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아시안게임 역도 금메달 '싹쓸이'…남북 교류엔 끝내 '철벽'
금메달 7개 모두 역도서 획득…세계신기록 15개·종합 12위
한국 취재진 접촉 거부·기자회견 취소…'적대적 두 국가' 기조 재확인
- 윤주현 기자
(서울=뉴스1) 윤주현 기자 = 북한이 이번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역도 종목에서만 금메달 7개를 따내며 '역도 강국'의 면모를 과시했다. 지난 항저우 대회보다 선수단 규모가 절반 가까이 줄었지만 종합 순위 12위를 기록하며 국제 스포츠 경쟁력을 입증했다.
그러나 북한은 대회 기간 내내 한국 취재진과의 접촉을 피하고 일본 측의 대화 시도에도 응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북한이 민간 교류의 기회로 여겨지던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도 폐쇄적인 대외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 7일 나온다.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AINAGOC)에 따르면, 북한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7개, 은메달 13개, 동메달 9개(총 29개)를 획득해 종합 순위 12위를 차지했다.
북한이 가장 빛났던 종목은 단언컨대 '역도'였다. 북한은 이번 대회 금메달 7개를 모두 역도에서 차지하는 진기록을 작성했다. 북한 여자 역도 간판 리성금(여자 49㎏급)은 아시안게임 3연패를 달성했고, 여자 69㎏급의 송국향 또한 인상·용상·합계 세계기록을 경신하며 금메달을 따냈다.
지난 대회 금메달 1개에 그쳤던 남자 역도에서도 로광렬(남자 85㎏급) 등 3명의 금메달리스트가 나왔다. 북한 역도 대표팀은 대회에 참가한 10명 전원이 메달을 따내고 총 15개의 세계신기록을 작성했다.
복싱, 레슬링, 축구 등 다른 종목에서는 금메달을 가져오진 못했지만, 비교적 선전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북한 레슬링 선수단은 9명 중 5명이 결승에 진출하는 성과를 거뒀으나, 모두 패배하며 은메달 5개를 수확했다.
북한 복싱 간판 방철미는 여자 54㎏급 결승전에서 판정패하며 은메달을 획득했다. 세계적인 강호로 꼽히는 북한 여자 축구 대표팀은 결승전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준우승에 머물러야 했다.
3년 전 항저우 대회보다 선수단 규모는 절반 가까이 줄었지만, 최종 순위는 두 계단 하락(10위→12위)에 그쳤다. 대회를 앞두고 고철호 북한 올림픽위원회(NOC) 서기장이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보다 참가 선수단과 종목 수는 적지만 더 많은 메달을 딸 것으로 기대한다"는 말이 일부 이뤄진 셈이다.
이번 대회에서 세계 신기록을 잇달아 수립한 북한은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의 경쟁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특히 역도 등 전통적인 강세 종목을 중심으로 인프라 확충과 선수 육성에 공을 들이며 세계적인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이번 아시안게임은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기조를 재확인한 다소 '씁쓸한' 대회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일국 체육상과 박천종 선수단장 등은 일본 입국 때부터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고 자리를 피했고, 북한 대표팀도 대회 기간 내내 우리 취재진과의 접촉을 피해 왔다.
아시안게임(OCA 규정 및 국제대회 관례)에서 입상자 및 감독의 공식 기자회견 참석은 의무이지만, 북한 선수단 일부는 한국 기자들이 있다는 이유로 기자회견을 돌연 취소하기도 했다. 기자회견장에서는 '북한' 호칭을 두고 북한 선수가 불쾌감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일도 반복됐다.
국제 스포츠 대회는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교류의 장'으로 꼽혀왔다. 남북 선수단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고, 일부 고위급 인사들 또한 대회에 참석하는 만큼 남북 간 접점이 넓어지는 몇 안 되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실제 남북은 2000년대 초반 부산 하계아시안게임, 아오모리 동계아시안게임·대구 유니버시아드, 2004년 아테네 하계올림픽,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도하 하계아시안게임 등 다수의 국제 무대에서 북한과 함께 손을 잡고 개회식에 입장했다.
남북 관계가 경색 국면이었던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당시에는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당 비서, 김양건 대남담당 비서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인천을 방문해 고위급 교류의 장을 마련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은 2018~2019년 사이 남북 화해 국면을 여는 신호탄이기도 했다.
다만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국제 스포츠 행사를 통한 북한과의 관계 개선은 당분간은 쉽지 않다는 점이 재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5월 북한 여자축구 클럽팀인 '내고향여자축구단'(내고향)이 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준결승전을 계기로 방한했지만, 당초 정부가 기대했던 유의미한 접촉은 전무했다.
경색 국면 속 치러진 이번 아시안게임 또한 국면 전환에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가 김 체육상에게 직접 접근해 대화를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가 추진한 북일 고위급 물밑 교류도 불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지난 2023년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공식적으로 선언한 이후, 한국과의 교류를 일체 끊은 상태다. 북한은 군사분계선(MDL) 이북으로 영토를 한정하고 국경 요새화 작업에 나서는 등 적대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북한이 이제는 스포츠 행사를 '남북 교류의 장'으로 보기보다는 '국제 대회 참가'에 의의를 두고 있음이 이번 대회를 통해 재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년 충청 하계 세계대학 경기대회(유니버시아드) 등 향후 예정된 대회에서도 남북 간 교류가 재개될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gerrad@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