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北의 '정부 재산 침해' 첫 인정…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는?

'연락사무소 폭파' 北에 배상 판결…다른 정부 자산 소송의 '선례'
정부, 강제집행·항소 등 검토 안 해…"대화 협력 통한 해결 기대"

경기 파주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북한 기정동 마을의 인공기와 남한 대성동 마을의 태극기가 나란히 펄럭이고 있다. 2023.6.15 ⓒ 뉴스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장시온 기자 = 정부가 북한을 상대로 제기한 첫 손해배상 소송에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한 북한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을 근거로 북한이 철거한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 등 다른 정부 자산에 대해서도 법적 대응이 이어질지 17일 주목된다.

북한이 이번 재판 결과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없다. 다만 남북 관계의 '평화적 관리'를 중시하는 이재명 정부는 북한의 해외자산 압류 등 배상 이행을 강제하는 조치를 검토하진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미·남북 대화와 관계 복원을 강조하는 정책 기조 속에서 북한이 무단 철거한 다른 정부 자산 관련 추가 소송에도 나서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6부(부장판사 김형철)는 지난 16일 대한민국 정부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북한이 약 446억 2641만 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정부가 청구한 금액을 전액 받아들인 것이다.

배상액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와 개보수 비용 약 101억 7000만 원, 폭파 당시 함께 훼손된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 약 344억 5000만 원을 합한 금액이다. 재판부는 폭파 당일인 2020년 6월 16일부터 2025년 2월 7일까지는 연 5%,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지연손해금도 지급하라고 했다.

정부가 북한 당국을 상대로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도, 승소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의 연락사무소 폭파를 우리 정부의 재산권을 침해한 불법행위로 보고 민사상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는 의미가 있다는 점에서 향후 남북 대화 국면 때 하나의 의제가 될 수도 있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연락사무소 폭파 3년째인 지난 2023년 6월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완성을 막고 국가채권을 보전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 통일부는 이번 승소로 국가채권 보전이라는 소송의 주된 목적이 달성됐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재판부가 청구액의 전부를 받아들인 만큼 항소하지 않겠다는 방침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정해진 기간 내 항소하지 않으면 1심 판결은 확정된다. 판결이 확정되면 배상 원금 채권에는 확정 시점부터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된다.

이번 소송에 포함되지 않은 북한의 무단 철거 정부 자산에는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도 있다. 이는 남북이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를 위해 금강산관광지구에 지난 2007년 세운 건물이다. 하지만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2019년 "너절한 남측 시설을 싹 들어내라"라고 지시한 데 따라 최근 철거 동향이 수시로 확인되고 있다. 통일부는 지난해 2월 북한의 면회소 철거 동향을 공개하면서 이를 우리 국유재산에 대한 침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번 판결은 향후 면회소 철거 등 북한의 무단 철거 정부 자산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이 제기될 경우 선례가 될 수 있다. 단 개성공단의 설비 일부나 금강산의 현대아산의 자산 등 민간 자산의 경우엔 이번 판결과 다른 논리가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통일부는 판결 직후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며 필요한 조치를 검토해 나가겠다"면서도 "남북 대화가 재개돼 모든 남북 간 문제가 대화와 협력을 통해 해결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정부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대화와 협력을 함께 강조한 것은, 북한의 법적 책임을 확인하고 국가채권을 보전하되 이를 추가적인 법적 공방으로 확장하진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다만 정권 교체 등으로 정부의 기조가 바뀔 경우 이번 재판 결과를 참고로 북한을 상대로 한 정부의 소송이 확대될 수도 있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