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中 전승절 참가, 북한판 '안러경중' 의도"

전략연 이슈브리프…"中과 관계로 대미 협상 카드 더 많아질 것"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뉴스1 DB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지금까지 다자외교 무대에 나서는 것을 꺼려 온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중국 전승절 80주년 행사에 참석하는 배경에는 러시아와는 군사·안보 분야 협력을, 중국과는 경제 협력을 다지고자 하는 이른바 '안러경중'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2일 발간한 이슈브리프 '김정은의 중국 전승절 80주년 참석 의도와 파장' 보고서에서 최근 북러관계가 상당한 진전을 보였지만 북중관계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며, 북한이 대외관계에서 러시아에 기울어진 불균형을 바로잡고자 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북한은 이번 행사를 통해 군사·안보 분야에서의 러시아와 협력을 지속하면서 경제 분야에서는 중국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북한판 '안러경중'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김정은 방중의 대가로 중국이 제공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선물은 경제 분야에서의 교류·협력 확대일 것"이라며 "최근 북한과 중국 간 무역 현황을 보면 여전히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고, 김정은은 이번 중국 방문을 통해 북중 간 경제 교류·협력을 활성화하려고 시도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최근 완공된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서라도 중국인 관광객과 투자가 뒷받침돼야 하므로 이번 행사를 계기로 중국과 경제 협력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김 총비서의 이번 방중에는 북중러 연대를 통해 대미 협상을 대비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다.

보고서는 "김정은이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는 가장 중요한 목적은 북중러 연대를 통해 북미협상을 대비하고 미국과의 협상력을 제고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북미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러시아는 물론 중국과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할 수 있다면 미국과의 협상에서 더 많은 카드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며 "그동안 다자무대에 등장하는 것을 꺼려왔던 김정은이지만 혹시 있을지 모르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의 지지 확보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행사를 통해 북한의 의도대로 북중러 연대가 형성되고 굳어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보고서는 "북중러 연대가 형성되더라도 북중러 삼국의 결속력이 한미일과 동일한 수준이 될 수 있는지, 북중러 연대가 대등한 관계인지, 주도권 경쟁은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는지 등이 과제로 남을 것"이라며 "중국은 불량국가로 평가받는 북러와 일정한 거리두기를 해왔고, 신냉전 구도가 중국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평가하며 북중러 진영화에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고 짚었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