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네이밍戰…그 참을 수 없는 유혹
네이밍은 정치소비자인 국민들에게 각 정당이 생산한 상품(정책·주장)을 쉽게 설명하는 장점을 갖지만 남발하다보면 진실성이 떨어져 보이는 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네이밍'의 유혹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새누리당은 9일 올해 국정감사를 '응답하라 2013'으로 명명했다.
김기현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국감을 국민 눈높이에서 진행하고자 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앞서 새누리당은 '손가위' 위원회도 출범시켰다. 민생 챙기기와 관련, '손톱밑 가시제거 특별위원회'의 줄임말이다.
김 의장은 "당에서 진행 중인 민생탐방을 통해 실질적으로 해결책을 마련하려는 특위"라며 "가로 막힌 매듭을 싹둑 잘라내 제거해 버리겠다는 뜻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는 '을지로' 위원회가 최근 대표적 네이밍 사례다. 지난 5월 '을(乙)을 지키고 경제민주화를 위해 노력하는 위원회'를 발족시키며 명동과 시청이 있는 서울 중구의 행정구역 이름을 땄다.
여야는 각종 법안에도 네이밍을 하고 있다. 복잡하고 어려운 이름의 법안을 그때그때 부각되고 있는 사회 이슈의 이름을 따 붙이는 것이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전두환 추징법'이 대표적이다. 이 법안의 풀 네임은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개정안'이다.
남양유업 사태로 촉발된 갑을관계 문제와 관련해서는 '남양유업 방지법(대리점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과 'CU방지법(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등이 있다. 모두 '제품 밀어내기'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대리점·가맹점주를 보호하기 위한 법률들이다.
듣기에 친숙한 '최진실법(민법 개정안·친권 자동 부활 금지제)'을 비롯해 '나경원법(공직선거법 개정안·허위사실 유포 처벌 강화)', '정봉주법(공직선거법 개정안·의혹제기 처벌 요건 강화)'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등도 있다.
최근 국가기록원에 있어야할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사라진 이른바 '사초(史草)증발' 사건과 관련해서는 새누리당은 즉각 '사초실종게이트'로 민주당은 '기록관게이트'로 명명하며 맞섰다.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국면에서는 청문회 핵심증인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원판'으로 민주당이 증인채택을 주장하고 있는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과 권영세 주중대사는 '김세'로 칭하며 이들을 합해 '원판김세'라고 부르고 있다.
거슬러 올라가 지난해 전국에 걸쳐 나타난 녹조현상과 관련해 민주당은 이를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4대강 사업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녹조라떼'라는 이름을 붙였다.
인물들에게도 별칭을 붙이는데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현오석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에 대해서는 2011년 저축은행의 뱅크런(대량인출사태)당시 2억원을 인출했다는 이유로 '뱅크런 오석', 김병관 국방부 장관 내정자에 대해서는 비리전력이 있는 무기중개업체에서 2년간 고문으로 일하며 자문료 등을 받았다는 이유로 '브로커 병관'이라 불렀다.
민주당은 또 초대 내각 인선과 관련해서는 내정자들의 면면을 보고서는 "강청약내(강한 청와대, 약한 내각), 육법관(육사·법조계·관료출신)의 인사특징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최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네이밍은 일반 국민들에게 손에 잡히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며 "알기 쉽게 명칭 자체가 무엇을 할 것이고 어떻게 할 것인지를 간결 명확하게 전달해주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그러나 "네이밍을 자주 쓰면 너무 가볍고 진실성이 적어 보인다는 단점이 있다"며 "적재적소에 한 번씩 활용해야지 남발하면 공당으로서 무게감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cunja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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