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사진]더 이상 '얼음보숭이'는 없다
- 서재준 북한전문기자
(서울=뉴스1) 서재준 북한전문기자 = 많은 사람들이 북한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 중 하나는 북한에서 아무도 '외래어'를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외래어를 '제국주의' 산물로 여기는 사상 때문이란 것인데, 일례로 북한에서 아이스크림을 '얼음보숭이'로 부르는 줄 아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을 것이다.
그런데 아이스크림은 이제 북한에서도 명실공히 '아이스크림'이 됐다.
지난 27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평양 인근 대성산의 '대성산아이스크림공장'의 준공식 소식을 전했다.
신문은 이 공장이 '인민들과 어린이들이 즐겨 찾는' 아이스크림과 건강음료를 만들기 위해 건설됐다고 전했다. 특히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직접 발기해 공장의 터도 잡고, 설계와 건설역량도 편성했다고 강조했다. 공장 입구 간판에 걸린 소프트 아이스크림 모형도 눈에 띄었다.
북한에 '얼음보숭이'란 말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과거 북한이 외래어 사용을 지양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1990년 초반 북한 사전에서 이미 '얼음보숭이'란 말이 사라진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 내부의 언어문화 변천이 꽤 오래됐단 뜻이다.
한국에서 '북한은 조선말만 쓴다'는 게 정설처럼 된 데는 북한과의 이념 대결이 치열하던 과거 시대상도 반영돼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그렇지만 북한에서 공장 이름에 '아이스크림'이 들어간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도 내부적으로 통용되던 용어를 공식화하기까지 꽤 시간이 필요한 체제임엔 분명해 보인다.
얼음보숭이에서 아이스크림까지의 변화 사이엔 '에스키모'가 있었다. 북한이 아이스크림, 빙과류를 '에스키모'라고 불렀던 이유는 러시아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특정 브랜드 명칭이 아이스크림 전체를 통칭했던 것이란 얘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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