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화'된 공장서도 '정량 준수' 안되는 北…여전히 낙후한 현실
노동신문, 김정은 현지지도 '미화'…"0.02% 산도 차이 혀로 알았다"
'10년간 20개' 현대식 공장 건설 중인 北…현실은 품질저하·미가동
- 윤주현 기자
(서울=뉴스1) 윤주현 기자 = 북한은 지난 2024년 수립한 지방발전 정책에 따라 3년째 여러 지방에 현대식 공장을 새로 짓거나 기존의 공장을 리모델링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방공장은 대부분 경공업제품·식료품 등 '인민'의 생활과 밀접한 공장으로,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 개선을 통해 평양과 지방의 격차를 줄여보겠다는 계획으로 분석된다.
이 사업은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지시에 따라 '10년간 매년 20개 지역'에 공장 및 의료거점 등을 짓는다는 뜻으로 '지방발전 20×10 정책'으로 불린다. 문제는 지난 3년간 진행된 사업에서 '부실 사업'이나 여전히 '현대화가 어려운' 북한의 공업 수준이 여실히 드러난다는 점이다. 하지만 북한은 이를 김 총비서 개인의 '신출귀몰한 능력'으로 극복하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4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해 12월 준공된 평양 강동군식료공장을 찾은 김 총비서의 일화를 소개했다.
신문에 따르면 김 총비서는 공장의 음료 생산실을 직접 방문해 '귤향단물'(귤 주스)의 완성품을 직접 시음했다. 그는 병에 담긴 음료들을 유심히 살펴본 뒤 각 병에 담긴 음료의 높이가 다른 점을 발견하고 이를 시정할 것을 지시했다.
신문은 이같은 오류를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는데 오로지 김 총비서만이 이를 알아봤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천만 인민을 사랑의 한품에 따뜻하게 품어 안고 최상의 것을 안겨주려 심혈을 기울이는 그이께서만 대번에 알아볼 수 있는 차이"라며 김 총비서의 '초능력'을 선전했다.
이어 식료품공장의 된장·간장 포장실을 방문한 김 총비서는 간장과 된장을 직접 맛봤다고 한다. 김 총비서는 된장에서 시큼한 맛이 난다며 제품이 항상 동일한 맛을 유지할 수 있도록 품질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신문은 "실제 측정 결과 된장의 산도가 정상보다 0.02% 초과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특히 "이 공장에서 생산한 된장을 맛보았지만 시큼한 맛을 가려낸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라며 이 역시 김 총비서의 '초능력'으로 발견해 시정할 수 있었던 오류라고 선전했다.
이러한 일화는 인민을 위한 현장을 꼼꼼하게 직접 챙기는 김 총비서의 '애민주의'를 부각하기 위해 상당 부분 각색된 내용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최고지도자에 대한 과도한 선전의 결과는 역설적으로 현대화의 상징으로 지은 새 공장이 음료의 정량을 지키지 못하고, 된장의 일정한 품질 관리가 어려운 설비로 가동 중임을 드러낸 것이 된다.
북한은 새 공장이 지어질 때마다 이를 성대하게 기념하고 현대화된 내·외부 모습을 대대적으로 선전해 왔다. 하지만 공장의 공정 수준은 아직 북한 당국이 의도한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으로 병 음료 생산 공정은 회전식 충전기를 이용해 빈 병에 일정량의 음료를 채운 뒤 감지 장치가 충전 높이를 다시 측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정량을 채우지 못했거나 정량을 넘친 불량품은 즉시 배출된다. 북한은 아직 이런 설비를 도입하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일부 지방 공장은 공장을 짓고 난 뒤에도 만성적 원자재 및 전력 부족으로 인한 생산 차질, 제품 품질 저하를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몇몇 공장들은 위성 분석 등을 통해 미가동 상태로 사실상 방치됐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북한은 올해도 '지방발전 20×10 정책'에 따라 20개 시·군 공장 등의 착공 소식을 공개하며 지방발전 정책 이행의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북한은 현대식 공장과 더불어 의료거점과 우리의 복합쇼핑몰과 유사한 종합봉사소도 건설해 지방 주민들의 생활 수준을 여러 방면에서 향상한다는 계획이다.
gerra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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