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행보 땐 도발 없다' 공식 깬 北…AG 참가하고 동해엔 미사일 폭격

'적대국'인 일본에 아시안게임 선수단 정식 파견…'정상국가' 행보
'비핵화' 비난하고 무차별 미사일 도발…김정은도 군수공장 시찰

우태룡, 황효순을 필두로 한 북한 선수단이 19일 오후 일본 나고야 팔로마 미즈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개회식에 입장하고 있다. 2026.9.20 ⓒ 뉴스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북한이 일본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AG)에 선수단을 보내 국제대회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도 연이어 복합적 군사 도발을 단행하면서 군사적 위협 수위를 높이는 이중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통상 평화적 성격의 국제대회 참가 때는 주변국과 대화를 시도하거나 지역 정세를 긴장시키는 도발을 자제해 온 북한이, '남북 두 국가' 선언 이후엔 이 같은 공식도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 21일 제기된다.

북한은 전날인 20일 오후 3시쯤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하는 도발을 진행했다. 같은 날 오후 5시 50분쯤에도 추가로 1발의 SRBM을 발사한 것으로 파악된다. 수 시간의 시차를 두고 두 번의 도발을 단행한 것으로, 이 같은 방식의 도발은 지난 4월 이후 처음이다.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만 놓고 보면, 지난 12일에 이어 8일 만에 다시 무력시위에 나선 것이다. 특히 20일의 도발은 지난 19일 아이치·나고야 AG의 공식 개막식이 열린 직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북한 선수단이 파견된 일본 쪽으로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을 단행한 특이한 행보라는 것이다.

과거엔 스포츠가 '대화의 장'…이번엔 군사 도발 병행하고 대화는 거부

과거 북한은 국제 스포츠 대회 참가를 대외관계 개선의 계기로 활용했다. 남북 관계가 좋지 않았던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때도 전격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한 북한은, 지난 2018년 1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직접 평창 동계올림픽에 선수단 파견 의사를 밝히면서 대대적인 대화 국면을 전개했다. 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과 남·북·미의 비핵화 회담이 모두 이때 열렸다.

2000년대 초반 북한 응원단의 남한 파견 등도 김대중 정부의 '햇빛 정책' 추진 이후 달라진 북한이 '스포츠'를 매개로 남북 대화를 끌어가기 위해 내린 선택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이번에는 국제대회 참가와 '평화'라는 개념을 뚜렷하게 분리하고 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주요 군수공장을 잇달아 시찰하며 무기 생산과 현대화를 강조했다. 이 기간 김 총비서가 둘러본 무기는 탄도미사일과 대구경방사포, 자폭 드론 등으로 파악된다. 이는 지난 12일 북한이 단행한 도발 때 동원된 무기로 추정된다.

북한은 성격이 다른 여러 무기체계를 한 번에 동원해 진행한 12일의 군사 도발이 '전략무기 종합관리체계'에 따른 '협동화력습격훈련'이라고 밝혔다. 이는 다양한 전략무기를 하나의 지휘체계하에서 운용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북한이 한미의 방어력에 지장을 주기 위해 '다종의 무기를 일시에' 동원하는 공세적 전략을 개발했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김 총비서의 군수공장 시찰 중인 지난 17일,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은 담화를 내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총회에서 북한이 비핵화에 나서야 한다는 메시지가 나온 것을 비난하며 "우리의 핵보유국 지위는 되돌릴 수 없다"라는 강경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어 미국 주도의 다국적 군사훈련을 자신들에 대한 군사적 위협으로 규정하며 대응 가능성을 경고했다.

김 부장은 지난 19일에도 IAEA가 북한의 핵활동에 관여할 권한이 없다면서 "미국을 비롯한 적대세력들의 핵위협과 핵 전파 행위를 묵인하면서 우리더러 핵을 포기하라고 하는 것은 곧 우리의 존립과 생존권을 포기하라는 것"이라고 재차 반발했다.

북한은 지난 16일에는 국방성 대변인 담화로 한미의 대량살상무기대응위원회(CWMDC) 개최에 반발, 이 회의의 개최 자체가 자신들의 법(핵무력정책법)에 명시된 '핵무기 사용 조건' 중 하나일 수 있다면서 핵무기 공격 위협까지 가한 바 있다.

이러한 공세적이고 위협적 담화와 군사 활동은 북한이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전혀 '평화의 장'으로 인식하지 않음을 시사한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장면.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국가성' 제고하며 한미의 '대북 방정식' 근본 변화 추구하는 北

북한의 이 같은 태세 전환은 2023년 말 '남북 두 국가' 선언 이후 북한이 자신들의 입지를 국제사회의 '정상국가'로 강화하려는 전략과 연결이 된 것으로 보인다.

두 국가 선언 이후 부각되는 북한의 행보의 특징은 '과거의 방식'을 버리는 것이다. 북한은 2018년 방식의 비핵화 협상과, 과거 남북 평화 시대 때의 교류·협력 및 대화 방식을 전면 거부하면서 이제 한미가 북한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모든 것이 '새로운 기준'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비정치적인' 국제 스포츠 대회 참가도 이제 과거처럼 '평화·대화'와 상관없이 이뤄지는 것임을 부각하기 위해 최근 일련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동시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화 제의를 당장 받아들이지는 않으면서도, 미국의 대화 의지를 확인한 만큼 향후 열릴 수 있는 협상의 양상을 '비핵화'가 아닌 '핵보유국 북한'을 상대하는 쪽으로 바꾸기 위한 나름의 전략적 외교 포석도 두는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의 이번 미사일 도발이 아시안게임은 물론, 오는 22일 개막하는 유엔총회를 앞두고 단행됐다는 것은 북한의 이러한 전략적 의도를 보여 준다는 평가다. 유엔이 국제사회의 비핵화 논의의 장이라는 점에서 '말보다 행동'으로 '비핵화 불가' 입장을 재차 부각했다는 것이다.

북한은 오는 24일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지켜본 뒤, 28일쯤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 연설로 자신들의 입장을 재차 국제사회에 밝힐 예정이다. 이를 전후로 다시 한번 고강도 군사 도발로 메시지 부각 효과를 노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