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100℃] 평양 시민들은 왜 물고기를 받고 좋아했을까
'삼시세끼'를 통해 풀어본 남북의 어촌 생활
- 이설 기자
(서울=뉴스1) 이설 기자 = "수도의 곳곳에서 사회주의 바다 향기를 풍기며 물고기들이 수도의 시민들에게 공급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연말을 맞아 수도 평양 주민들에게 물고기를 보냈다는 소식이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전해졌다. 당시 '물고기 덩어리'를 받고 기뻐하던 평양 시민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다. 언제, 어디서나 물고기를 구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서는 나라로부터 물고기 선물을 받는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인 터다.
지난주 막을 내린 tvN 예능 '삼시세끼 어촌편5'을 보다가 문득 이 물고기 덩어리가 생각났다. 프로그램의 취지는 도시에서 쉽게 할 수 있는 한 끼 때우기를 낯선 곳에서 가장 어렵게 해 보자는 것이란다. 패스트푸드, 배달음식이 익숙한 도시민들에게 어촌은 한 끼를 때우기 쉽지 않은, 충분히 낯선 곳이었다. 남한의 어촌에서 물고기를 받고 좋아하던 평양 시민들의 마음을 이해해 볼 수 있을까.
◇북한 인민들도 취미로 즐기는 낚시
'삼시세끼'의 묘미는 '세미프로' 출연진들의 활약이다. 그중 배우 유해진은 수준급 낚시 실력으로 세끼 식재료를 책임지고 있다. 그는 이 곳에서 생계와 취미 사이의 낚시를 즐긴다. '시간이 나길래' 배 면허까지 딸만큼 어촌 생활에 몰입한 모습이다.
북한에도 취미 낚시를 즐기는 인민들이 생각보다 많다. 우리의 동호회격인 북한의 '낚시질애호가협회'는 전국 각지 수천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협회가 지급한 회원증을 소지하고 있으면 낚시도구 매점 등에서 각종 도구를 우선으로 구입할 수 있다.
이들은 또 매년 열리는 '전국 낚시질 대회'에 참가할 자격을 얻는다. 대회는 2002년 10월 대동강에서 시작됐으며 지난 2018년에는 처음으로 강원도 고성군 앞바다에서 '바다낚시'로 진행됐다. 낚시꾼들은 스스로 제작한 대낚시, 기계낚시, 줄낚시 등 도구를 이용해 여가시간에 습득한 기술을 발휘한다고 한다.
북한 매체에 따르면 취미 낚시는 민족문화유산, 전통문화 등을 중시하는 북한이 이를 권장한 데 따른 것이다. 물론 식량난 해결이 시급한 북한 인민들이 마냥 취미로만 낚시를 하긴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즐기는' 낚시는 성취감과 식량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일석이조의 활동일 것이다.
◇북한에도 형배ya(야)호가 있을까
낚시꾼(?) 유해진이 '형배ya(야)호' 선장이 된 것처럼, 북한에서도 어업에 나서는 인민들은 소형 배를 이용하곤 한다. 지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강원도 삼척항에 정박한 소형 목선이 떠올리면 쉽다. 당시 엔진이 탑재된 약 10m 길이의 목선에는 다수의 어구와 오징어, 쌀 등이 적재돼 있었다. 표류하는 과정에서 고장이 나긴 했지만 GPS도 소지한 상태였다.
통일부의 북한정보포털에 따르면 북한 어선은 크게 무동력 어선과 동력어선으로 구분하고 있으며 약 1500여 척의 동력어선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연안어업에는 주로 무동력 어선이 이용되고, 약 4000~9000척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한다. 다만 북한 어선은 전시에 대비하는 보조함정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관련 정보가 제한적이다.
특히 집권 이후 줄곧 수산업 성과를 독려해 온 김 위원장은 2015년 어민들에게 황금해호, 단풍호 등 표준 어선을 개발해 보급하기도 했다. 물론 이는 먼바다에 사용하는 '철선'으로 취미 낚시와 밀접한 관련이 있진 않지만, 김 위원장이 얼마나 어업에 관심을 쏟았는지 가늠해 볼 수 있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기관지 조선신보 보도에 따르면 단풍호는 트롤과 건착, 저인망 등 기존에 여러 척의 어선이 수행하던 기능을 모두 합쳐 놓은 어선으로 사시사철 수심, 해류에 관계없이 물고기를 잡을 수 있다고 한다.
