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불복만 되풀이하는 與…'답이 없네'

"'청와대 바라보기'만 계속하나" 문제 제기도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상황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최 원내대표는

(서울=뉴스1) 김유대 기자 = 새누리당이 연일 민주당을 향해 '대선 불복' 공세를 퍼붓고 있다.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이 확산되며 궁지에 몰리던 차에 문재인 민주당 의원의 '대선 불공정' 성명이 나오자 대선 불복 프레임의 한 가운데로 문 의원과 민주당을 끌어들이며 반격을 가하고 있는 형국이다.

대선 불복 프레임으로 야당 공세의 예봉을 꺾고 파문 확산을 차단한다는 전략이지만, 이를 통해 여야 대치 정국을 해소할 길은 요원하기만 하다.

국정원 등의 대선 개입 의혹으로 꼬인 정국은 이미 국정감사를 정쟁의 장으로 변질 시켰고, 국정감사 이후 펼쳐질 대정부질문과 민생법안 처리, 새해 예산안 등도 파행을 예고하고 있다. 이는 결국 여권과 박근혜 정부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상황이 이런데도 새누리당 지도부는 '대선 불복'만을 외칠뿐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감상황점검회의에서도 "대선 불복의 유혹은 악마가 야당에게 내미는 손길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별별 명분과 논리로 감싸려 하겠지만 국민들은 금세 야당의 진의를 알아 차릴 것"이라고 연일 '대선 불복'을 내세워 민주당의 '부정선거' 공세에 맞섰다.

대선 불복 프레임이 여야 대치 정국의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한데도 일차적으로 야당의 공세에 맞서야 하는 처지여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이다.

당 고위관계자는 "(대치 정국 해소를 위해) 민주당에 내줄 카드가 없다"며 "지금 상황에서 어떤 것을 제시한다고 민주당이 만족하겠냐"고 말해 꼬인 정국의 실타래를 찾는데서 한 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의 트위터 글 5만 5689건과 국군사이버사령부의 댓글 작업 의혹 등 추가적인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정황에 대해서도 똑같은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미미한 트위터 글과 댓글 등으로 대선 결과가 바뀌었겠냐는 것이다.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문제가 되는 국정원 SNS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트위터 글의 0.02%에 불과한 것으로 국민들은 대선 판도가 바뀌었다고 정치공세를 하고 있는 분들에 대해 허탈해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같은 새누리당의 입장은 문제의 본질을 비켜나간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트위터 글 등이 대선 결과에 미친 영향과 관계 없이, 국가기관의 선개 개입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인데 본질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 정부 국가정보원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비호할 생각이 없다"고 표면적으로 검찰 수사를 촉구하고 있지만,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 특별수사팀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데 대한 지적도 나온다.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책임자가 공개적으로 '외압'을 거론한 상황에서 오히려 논란을 키우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윤상현 수석은 "검찰 수사팀은 개인적 차원의 일탈 행위까지 조직적인 행위라고 침소봉대하는 논리 비약에 빠진 것은 아닌지 뒤돌아 보라"고 특별수사팀을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당내 한 재선 의원은 "검찰 수사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이야기 하는 것은 오히려 민주당에 빌미를 주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했다.

답답한 정국이 이어지면서 당내에선 결국 청와대가 국면 전환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도 박근혜 대통령의 평소 스타일로 봤을 때 쉽게 이뤄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이 대체적이다. 당 지도부의 논리와 같이 지난 정부 국정원에서 이뤄진 일에 대해 박 대통령이 입장을 내놓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새누리당 핵심 당직자는 "국정원 문제가 국회에서 해결이 어렵다는 것은 지난 수개월 동안 확인됐다"면서 "결국은 박 대통령이나 청와대에서 국면을 전환하는 길 밖에 없지만, 박 대통령이 입장을 내놓는 것도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장선상에서 민감한 정치 현안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새누리당 내 초선 의원들에 대한 문제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과거 국회에선 여야 대치 정국이 악화일로를 겪을 때 초선 의원들의 '쓴소리'가 해법 마련의 단초가 되기도 했다. 이번 사태에서 전체 새누리당 의원(153명)의 절반이 넘는 78명의 초선들은 당 지도부의 논리를 따라가거나 침묵하고 있다.

오히려 일부 초선들은 검찰 수사팀의 수사가 "과장돼 있다"고 기자회견을 여는 등 공개적으로 검찰을 겨냥하기도 했다.

결국은 대치 정국 해법을 촉구하는 당내 목소리가 실종되면서, 여야 정쟁은 더욱 격화되고 '청와대 바라보기'만 계속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yd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