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국회선진화법 충돌…"손보겠다" "안된다"

與 '다수결 원칙 위배' 헌법소원 등 검토…野 "여야 합의로 만들 땐 언제고"

(서울=뉴스1) 진성훈 김영신 기자 = 최근 민주당이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사건 등과 관련해 국회 의사일정을 잇따라 거부해 결산심사 및 법안 심사가 파행되자 새누리당이 국회선진화법에 대한 헌법소원 검토 등 강경 카드를 꺼내들었고, 민주당은 이에 강력 반발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제 민주당이 시도 때도 없이 국회를 정지시키는데 악용하고 있는 국회선진화법의 운명에 대해 국민에게 길을 물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며 "국회에서 부끄러운 폭력 사태를 없애보자는 결단과 충정에서 만들어진 국회선진화법을 전가의 보도처럼의 마구 휘둘러대는 민주당은 선진화법의 수명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원내대표는 "대화와 타협이라는 합리적인 야당을 전제로 마련된 선진화법은 막무가내식 야당이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맞지 않는 제도라는 것이 판명이 되고 있다"며 "이런 법을 국회선진화법이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코미디 같은 상황이다. 강남 귤을 강북에 심으면 탱자가 된다는 고사를 여실히 입증하는 상황"이라고 비난했다.

새누리당은 이어 이날 국회에서 국회선진화법 개정 태스크포스(TF)팀 회의를 열고 구체적인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회의에서 국회선진화법에 대한 법률 검토 보고를 받은 뒤 위헌심판이나 헌법소원에 관한 구체적 법리 검토를 집중적으로 진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TF팀장인 주호영 의원이 전했다.

주 의원은 "5분의 3이 되어야만, 다시 말해 야당의 허락이 있어야만 법안이나 의안이 통과되는 현행법은 야당이 선의를 갖고 대화와 토론과 타협을 하고 제대로 작동하는 것을 예상하고 만든 법"이라며 "그런데 야당이 이를 무기로 국회 의사일정을 전면 중단하고 법안이나 예산안과도 연계해서 국회를 파행으로 몰고 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보인 마당에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새누리당은 헌법소원과 관련해 이르면 이달 안에 결론을 낼 예정이다.

TF팀 간사인 김진태 의원은 위헌심판이나 헌법소원 주체와 관련, "당내 생각이 다를 수도 있기 때문에 의원 개인이 내는 방법, 뜻을 같이 하는 의원들이 내는 방법, 당이 내는 방법 등을 논의해야 할 일"이라며 "아직 논의 단계일 뿐 결론이 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새누리당은 국회 내에서는 국회법 재개정에 나서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주 의원은 "국회법을 개정해서 보편적인 의회주의의 원리, 다수결 원리가 작동될 수 있게 하되 그 과정에서 여야가 대화와 타협의 공간을 넓혀갈 수 있는 쪽으로 개정안을 준비하는 연구도 하도록 결론을 내리고 회의를 마쳤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여야 합의 하에 만든 국회선진화법을 뒤늦게 문제삼는 데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여당 지도부의 잇따른 국회선진화법에 대한 견해는 대단히 유감"이라며 "국가기관의 대선개입에 이어서 삼권분립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틀과 가치마저 부정하는 발언들"이라고 밝혔다.

김 수석대변인은 "국회선진화법이 야당의 발목잡기를 허용해 준 '국회마비법'이라면, 지난 19대 총선 당시에 새누리당이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주도했던 것은 한낱 정치적 쇼에 불과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총선에서 불리할 것 같으니 국회선진화법을 당론으로 채택, 주도해 만들어놓고 이제는 거추장스러우니 버리겠다는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새누리당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게 되면 헌법재판소가마치 위헌판결이라도 해야 되느냐"며 "헌재를 자신들의 주장을 주문 생산하는 자회사로 전락시키려 하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그는 "삼권분립을 주창했던 몽테스키외가 '풍토법학'을 얘기했는데, 국회선진화법이 우리나라에 적합한지 아닌지 제대로 시행이나 해보고 말하기를 바란다"면서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일 못하겠다고 하지 말고, (국가기관 대선개입) 특검을 수용하면 모든 정국의 교착 상태가 풀린다"고 강조했다.

다만 새누리당 내에서도 국회선진화법에 산파 역할을 했던 황우여 대표와 현 원내지도부 간 온도차가 있는 등 이견이 적지 않아 새누리당이 실제 헌법소원이나 국회법 재개정에 나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국회선진화법 마련 당시 위헌 여부에 대해서는 법률적 검토를 마친 데다 이를 다시 개정하는 작업 역시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야당의 협조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국회선진화법 마련을 주도했던 의원 중 한 명인 김세연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국회법 개정 당시 위헌에 대해 심도 있게 검토했었기 때문에 (위헌소송 등은) 별 성과가 없을 것"이라며 "야당에서 워낙 직무유기에 가까운 행태를 보이니 원내지도부에서 야당 압박 카드로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 게 아닌가 짐작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오죽 답답하면 이렇게 해보나 하는 생각에서 원내지도부 입장도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국회 파행의) 모든 책임을 국회선진화법에 넘기는 건 목수가 연장 탓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tru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