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KEDO 경수로 부지도 재개발…'비핵화' 흔적 지우기

제네바 합의 따라 90년대 중반에 조성하다 2006년 사업 중단
개성·금강산 이어 南 흔적 없애기 차원도

함경남도 금호지구의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부지에 건설 중 중단된 경수로 2호기 모습. (KEDO 홈페이지 캡쳐) 2021.2.1 ⓒ 뉴스1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북한이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의 상징인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경수로 사업 부지를 철거하고 재개발하는 동향이 나타났다. 경수로가 북한의 핵능력 중단 등 비핵화를 위해 건설이 추진됐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핵능력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는 북한이 '비핵화'의 흔적을 지우는 것이라는 해석이 25일 나온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는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북한이 함경남도 금호지구에 있는 KEDO 경수로 사업 관련 주거단지의 건물들을 철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단지는 과거 KEDO가 북한에 경수로 2기를 건설하면서 노동자들의 숙소로 사용하기 위해 조성됐다. 한국전력공사가 건설을 주도했으며 약 63㏊ 부지(약 63만㎡/축구장 88개 규모)에 아파트와 상점, 식당, 병원, 체육관, 종교시설 등 각종 편의시설이 들어섰다.

KEDO 사업은 1994년 미국과 북한이 체결한 제네바 합의에 따라 추진됐다. 북한이 핵시설을 동결하는 대신 미국 등이 1000㎿급 경수로 2기를 제공하는 것이 골자였다. 1995년부터 한국과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이 참여해 건설이 시작됐지만, 북한의 핵개발이 지속되면서 정세가 악화해 사업이 중단됐고 결국 2006년 공식 종료됐다.

사업 종료 이후 대부분의 시설이 장기간 방치돼 있었다. 그러나 북한은 2023년부터 본격적인 철거를 진행하며 이 부지의 재활용을 추진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NK뉴스가 분석한 플래닛랩스와 구글어스 등 위성사진을 보면 2023년 봄 주거단지 중앙의 식당이 먼저 철거됐다. 2024년에는 골프연습장과 다른 식당, 대규모 커뮤니티센터 등이 차례로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교회와 병원, 체육관을 비롯해 다층 아파트 15개 동이 철거됐다. 이후 창고와 커뮤니티센터, 아파트 12개 동이 추가로 해체됐으며 지난달에는 대형 게스트하우스도 철거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북한이 최근 개성공단과 금강산 등에서 남측이 건설한 시설을 잇달아 철거하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의 흔적은 물론 과거 남북 관계와 관련이 있는 흔적을 지우는 차원도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아직 경수로 본체 건설 현장에는 뚜렷한 변화가 포착되지 않았다. 주거단지에서 북쪽으로 약 5㎞ 떨어진 미완성 경수로 건설 현장은 최근 위성사진에서도 20여년 전과 거의 같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NK뉴스는 전했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