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11월22일'…文-安에게 있었던 일은

대선평가위 "安의 마지막 제안 文에게 불리한 것 아니었다"
'안철수 후보직 양보전제 민주당 입당제안' "제기했을 가능성"

대선후보등록일을 단 이틀 앞두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단일화 협상이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야권후보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 문항으로 문 후보는 야권단일후보 지지도를 안 후보는 박근혜 후보와의 일대일 가상대결을 선호하고 있다. 사진은 23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단일화 협상과 관련한 선대위원장단과 비공개 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며 당사를 나서는 문 후보(왼쪽)와 종로구 공평동 진심캠프에 도착해 기자들의 질문공세를 받고 있는 안 후보. 2012.11.23/뉴스1 © News1 (서울=뉴스1)이광호, 박정호 기자

민주통합당 대선평가위원회가 야권후보단일화 협상과정에서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가 사퇴하기 직전 제안했던 '단일화여론조사' 방안이 "안 후보에게 명백히 유리한 안이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해석해 파장이 예상된다.

9일 공개된 대선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안 전 후보는 문재인 전 후보와 지난해 11월 22일 양자회동을 가졌고 협상이 결렬되자 '마지막 제안'이라며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가상양자대결 50%+지지도 50%로 단일화룰(규칙)을 정하자고 제안했었다.

평가위는 보고서를 통해 단일화 협상과정을 재구성하면서 '마지막 제안'의 합리성 문제에 대해 "전체 협상과정의 귀결은 진심캠프의 '마지막 제안'에 응집된다고 할 수 있고 따라서 그 제안이 가능한 유일한 무작위 방법(즉 양자가 동등한 가능성을 가지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있는)이었는지가 중요한 문제"라며 이 같이 밝혔다.

평가위는 "주목할 점은 이 제안은 후보 간 양자회동에서 양보협상이 결렬된 이후에 나왔다"며 "통상 후보 간 회담은 협상이 실무적으로 완결된 합의안을 승인하는 형식이거나 모든 실무적 협상의 결렬 이후에 제기되는 것임을 생각하면 안 후보 캠프의 행보는 특이한 점이 보인다"고 밝혔다.

평가위는 "이런 특이성을 설명하기 위해서 상황을 합리적으로 재구성해 본다면 안 후보 캠프는 후보 간 양자회동 전에 이미 적합한 무작위 방법의 합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볼 수 있다"며 "그랬기 때문에 양자회동에서 양보 문제를 제기했다고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평가위는 "그런데 양자회동도 결렬되었다"며 "그 다음에 나온 마지막 제안은 오차범위 내의 불리함이 있지만 최종적 결렬을 막기 위해 제기하는 불가피한 안이거나, 마침 그 시점에서 무작위화된 방법이 안 후보 편이 수주한 조사기관에 의해서 보고된 경우이거나일 것인데 어느 쪽이든 안 후보에게 명백히 유리한 안이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평가위는 "안 후보 편의 마지막 제안은 문 후보로서는 충분히 해볼 만한 여론조사 방법이었다"고 주장했다.

평가위는 그 근거로 "문 후보 캠프가 진심 캠프의 마지막 제안에 따라 시뮬레이션 조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는 문 후보가 우세하며 주말 조사를 실시할 경우에도 박빙의 승부가 예상된다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평가위는 "이 결과를 보고 받은 문 후보는 결단을 내리지 않았다"며 "이 결과를 특사에게 전달해 회담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으려 고 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평가위는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다음 날 다시 한 번 후보 간 회담이 할 수 있고 문 후보가 '마지막 제안'을 통 크게 수용하는 모습을 취함으로써 우위를 지키려 한 때문"이라며 "통 큰 결단의 이미지를 추구하다가 통 큰 결단의 순간을 놓친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논란이 된 안 전 후보의 자신으로 단일화 될 경우 '민주당 입당제안'설에 대해서도 "11월 22일 회동의 핵심의제는 양보협상이었으며 양보 문제를 둘러싸고 두 후보 사이에 감정적 '격앙'과 '격론'이 있었다는 점에서는 양 편의 증언은 일치했지만 문 후보의 양보에 따른 안 후보의 민주당 입당 제안은 쌍방의 기억이 매우 다르다"고 밝혔다.

평가위는 '안 후보가 민주당 입당을 제안했을 가능성'을 전제로 "22일 회동에서 안 후보가 문 후보에게 양보를 요구하면서도 민주당 입당 같은 조건을 제시하지 않았다면 안 후보는 그야말로 협상의 기본을 도외시한 채 막무가내 양보를 요구한 것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평가위는 "문 후보는 무엇인가 양보에 대한 보상안을 구상하고 회동에 나갔는데 안 후보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가정은 하기 어렵다"며 "이런 점을 고려할 때 회동에서 안 후보가 민주당 입당 제안을 했을 가능성은 협상의 기본상식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평가위는 그러면서 "그렇다면 왜 문 후보 쪽은 그런 제안을 들은 바 없다고 기억하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며 "두 후보는 엄청난 심리적 하중 속에서 회동을 했으며 이런 경우 안 후보는 제안을 했지만 문 후보는 그것을 알아듣지 못할 수 있다"고 추론했다.

평가위의 이 같은 추론을 안 전 후보가 문 전 후보에게 입당을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는 논란과 더불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미래대통령 발언 요구' 논란의 재 점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 내 친노(친노무현) 주류 측은 '안철수 민주당 입당제안'설에 '미래대통령 발언 요구' 주장으로 맞서며 안 후보 측과 공방을 벌인바 있다.

cunja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