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러브콜' 트럼프 진의 불확실한데…묘하게 부담 커지는 韓

북미 접촉 유의미한 동향 아직…"트럼프, 중간선거용 회담 추진" 분석도
비핵화 의제 상실·'韓 패싱' 등 부담 쌓이는 한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 AFP=뉴스1

(서울=뉴스1) 한상희 윤주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에게 또 '러브콜'을 보냈다. 공개적으로 확인된 북미 당국 간 접촉도, 한미 간 구체적인 대북 협상 로드맵도 없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제의만 이어지는 듯한 상황에서, 정부도 모든 정보망을 동원해 북미 협상의 추이를 주목하고 있다.

불확실한 북미 '대화' 국면에서 본격적으로 이 상황에 개입하지 못하는듯한 한국의 부담은 점차 커지는 모양새다. 북미 대화에서 '패싱'되지 않도록 외교적 역량을 발휘해야 함과 동시에, 미국이 '북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포기하지 않도록 유도해야 한다. 여기에 대미 투자와 중동 문제로 쌓인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까지 관리해야 하는 쉽지 않은 입장에 놓였다는 분석이 25일 제기된다.

중간선거 앞둔 트럼프, 지지율 33%로 고전…'김정은 카드'로 돌파구 모색?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김 총비서와 함께 찍은 사진 3장을 잇달아 올렸다.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 때의 사진 한 장과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진행된 남·북·미 정상회동 때의 사진 두 장이다. 비핵화와 제재 해제를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노딜'로 끝난 2019년 2월 하노이 정상회담 때의 사진은 빠졌다. 실패한 협상은 지우고 두 정상의 친분과 정상외교의 성과만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의 대북 제스처는 지난 15일부터 이어졌다. 판문점 회동 사진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김 총비서와의 "매우 좋은 관계"를 강조하고 한미 연합연습 대폭 축소를 지시하면서 북한과 대화하고 싶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김 총비서가 자신에게 전화하는 듯한 합성 이미지를 게시하는가 하면, 연내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의 반응은 일단 냉랭한 상황이다.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은 지난 19일 담화에서 북미 정상의 '개인적 친분'은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최근 정상 간 소통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라거나 한미 연합연습의 '중단'이 아닌 '축소'는 의미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 제스처'가 북미 간 비공식 접촉 등 물밑 소통에 기반한 것이 아님을 시사한다. 그 때문에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상·하원 선거)를 의식해 북미 정상회담 카드를 꺼냈다는 관측도 있다. 큰 비판을 받는 이란과의 전쟁 장기화와 물가 상승으로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 수준(로이터·입소스 기준 33%)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과거 효과를 봤던 김 총비서와의 만남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려 한다는 것이다.

정재환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금까지의 패턴을 보면 중간선거용으로 보는 게 맞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실질적인 성과보다 이벤트를 추구하는 사고방식이 강하고, 전 세계가 주목할 이벤트를 만들어 이슈를 주도하려는 욕구가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3연임이 불가능한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 승리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외교적 유산을 남기기 위해 김 총비서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미국을 다시 강하게 한다'라는 집권 2기 기조의 성과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이를 달성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찾는 차원이라는 것이다.

북미 대화 추동해야 하지만…韓 패싱 방지·비핵화 고수·한미 관계 관리 '삼중고'

동기가 무엇이든 북한의 호응 없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제스처가 이어지는 사이 한국이 감당해야 할 부담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총비서와의 옛 사진을 올리기 직전, 미국은 이란을 세계 경제에서 고립시키기 위한 '경제적 추방 작전'(Operation Economic Outcast)을 발표했다. 이란산 석유 거래와 운송을 돕는 제3국 기업·금융기관까지 제재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9일(현지시간) 한국이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풀기 위한 미국의 지원 요청을 거절했다며 불만을 드러낸 바 있는 만큼, 이번 경제 제재를 계기로 중동 사태에 있어 미국을 지지하라는 한국에 대한 압박도 한층 커질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미 대화가 성사될 경우 한국이 협상 과정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안정적인 한미 고위급 협의 채널을 구축하기 위해 미국에 적극적인 외교를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충분한 실무협상 없이 정상 간 담판부터 추진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협상의 목표와 단계별 수순, 양측이 주고받을 조치 등을 사전에 조율할 필요가 있다는 차원에서다.

정재환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행동은 한국을 향해 '내가 끼워주지 않으면 너희는 앉을 자리도 없다'는 식의 압박으로도 보인다"라며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협상에 참여할 공간을 주지 않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북미 협상 과정에서 비핵화 목표와 제재 원칙이 후순위로 밀리거나 사라지는 일을 막는 일도 만만치 않은 과제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시적인 성과를 서두를 경우 북한의 핵·미사일 동결과 일부 제재 완화를 맞바꾸는 '스몰딜' 단계에서 회담이 멈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을 막기 위해 대미 투자와 쿠팡 문제를 빠르게 해소하는 등 미국이 원하는 현안 해결을 통해 한미 당국이 '원활한 소통'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핵 문제와 별개로 한미 관계의 고리를 풀어야 한다"며 "3500억 달러 대미 투자의 첫 프로젝트와 호르무즈 해협 기여, 이란 제재 동참 등 현안을 차근차근 해결해 한미 관계부터 풀어야 북미 회담 때도 한국의 기본 입장을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