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투쟁 강도 높여라"…北, 박희철 숙청 후 '고강도 검열' 지속
노동신문 '준법 기풍' 강조 특집 기사 게재해 눈길
대규모 비리 이후 통제 강화하는 北…사회 전반으로 확대
- 윤주현 기자
(서울=뉴스1) 윤주현 기자 = 북한이 최근 '준법 기풍' 확립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모든 조직에서 '법적 투쟁'의 강도를 높이고, 일꾼들이 준법정신을 갖출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최근 군 고위 간부의 '조직적 비리 사건'이 드러난 이후 북한이 내부의 법적 통제를 강화하고, 군을 넘어 사회 전반을 대상으로 고강도 검열 및 통제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29일 나온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신문 3면의 대부분을 할애해 '준법 기풍을 세우는 것은 일치한 행동 통일 실현의 담보다'라는 제목의 특집 기사를 게재했다.
신문은 준법 분위기 확립을 위해 모든 기관이 '법무해설사업'을 실속있게 진행할 것을 요구했다. 법무해설사업은 북한이 각 기관, 기업소, 단체 단위의 구성원들에게 국가 법규와 규정을 해설·선전하고 위법 현상을 단속하는 것으로, 전국적으로 통제 분위기를 강화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신문은 "사업을 조직 전개하는 데 필수적인 법규들, 일상생활에서 지켜야 할 법 규범들의 내용과 그것을 어겼을 경우 어떤 법적 제재를 받게 된다는 것을 똑똑히 알게 해야 한다"며 위법 행위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전 사회적으로 법을 엄격히 준수하는 강한 기강을 세우는 문제는 교양사업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사상 투쟁과 함께 엄격하고 강도 높은 법적 통제, 법적 투쟁이 뒷받침돼야 사람들이 법을 존엄있게 대하고 자각적으로 지키게 된다"며 고강도 법적 통제가 사회 질서 수립에 필수적 요소라고 주장했다.
노동신문이 이날 공개적으로 "법적 투쟁의 강도를 높여야 한다"라고 강조한 것은 최근 발생한 대규모 비리 사건 이후 내부 기강 다잡기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앞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 11일 당·정·군 연합회의를 열고 박희철 전 인민군 총정치국 조직부국장의 비리 사실을 대대적으로 공개하고 사건 관련자들을 처벌했다.
신문에 따르면 박 전 부국장은 군대 내에 매관매직과 정치협잡 행위를 조장하고, '심복과 아첨꾼'들을 주요 직제에 배치해 국가자금과 물자, 살림집을 빼돌려 방탕하게 탕진해 당의 '유일적 영군체계' 확립을 방해했다. 박 전 부국장은 총정치국에서 조직과 인사를 관할한 핵심 간부로, 군 핵심 정치기관 소속 고위 간부의 처벌 사실이 대대적으로 밝혀진 것은 이례적이다.
김정은 총비서는 연합회의에서 "우리 당이 세도와 관료주의, 부정부패와의 전면전쟁을 선포하고 투쟁 강도를 높이는 때에 특대형 부패 사건이 발생했다는 데 문제의 엄중성이 있다"며 대규모 사정 작업을 예고하기도 했다.
박 전 부국장의 사건이 처음 외부에 알려진 것은 지난 6월이나, 북한이 이미 그 전부터 관련 조사를 실시했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북한 내부에서 수개월째 고강도 사정 및 통제 조치가 이어지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노동당 조직지도부와 규율조사부는 지난 5월 말부터 국방성과 총참모부·총정치국을 시작으로 각 군단과 사단 간부들을 검열하고 있다고 한다.
대규모 부정부패 사건 이후 노동신문은 지난 22일 '사심은 흑심을 낳고 흑심은 변심을 낳는다'는 기사를 통해 간부들의 '청렴결백함'을 강조했다. 특히 간부들의 사심은 '배신과 파멸로 몰아가는 독약'이라고 표현하며 부정부패를 단순한 일탈이 아닌 체제 유지 및 결속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박 전 부국장 사건 적발 이후 나오는 북한 관영매체의 메시지가 군을 특정하기보다 모든 기관, 기업소, 단체를 향해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신문은 기관, 기업소의 일꾼들이 행정·경제사업에 못지않게 '법무해설사업'을 중시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는 전국 각 조직별로 법적 통제 강화를 위한 사상사업이 진행 중임을 시사한다.
또한 국가사회생활의 모든 분야의 질서를 위해서는 엄격하고 강도 높은 법적 통제와 법적 투쟁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전체 인민들에게도 국가의 통제를 수용할 것을 주문하는 메시지로 볼 수 있다.
이날 신문은 인민과 기관의 법 준수 생활을 통제하는 '사회주의법무생활지도위원회'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는데, 앞으로 이 위원회의 기능과 권한이 강화돼 주도적으로 통제 및 단속 조치를 주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gerra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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