지를 위한 꼼수"라고 공세를 펴고 있고 개편안 내용을 두고 당내에서도 설왕설래하면서 당론화에 진통을 겪고 있지만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에 대한 부정적 기류는 바뀌지 않고 오히려 강해지고 있다.

기초공천 폐지가 '위헌'이라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한편, 기초공천 폐지에 찬성했던 의원들도 유보적인 입장으로 돌아서면서 공약 실천의 동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0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민주당이 '박근혜 대통령이 기초공천제 폐지에 대한 입장을 직접 밝히라'고 주장하는 데 대해 "이 문제에 대해 정개특위에서 고심을 거듭하고 있고, 정개특위 결론에 따라 정당공천 폐지 여부를 국회가 결정하면 될 일"이라고 반박했다.

최 원내대표는 "여기에 왜 대통령을 끌어들이냐. 결국 (기초공천 이슈를) 정략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으로 밖에 볼 수가 없다"며 "지금 중요한 것은 국민이 먹고사는 민생과 경제살리기"라고 강조했다.

최 원내대표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기초공천 폐지에 따른 부작용이 크기 때문에 아예 폐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공천제 폐지가 마치 선(善)인 것처럼 바라봐서는 안된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 대선 당시 새누리당 총괄선대본부장이었던 김무성 의원은 지난 8일 언론 인터뷰에서 "정당정치 하에서 광역단위는 공천을 하고 기초단위는 공천을 하지 않는 것은 모순이고 헌법에 맞지 않다"며 "잘못된 공약이라면 바꿔야한다"고 밝혔다.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을 보좌하며 공약 입안에 기여했던 핵심 관계자들이 사실상 공천제 폐지 반대로 돌아선 것이다.

새누리당에서 기초공천 폐지에 반대 또는 유보적 입장을 가진 의원들이 드는 근거는 대표적으로 △위헌소지 △지방토호 세력의 난립 △여성·장애인 등의 정치 진출 약화 등이다.

노원구청장 출신이자 정개특위 위원인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뉴스1과 전화통화에서 이같은 문제점들을 지적하며 "정당 정치 하에서 정당 공천제 폐지 자체가 위헌인데, 법을 준수하는 국회가 어떻게 위헌제도를 추진하겠느냐"며 "공천제 폐지 입법을 한다해도 헌법소원이나 위헌심판제청 등을 통해 다시 위헌 판결이 나올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국회의원이 기초단위 선거 공천을 좌지우지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기초공천을 유지하되, 후보 경선이나 오픈프라이머리 등으로 개선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당내 중론이 공천제 폐지 반대 쪽으로 기울자, 공천제 폐지를 지지하던 의원들은 위축되는 모양새다.

한편 당 지도부가 일제히 기초공천 문제를 정개특위에 맡기자고 선을 긋고 있는 것에 대해선 혹시라도 '공약 불이행'이라는 당내 반발이 가시화할 수 있다는 우려때문에 의원총회를 회피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오 의원은 지난 8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국회의원의 기득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타파하기 위해서 당이 정식 논의를 통해 대안을 내는 게 먼저"라며 "논의를 한 후 정개특위에 나가야지, 그렇지 않다면 국민이 당의 의견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시간이 없어서 이번에도 그냥 지나가자고 한다면 무책임하다는 국민의 지탄을 받는다"며 조속한 의원총회 개최를 통한 당론화를 촉구했다.

기초공천 폐지에 찬성해왔던 한 고위 당직자는 이날 통화에서 "개인적으로야 여전히 공천제 폐지를 해야한다고 보지만 공천제 유지를 고수하는 게 당의 중론으로 모아지고 있다"며 "정개특위에서 결론나는 대로 따라야하지 않겠느냐"고 물러섰다.

다른 고위 당직자 역시 "정당이 지방정치를 종속시켜 지방자치에 역행한다는 문제의식 하에 공천제 폐지를 지지해왔다"며 "그러나 현재는 정치환경이 이전과 바뀌었고, 공천제 폐지 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생각"이라고 상당히 변화된 입장을 취했다.

기초공천 폐지 찬성론자들도 공천제 폐지보다는 기존 공천제를 보완하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는 것이다.

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새누리당 뿐 아니라 민주당 내에서도 개별 의원들은 공천제 폐지에 반대하는 의견이 많다"며 "현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게 당의 사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 대선 당시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등 단체들이 '공천제 폐지'를 요구해 양당 모두 포퓰리즘 공약에 편승한 게 사실"이라며 "민주당도 속으로는 공천제 폐지가 흐지부지되길 바랄 것"이라고 주장했다.

eriwhat@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