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자 회담' 사전조율 지지부진…채동욱 변수 돌출(종합)

실무진 통해 '물밑 접촉'…회담 성격 등 시각차도 여전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12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홍보수석은 기자회견을 통해

(서울=뉴스1) 장용석 박정양 기자 = 박근혜 대통령과 황우여 새누리당·김한길 민주당 대표 등 여야 지도부 간의 '국회 3자회담'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청와대와 여야 각 당이 회담에서 다뤄질 의제 조율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그러나 이번 회담의 성격 및 주요 핵심 현안에 대한 여권과 민주당의 시각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는 데다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 파문이 정치권에 옮겨붙으면서 회담을 코 앞에 두고도 조율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청와대와 여야 각 당 실무진들은 민주당이 청와대의 회담 제안을 수용한 전날 오전부터 수차례 접촉을 갖고 이번 회담의 성격과 진행 방식, 의제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릴 예정인 박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간의 회담은 지난 2월25일 취임식 이후 박 대통령의 첫 국회 방문이기도 하다.

이에 박 대통령은 회담 당일 먼저 강창희 의장을 비롯한 국회의장단과 여야 대표 및 원내대표가 함께 하는 '8자 회담'을 통해 최근 러시아·베트남 순방 성과를 설명하고, 또 주요 국정과제의 순조로운 이행에 필요한 국회 차원의 협조를 당부할 계획이다.

이어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 황 대표, 민주당 김 대표만 참석하는 '3자 회담'을 열어 각종 국정현안 등에 관한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그러나 '3자 회담'에 오를 세부 의제를 놓고는 청와대와 여야 각 당의 견해차가 여전히 큰 것으로 전해져 "현재로선 그 성과를 장담키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12일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을 통해 여야 지도부에 이번 회담을 공식 제의하면서 "국정 전반의 문제와 현재의 문제점 등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대화에 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 수석은 "이번 3자 회담을 통해 국정 전반에 관해 여야가 (얘기)하고 싶은 모든 문제와 현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해 기존에 국민이 갖고 있는 의구심과 정치권의 의구심을 털고 나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하기도 했다.

청와대의 이 같은 제안은 그간 민주당이 박 대통령과의 대화 의제로 요구해 온 국가정보원의 지난해 대선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한 국정원 개혁 문제 등도 이번 회담에서 함께 논의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기에 충분했다.

그간 청와대는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 사건은 박 대통령과 무관하다"는 이유로 야당의 관련 요구에 대해 공공연히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도 지난달 26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여야 지도부와의 만남은 '민생 회담'이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민생과 거리가 먼 정치와 금도를 넘어서는 것은 국민을 분열시키고 정치를 파행으로 몰게 될 것이다. 그것은 진정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던 청와대가 국정원 관련 문제에 대한 논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현재와 같은 정국 교착 상태가 지속될 경우 향후 국정운영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 경우 이달부터 정기국회 회기가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야당이 국정원 문제를 이유로 '장외투쟁'을 계속하면서 열흘 넘게 '개점휴업'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이로 인해 주요 민생법안 처리 및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심사 등에도 적잖은 차질이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청와대 측은 이번 회담과 관련해 특정 의제보다는 '야당의 국회 등원(登院)을 위해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는데 강조점을 찍고자 하는 분위기다. 회담 장소를 청와대가 아닌 국회로 정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 수석은 "박 대통령은 올 하반기 업무를 시작한 이래로 외교와 국방, 그리고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면서 "이제 국회도 모든 국민이 간절히 바라듯이 하루빨리 정상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번 회담에서 '무엇보다 국정원 문제와 관련한 박 대통령의 유감 표명 등 확실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들이 장외투쟁을 통해 요구했던 사안들에 대해 박 대통령이 '성의'를 보여야만 국회 등원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회담에서 우선 국정원 문제와 관련한 진전된 논의를 거치지 않고서는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강조할 것으로 전망되는 경제활성화와 일자리창출, 전월세란 대책 등 각종 민생 관련 논의로 나아갈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은 원내 지도부를 중심으로 중재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이처럼 회담에서 다뤄질 의제는 물론, 회담의 성격에 대한 청와대와 민주당 간의 근본적인 시각차 때문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은 기본적으로 회담의 의제를 정해 놓지 않은 만큼 민주당이 국정원 문제 등을 충분히 꺼내되 무리한 요구를 통해 정치공세의 장으로 삼아서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이 같은 국정원 개혁 등에 대한 논의에 이어 민생 관련 논의가 중점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회담 의제와 관련, "(민주당이 원한다면) 국정원 개혁에 관해서 허심탄회하고 얘기하는 마당이 되어야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생"이라며 "전월세 대책 등 부동산시장 정상화, 경제활성화 방안, 외국인 투자 촉진, 일본 방사능 수산물 우려, 일자리창출 등 논의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경우 앞서 정치권에선 박 대통령이 국정원 문제에 대해 직접적인 사과보다는 '포괄적 의미'에서 유감의 뜻을 밝히고 개혁 의지를 재천명하는 방안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청와대는 "그 부분에 대해선 아무 얘기도 한 적이 없다"며 거듭 선을 그었다.

이에 따라 회담 전 추가 접촉에서 진전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박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이번 회담을 통해 얼굴을 맞대더라도 기존 입장만 확인하는 자리로 그칠 가능성이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적지 않다.

특히 '혼외아들설'에 휩싸인 채동욱 검찰총장이 전격 사의를 표명한 사태를 놓고 민주당이 청와대의 외압설을 강력하게 제기하면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어 가뜩이나 의제 조율이 어려운 상황에서 또 하나의 돌발 변수로 등장했다.

민주당은 이번 사태를 '청와대의 채동욱 총장 몰아내기'로 규정하고 3자회담에서도 국정원 문제의 연장선상에서 이를 집중 거론할 태세여서 사전 조율에 나선 청와대와 여야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채 총장 '경질'은 국정원 사건을 바라보는 청와대와 여권의 입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며 "현재로서는 3자 회담을 할지 말지도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강경파 일각에선 '청와대의 물타기에 말려들어선 안된다'며 회담을 거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김한길 대표는 이와 관련, 15일 오전 긴급 회견을 갖고 채 총장 사건 및 3자 회담 참석 여부 등에 관한 입장을 밝힌다.

이에 따라 민주당과 청와대 및 새누리당 간 사전 의제 조율도 진통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의제를 두고 협상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ys417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