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과 밀착하면 우리도 NATO와 더 밀착"…한국이 러시아에 보낼 메시지

"'반러' 노선 지양하면서도 전략적 위기관리 공간 확보해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왼쪽)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한국이 러시아에 북한과의 군사적 밀착 수준에 따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와의 협력 강도를 조율할 수 있다는 전략적 메시지를 발신할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이를 통해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을 견제하면서 '위기관리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연담린 한국국방연구원(KIDA) 선임연구원은 27일 '한국-나토 협력과 대러시아 함의' 연구보고서에서 이같이 제언했다.

연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현대 국제 안보 질서는 전통적인 '군사동맹' 패러다임에서 방위산업·첨단기술·정보·사이버·공급망이 다차원적으로 연계되는 '안보 네트워크'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

이는 한 국가의 안보 경쟁력이 더 이상 전통적인 병력이나 자산 배치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군사·기술·산업적 이점을 창출하는 네트워크 동원력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최근 나토가 '집단적 영토 방위'라는 기존의 틀에 갇히지 않고,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로 구성된 인도·태평양 파트너국(IP4)들과의 협력을 늘리는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북한 역시 2024년 북러 조약을 맺은 이후 러시아와 군사기술 분야에서의 안보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다. 하지만 첨단기술·방산·공급망을 포괄하는 한·나토 네트워크와의 결합은 러시아에 더욱 압도적인 비대칭적 안보 부담을 안겨줄 수 있다는 게 연 선임연구원의 예상이다.

실제로 러시아는 이 같은 협력 확대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은 지난 7월 한국과 나토의 안보 협력 강화를 두고 "나토의 군사력 확장에 가담하는 것"이라며 이석배 주러시아대사에게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북한도 이달 초 조선중앙통신 논평에서 나토가 연료 저장과 분배 인프라 현대화를 위해 45조 원 규모로 진행하는 나토 '연료 공급망 역량 프로그램 계획'을 비난했다. 나토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도 전쟁 물자를 비축하겠다는 구상이라는 게 북한의 관점이다.

"韓, '반러' 노선 지양하면서도…북러 밀착에 따른 전략적 메시지 필요"

연 선임연구원은 특히 러시아가 민감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엔 △한·나토 협력의 고착화 전 '레드라인' 설정 △한·나토 협력에 대응한 북한과의 밀착 △한국의 반(反)러시아 전략 블록 편입 제한 △공개적 비판을 통한 향후 대응의 정당성 확보 등 4가지 전략적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연 선임연구원은 "러시아는 현실적으로 한국과 나토의 협력을 막을 순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양측의 협력 심화가 한반도 정세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며 "러시아의 입장에선 서울과 유럽, 대서양의 안보 체제 사이에 일정 수준의 정치적, 경제적 거리가 유지되는 게 전략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런 맥락에서 연 선임연구원은 한국이 국가 안보 강화 차원에서 나토와의 협력을 심화할 필요와 자유는 있지만, 대외적으로는 그 협력의 이유나 강도를 무조건적인 러시아 견제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북러 밀착 등 변화하는 위협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를 위한 한 방법으로 연 선임연구원은 한국이 나토 회원국인 미국과의 동맹을 인공지능(AI), 양자 기술, 반도체 등을 통합한 '기술 기반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시켜 '안보 소비국'으로서의 한국의 이미지를 탈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 선임연구원은 "한국은 대(對)러시아 전략의 핵심을 모스크바와 평양으로부터의 위협 억제에만 두면 안 된다"라며 "러시아의 대북 지렛대를 활용해 러시아를 전략적 파트너로 전환, 북한을 견제하고 우리의 전략적 공간을 확대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