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트럼프 제스처에 예상 밖 '모호한 대응'…북미, 진짜 소통했나
北, 연합연습 축소 지시에 "김정은과 소통" 트럼프 행보에 직접 대응 피해
예고했던 군사 도발 자제하고 '대화 거부' 메시지 절제해 주목
- 윤주현 기자
(서울=뉴스1) 윤주현 기자 =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연합연습 축소 지시를 통한 대화 메시지에 '적극 호응'도, '전면 거부'도 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와 '소통'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북한이 보다 전향적인 미국의 태도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19일 제기된다.
북한은 이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게재한 조선중앙통신사 논평을 통해 지난 17일 개시한 한미 연합연습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를 비난했다.
논평은 "적들의 군사적 위협을 철저히 무력화하기 위한 우리의 자위적 권리 행사는 더욱 명백한 행동으로 표현될 것"이라며 표면적으로는 한미에 날을 세우고 군사적 맞대응을 시사하는 등 강경한 행보를 보였다.
그런데 논평은 한미가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연합연습을 축소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는 어떤 평가도 하지 않았다. 특히 논평이 조목조목 밝힌 한미 연합연습의 내용은 '축소' 조치 이전에 발표된 내용인 점이 특이했다. 한미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는 북한이, 마치 트럼프 대통령의 축소 지시와 이와 관련한 한미 당국의 대응 및 관련 언론 보도를 보지 못한 것처럼 논평을 냈다는 점에서다.
한미 연합연습 개시 및 축소 논란 후 나온 북한의 첫 입장이 면밀하게 구성되지 못한 것을 두고,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에 대한 입장을 아직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논평이 '대외 메시지'라기보다는, 내부적으로 조성한 연합연습에 대한 적대적 분위기를 좀 더 끌어가며 바뀐 상황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시간을 벌기 위한 의도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이런 국면에서 북한이 대외 메시지를 낼 때는 김정은 총비서의 동생이자 '대외 총괄'인 김여정 당 총무부장과 같은 고위 당국자나, 외무성 등 대외 사안에 대응하는 기관이 나서는 것이 통상적이라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이보다 발표 주체의 급과 격이 낮은 관영매체의 논평으로 '구문'(舊聞)과도 같은 입장을 낸 것이 아직 이번 상황에 대한 최종적 판단을 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 14일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 및 대북 제스처가 나오기 전 한미 연합연습을 비난할 때는 외무성 대변인을 내세운 바 있다.
북한이 예고한 무력 도발도 단행되지 않거나 톤이 조절되는 듯한 모습이다. 북한은 한미 연합연습에 대한 맞대응성 도발을 시사하면서 지난 5일과 12일 두 번의 무력 도발을 단행했지만, 관영매체를 통해 관련 내용을 선전하는 것은 자제했다. 또 12일 이후엔 한 차례의 도발도 진행하지 않고 있다.
아울러 이날 논평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김 총비서와 소통했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별도의 언급이 없었다. 북한이 '최고 존엄'으로 내세우는 김 총비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이 거짓일 경우 이를 즉각 반박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일각에선 북미 간 실제 유의미한 소통이 이뤄졌을 수도 있다고 관측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보도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 김 총비서와 만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전했다.
북한의 호응 여부와 무관하게 미국이 이런 의사를 뉴욕 채널을 통해 북한 측에 전달했으며, 북한은 이에 대한 '답'을 고심 중인 상황일 수도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공식적이지 않은 이야기'라면서 "북한이 미국의 단순 접촉에는 반응하지 않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는 받기 시작한 것으로 안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정부는 북미 간 아직 유의미한 소통이 감지되진 않았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북한이 소통 자체를 거부하는 것과, 미국 측의 제안은 받으면서 침묵을 유지하는 것은 각 상황에 따른 대화 전개 가능성을 고려하면 180도 다른 환경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북한은 내달 2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주시할 가능성이 있다. 이때 중국을 통해 입장을 전달하면서 8년 전처럼 미국과의 직접 담판으로 인한 부작용을 줄일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식으로 북미 대화를 모색할 수도 있다.
아울러 같은 기간 미국이 한층 전향적인 대북 조치를 취하도록 '묵언의 압박'을 하며 미국의 진의를 테스트하거나 운신의 폭을 넓히기 위한 전략 공간 마련에 공을 들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gerra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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