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텅스텐 특수'…중국 수출 규제로 '반사이익' 누려

38노스 "원화 가치 급락·텅스텐 수출 호황이 상반기 경제 규정"
외화 수입 늘었지만 환율·물가 불안 못 막아…"경제 안정으로 연결 안 돼"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5일 "당 제9차 대회 이후 인민경제 각 부문에서 증산 운동이 확산되며 공업 생산이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107% 증가했다"면서 "상원시멘트연합기업소를 비롯한 주요 생산 단위에서 계획 수행과 증산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북한 경제가 올해 상반기 원화 가치 급락에 따른 물가 상승과 텅스텐 수출 호황이라는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는 분석이 19일 나왔다. 국제 광물 가격 상승으로 외화 수입은 늘었지만 원화 약세와 인플레이션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어서 대외 수출 호조가 경제 안정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평가다.

미국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최근 분기 보고서 '북한 브리핑'에서 올해 4~6월 북한 경제를 분석하며 상반기 경제를 규정한 두 가지 핵심 현상으로 원화 가치 하락과 텅스텐 수출 급증을 꼽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시장 환율은 올해 1월 달러당 약 3만7250원 수준에서 5월 약 7만800원까지 치솟으며 약 90% 상승했다. 같은 기간 쌀과 옥수수, 휘발유, 경유 등 주요 생필품의 원화 기준 가격도 두 배 안팎으로 뛰었다.

반면 달러 기준 가격은 쌀이 ㎏당 0.41달러(약 608원)에서 0.55달러(약 815원), 연료는 1.03달러(약 1526원)에서 1.27달러(약 1882원) 수준으로 소폭 오르는 데 그쳤다. 옥수수 역시 ㎏당 0.10달러(약 148원)에서 0.13달러(약 193원)로 상승하는 데 머물렀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물가 급등의 원인이 식량이나 연료 부족이 아니라 원화 가치 하락에 따른 통화 불안정이라고 진단했다. 봄철 식량 부족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연료 가격도 곡물 가격과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설명이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8일 김일성 주석 사망 32주기를 맞아 "위대한 수령님이 염원한 지방 변혁의 새시대가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영도 아래 펼쳐지고 있다"라고 선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38노스는 원화 가치 하락의 배경으로 국가 주도의 대규모 건설·지방개발 사업과 국영부문 임금 인상에 따른 통화량 확대를 지목했다. 북한은 2023년 말부터 계획경제와 국영기업을 되살리기 위해 공공부문 명목임금을 약 10배, 일부 우선 부문에서는 최대 40~50배까지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량 증가가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원화 공급만 크게 늘어난 것이 환율과 물가를 동시에 끌어올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2009년 화폐개혁 이후 누적된 주민들의 원화 불신이 겹치면서 달러와 위안화 선호 현상이 강화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보고서는 달러 등 외화를 보유하거나 벌어들이는 상인과 돈주 계층은 실질 구매력을 대체로 유지했지만, 원화로 임금을 받는 국영기업 노동자 등은 식료품과 연료 가격 급등에 따른 실질소득 감소를 겪었다고 분석했다.

반면 대외 무역에서는 텅스텐이 수출 호조를 이끌었다. 올해 1~5월 북한의 대중국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68% 증가한 2억8700만달러(약 4253억 원)를 기록했으며, 이 가운데 텅스텐 광석 수출은 약 8800만달러(약 1304억 원)로 전체 수출의 약 3분의 1을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약 900만달러(약 133억 원)와 비교하면 10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수년간 북한의 대중국 최대 수출품이었던 가발과 인조 머리카락을 텅스텐 광석이 처음으로 앞서거나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선 것이다.

다만 수출액 증가의 대부분은 생산 확대가 아니라 국제 가격 상승에 따른 효과였다. 텅스텐 수출 물량은 약 15%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평균 수출 단가는 ㎏당 약 8달러(약 1만1856원)에서 약 70달러(약 10만3740원)로 급등했다.

월별 수출 단가는 3월과 4월에는 ㎏당 90달러(약 13만3380원)를 넘어섰다가 5월에는 약 48달러(약 7만1136원)까지 떨어지는 등 큰 변동성을 보였다. 보고서는 텅스텐 수출 수익 증가분의 약 98%가 물량 증가가 아닌 가격 상승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38노스는 중국이 2025년부터 텅스텐 제품에 대한 수출 허가제를 도입하고 2026년 들어 통제를 강화하면서 국제 가격이 급등한 것이 직접적인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텅스텐 공급량의 4분의 3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의 수출 규제로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면서 북한이 비슷한 물량을 수출하고도 훨씬 많은 수익을 올렸다는 것이다.

다만 이 같은 '텅스텐 특수'도 북한 경제 전반을 떠받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보고서는 평가했다. 텅스텐 가격 상승으로 늘어난 월평균 수출 수입은 약 1600만달러(약 237억 원)로, 월평균 약 1억9400만달러(약 2875억 원)에 달하는 대중국 수입 규모와 비교하면 제한적인 수준이다.

이에 따라 중국과의 상품 무역 적자도 전년 동기와 비교해 큰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텅스텐 수출로 외화 유입이 늘기는 했지만 북한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칠 만큼 규모가 크지 않아 원화 가치 하락을 막거나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데 거의 기여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보고서는 "원화 가치 하락과 텅스텐 수출 호황은 대체로 서로 독립적인 현상"이라며 "광물 수출 호황은 외환시장을 안정시킬 만큼 크지 않았고, 원화 약세나 물가 상승을 완화하는 데도 거의 기여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원화의 향방은 북한 당국이 건설과 지방개발 등 우선 사업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유동성을 계속 공급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전망했다. 텅스텐 수출 역시 북한의 생산 경쟁력보다는 국제 원자재 가격에 좌우되는 만큼 상반기 수출 호황을 장기적인 경기 회복의 기반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