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언서' 경계하는 北, 오늘부터 러시아 관광객에 원산 개방

"서방 관광객 길들이다 관리 가능한 수준서 개방할 듯"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4일 "동해의 명승 명사십리에 우리 식의 해안관광도시, 인민의 문화 휴양지가 웅장하고 화려하게 솟아났다"며 연일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를 홍보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북한이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를 러시아 관광객에게 개방하고 오는 10월 무역박람회를 계기로 평양을 방문할 관광객을 모집하는 등 관광 산업 활성화에 다시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개방과 통제를 모두 잡아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 북한 관광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지 주목된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단체 관광객들은 7일부터 8일간의 일정으로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를 방문한다.

러시아 여행사 보스토크 인투르는 7월과 8월 갈마지구 패키지여행 상품을 1인당 1840달러(약 251만 원)에 내놨다. 이 패키지 상품에는 평양에서 원산까지 가는 항공편, 갈마 리조트에서의 4박, 마식령스키장 견학 등이 포함됐다.

앞서 북한은 지난 2월 한국인과 미국인을 제외한 외국인들에게 나선(나진·선봉) 경제특구 관광을 재개했다가 3주 만에 돌연 중단했다. 북한이 나선 지역의 관광을 재개한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국경 폐쇄 조치 후 5년 만이었다. 북한은 지난해 평양 등 일부 지역에서 러시아 관광객만 관광을 허용했다.

갈마지구 개방은 지난 4월 평양 마라톤 대회를 제외하곤 외국인 관광객이 5개월 만에 정식으로 관광을 위해 북한 땅을 밟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북한은 갈마지구를 필두로 관광 산업을 확장하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열릴 노동당 9차 대회를 통해 새로운 관광지구 개발을 결정할 예정이다.

오는 10월에는 평양에서 열리는 추계국제무역박람회(PITF)를 계기로 평양 관광도 재개될 예정이다.

다만 북한은 언론인, 여행 콘텐츠 제작자, 인플루언서의 참여를 금지했는데, 이는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부정적인 이미지가 대외적으로 노출되는 것을 차단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북한이 지난 2월 나선 지역 관광을 3주 만에 중단한 이유도 서방 관광객이 소셜미디어에 북한의 실상과 관련해 부정적인 후기를 올린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개방과 통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졌고, 김정은 자신도 이를 잘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며 "지금은 서방 관광객들을 길들이면서 '북한에서 관광하려면 이래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임 교수는 그러면서 "어느 정도 관리가 가능하겠다는 자신감이 붙으면 인플루언서나 콘텐츠 제작자들의 방북도 허용하면서 좀 더 개방적인 모습을 띨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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