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도 골라 듣는 '선택과목제' 도입…교육까지 현대화에 박차

2차 12년제 의무강령에 따른 새로운 교육과정 실시
지난해 선택과목제 시범 도입, 올해 공식 도입…"장기적 운영은 미지수"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3일 중등교육부문에서의 선택과목제 도입 성과를 강조했다. 신문은 "지난해 4월부터 평안남도 회창군과 황해북도 송림시, 함경남도 정평군 안의 고급중학교들에서 선택과목제가 시험적으로 실시됐다"라고 보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윤주현 기자 = 북한이 최근 고급중학교(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의 소질과 적성에 따라 교육 과목을 나누는 '선택과목제'를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학생들이 직접 희망하는 과목을 지망할 수 있고, 학생의 교원평가제도 도입하며 북한이 전 국가적인 기조에 따라 보통교육 분야에서도 '현대화'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23일 "제2차 전반적 12년제 의무교육강령에 따르는 새로운 선택 교육 과정의 실시는 새로운 교육 구조의 확립을 의미하는 또 하나의 변혁으로서 중등교육을 선진 수준에 올려세울 수 있는 확고한 토대"라고 보도했다.

앞서 북한은 2024년부터 '제2차 전반적 12년제 의무교육강령'에 따른 선택과목제를 일부 학교에 시범 도입했다. 북한은 지난 2012년 11년 의무교육제에서 벗어나 소학교를 5년제로 1년 늘리고, 6년제 중학교를 각각 3년제 초급중학교와 고급중학교로 나눈 '전반적 12년제 의무교육'를 도입한 바 있다.

이후 북한은 우리나라 고등학교에 해당하는 고급중학교에도 학생들이 소질과 희망에 따라 문·이과, 예능, 체육, 기술 등의 전공과목을 골라 배우는 선택과목제의 도입을 추진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 2023년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6차 전원회의에서 "나라의 교육 구조를 선진 교육으로 갈 수 있는 교육 구조로 고치며 교육내용과 방법을 더욱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선택과목제 도입을 직접 제안했다.

북한은 과거 교육 제도로는 다양한 분야, 그중에서도 과학 기술 인재를 충분히 양성하기 어렵다는 내부의 문제의식에서 교육 과정 개편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분야별 전문 인재를 육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 국가적 사업인 과학 기술과 산업 발전을 뒷받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 총비서 또한 지난 3월 최고인민회의 제15기 제1차 회의에서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적극적으로 늘리고 과학기술과 생산의 일체화를 강력히 추동하고 장려하며 과학·기술 인재들을 우대하는 조치를 보다 강화해야 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은 지난해 4월부터 평안남도 회창군과 황해북도 송림시, 함경남도 정평군 내 고급중학교에서 선택과목제를 시범 운영했다. 신문에 따르면 약 1000명으로 구성된 교재집필진이 학교급과 학년, 과목별 특성에 맞는 교재를 새로 집필했다. 교과서 종류는 기존보다 3배로 늘었으며, 전체 공급량도 대폭 확대됐다고 한다.

"'기술반'도 대학 갈 수 있다"…의식 전환 다그치며 현대화에 총력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3일 제 2차 전반적 12년제 의무교육강령에 따른 교육 성과를 강조했다. 신문은 일부 중학교에서 선택과목제가 실시돼 학생들이 자기의 소질과 취미, 희망에 따라 과목을 배울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신문은 24일 선택과목제를 시범도입한 회창군의 사례를 통해 제도 시행 방법과 효과를 더욱 자세하게 선전했다. 신문은 제도를 시범적으로 도입한 회창군의 사례를 언급하며 "군에서는 모든 학생이 자기의 소질과 개성에 따라 마음껏 재능을 꽃피울 수 있게 이과, 문과, 예능, 체육, 기술 분야의 선택 교육을 진행하고 있고, 그중에서 기술과목은 10여 개나 된다"라고 했다.

신문에 따르면 학생들이 학급담임교원과, 학부모와의 충분한 협의를 거쳐 1지망, 2지망을 제출하면, 군은 수요와 실습 조건을 고려해 과목을 배정한다.

지도교원(교사)들의 책임과 역량 강화를 위한 '학생평가제도'도 새로 시행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10여 개 과목 담당교원들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종합해 교원별로, 학교별로 등수를 내는 방식이라고 한다.

실습 중심 교육도 확대되고 있다. 기계기술반에서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기계부속품을 설계하는 교육 과정이 운영되고 있다. 학생들이 트랙터를 직접 운전하고 부품의 성능까지 익히는 실습 사례도 신문에 소개됐다.

아울러 신문은 "일부 교원들과 학부모들은 공부를 잘하고 대학 입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이과반으로만 가는 것으로 여기는데, 그것은 잘못된 견해"라며 새로운 교육과정 아래 기술반을 졸업한 학생들도 지망하는 대학으로 갈 수 있다고 선전했다.

북한은 대대적인 교육 개혁을 통해 과학 발전과 지방 발전에 필요한 인재들을 대거 양성하겠다는 계획으로 보인다. 이를 거꾸로 말하면 김정은 체제 들어 지속 추진한 과학 발전과 지방 발전을 위해 교육의 혁명이 절실해졌음을 느꼈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다만 만성적인 경제난에 허덕이는 북한이 선진화된 교육 제도를 효과적으로 길게 운영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실험·실습 인프라가 중요한 이과 분야의 경우 모든 학교가 충분한 교육 여건을 갖추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평양과 지방 간 심각한 교육 격차도 걸림돌이다. 선택과목제를 비롯한 교육 개혁이 전국적으로 시행되더라도 교육 시설과 교원, 실습 장비가 부족한 지방에서는 제도의 실효성이 제한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gerra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