다만 최근 들어선 어선 어업보다는 양어·양식이 강조되고 있는데 이는 대북 제재의 여파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지난달 30일 발간한 '북한해양수산리뷰'에서 "대북제재로 인한 유류 부족으로 어선 가동률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어획량 감소와 직결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전망했다.
◇남북이 문어·도미·장어를 다루는 방법
월척을 낚는 것만큼 맛있게 요리를 해 먹는 것도 중요할 테다. 세끼 식구들은 죽굴도에서 총 28끼 45개 메뉴를 만들어 먹었는데, 손호준은 그 수많은 음식 중 다시 먹고 싶은 음식으로 '문어 짬뽕'을 꼽았다. 북한에서도 문어 짬뽕을 먹을 수 있을까.
일단 북한에서 문어는 동해 인근에서 양식업으로 키우기에 적합하다고 한다. 홈페이지 '조선의 료리'에는 문어 짬뽕은 없었지만 문어숙회, 문어 튀기(김), 문어꼬치구이, 문어무침, 문어회, 문어 냉채, 문어 석박김치, 문어 식혜, 문어포 등 다양한 요리 방법이 소개돼 있다. 그만큼 활용도가 높은 재료인 모양이다.
이 중 삼시세끼에서도 선보인 문어숙회는 '더 맛있게 먹는 방법'까지 소개돼 있다. 조선의 료리는 "조상들은 신선한 물고기를 투박하게 썰거나 작게 썰어서는 생선의 고유한 맛을 볼 수 없다고 하여 대체로 입에 넣으면 혀에 사르르 감기면서 씹힐 정도의 크기로 얇게 썰었다"라고 설명했다. 차승원이 선보인 문어숙회는 이 조리법을 잘 따른 것 같다.
삼시세끼에서 회라면 빠질 수 없는 게 참돔(도미) 회다. 유해진은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참돔을 낚은 순간을 꼽았다. 지난 시즌부터 시작해 무려 5년(?)을 기다렸을 정도다. 그렇게 고생해 낚은 참돔은 차승원에 의해 회로 만들어지고 나머지 뼈와 살들은 매운탕으로 재탄생한다.
'조선의 료리'는 식재료 도미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도미는 생김새가 아름답고 고기 맛이 좋은 고급 어족이다. 예로부터 도미 가운데서 으뜸으로 쳐준 것은 다도해의 도미였다. 도미는 살이 희고 고소하므로 회를 쳐서 먹거나 국, 탕, 찜, 전골, 구이 등을 해 먹을 수 있다." 그래서인지 홈페이지에는 도미탕, 도미찜, 도미전골 등 도미를 이용한 요리가 다양하게 소개돼 있다.
참돔과 달리 '죽굴도 5대장 중' 하나인 붕장어는 기대도 안 했던 통발로 들어오는 반전이 연출된다. 차승원은 힘이 좋은 붕장어 앞에 잠깐 당황하지만 이내 완벽하게 요리해낸다. 북한도 "옛사람들은 소서 때의 뱀장어는 인삼과 같다고 하였다"라고 하는데, 장어의 효능은 남북을 가리지 않는 모양이다.
취미든, 생계든 '한 끼'에 대단한 수고가 담긴다는 건 남북이 공통인 것 같다. 세끼 식구들 중 요리를 담당하던 차승원은 손호준과 함께 낚시에 나섰다가 유해진(혹은 낚시꾼)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처음엔 '바다도 보고 나름 괜찮겠다'라고 그랬는데 그게 아니더라는 거야. 외롭고 고단하고 심적인 부담이 컸겠구나. 뭐라도 잡아와야 되는데 이런 거 되게 힘들었겠다."
아마 식재료의 소중함에 무감각해진 도시 시민들에게도 와 닿는 말이었을 것 같다. 물고기 덩어리를 최고지도자의 '은정'이라며 받아 안은 평양 시민들도 이런 마음이었을까. 식재료의 소중함이 새삼 크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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