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중·러 넘어 동남아 공들인다…"글로벌 사우스 외교 강화"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사우스 대면외교 51건…베트남·라오스 비중 31%
中·러 외교 보완재로 떠오른 동남아…"동남아 활용한 대북정책 재정립"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김정은 당 총비서가 전날 또 럼 총비서와의 회담에서 "이번 방문이 두 당과 두 나라 인민의 친선의 유대를 두터이 하고 우리 당 창건 80주년을 더욱 뜻깊게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윤주현 기자 = 북한이 '글로벌 사우스'를 새로운 외교 축으로 삼아 동남아 국가들과의 밀착을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18일 제기됐다. 서방의 대대적인 제제 속 중국·러시아와 협력을 강화하는 북한이 베트남, 라오스 등 동남아 국가들과의 대면 외교 횟수를 급격히 늘리며 돌파구를 마련하는 모양새다.

18일 통일연구원이 발표한 '코로나19 이후 북한의 동남아 외교의 의미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종료(2023년 9월) 이후 북한이 대면 외교 방식으로 진행한 '글로벌 사우스 외교'는 51건으로 파악됐다.

'글로벌 사우스'는 남반구나 북반구 저위도에 위치한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의 120여 개 개발도상국과 신흥국을 일컫는 개념이다. 서방 국가 주도의 국제경제질서와는 다른 노선을 취하고, 이념적으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전략적 실리외교를 추구하는 것이 특징이다.

북한의 글로벌 사우스 외교 상대국은 지역별로는 아시아가 23건(45%)으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고, 중동·아프리카 3건(6%), 중남미 3건(6%), 기타 22건(43%)이 뒤를 이었다.

북한의 외교는 주로 베트남, 라오스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 집중된 모습을 보였다. 베트남(10건)·라오스(6건)와의 외교가 전체의 31%에 달하면서다. 아시아 국가를 상대로 한 외교 중 베트남과 라오스와의 외교의 비율은 70%에 달했다. 현재 북한은 동남아 10개국 중 7개국에서 재외 공관을 운영하고, 아세안지역포럼(ARF) 가입 등 동남아 지역에서 다자협력도 전개하고 있다.

보고서는 북한의 활발한 대아세안 외교가 과거 북한의 '비동맹 외교노선'의 연장선이라고 해석했다. 보고서는 "동남아시아 대부분의 국가는 강대국들과의 정치·외교적 마찰, 전쟁 경험 등을 바탕으로 비동맹·중립외교의 전통을 보유하고 있다"며 "북한은 이러한 역사적·정치적 유대를 적극 활용해 대내적으로는 '반제 자주화 투쟁'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대외적으로는 국가 이미지 개선과 다각적인 실리를 추구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동남아 외교가 북한의 국제적 고립을 완화하는 통로 역할도 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북한은 2024년 김성남 노동당 국제부장의 베트남·라오스 순방을 계기로 고위급 교류를 재개했고, 이후 정상외교로 관계를 발전시켰다. 지난해에는 인도네시아 외교부 장관이 12년 만에 평양을 방문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여 확대를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등 고위급 외교 채널도 복원됐다.

북한 외교 핵심 베트남·라오스…"대북 정책에 동남아 이용해야"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의 최선희 외무상이 통싸완 폼비한 라오스 외무상을 비롯한 대표단을 위해 연회를 마련한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보고서는 "북한과 베트남·라오스는 부문별 실무회담과 외교장관급 회담을 거쳐 정상외교도 진행하는 등 높은 외교적을 수준 유지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북한은 베트남과는 농업·의료·항공·국방 등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공식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유엔과 ARF 등 다자외교에서의 전략적 상호 지지와 공조도 추진 중이다. 보고서는 특히 양국이 지난해를 '조선-베트남 친선의 해'로 선포한 것과 관련해 "북한과 베트남의 관계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수준'을 과시하고 있다"라고 짚었다.

라오스와도 정상회담 및 외교장관회담 등의 고위급 교류와 당 차원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라오스도 2024년 아세안 의장국을 맡은 전후로 대북 외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보고서는 북한의 대(對) 동남아 외교 비중이 높은 이유로 아세안 국가의 중립적 다자외교 관행을 언급했다. 이들 국가의 비동맹 ·중립의 정서가 북한에 긍정적으로 작용했고, 사회주의 일당체제와 경제 발전의 필요 등 다수 공통 요인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향후 중국·러시아 협력과 더불어 베트남, 라오스 등 글로벌 사우스 외교를 병행하는 전략을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는 "북한은 2019년 북미 하노이 정상회담의 결렬 이후 불확실한 대서방 외교보다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에 글로벌 사우스 외교 확대를 결합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우리 정부도 '글로벌 사우스 외교'가 북한의 외교정책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재평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북한의 중·러 외교는 반서방 정서를 공유하며 상호 협력의 필요성이 높지만, 종속의 우려가 잠재돼 있어 보완재가 필요하다"며 " 북한의 글로벌 사우스 외교의 중심에 있는 동남아 외교가 어떤 위상과 방식으로 전개될 것인지를 면밀히 감시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아울러 북한의 동남아 외교 확대 흐름을 우리 정부가 활용해야 한다고도 봤다. 경제협력 수준에 그쳤던 우리의 동남아 외교를 '한반도 평화 공존 정책' 범위에 적극 포함해 북한의 협력을 끌어낼 수 있는 외교 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취지다.

보고서는 "대북정책과 외교정책을 상호 융합해 시너지를 추구할 필요가 있다"며 "북한이 참여하는 역내 다자협의체인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남북 협력 의제를 모색할 다자협력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gerra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