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 해임 불구 공식석상 다시 등장한 北 김재룡…숙청 아닌 '재등용 수순'
김일성 32주기 참배 참석…6월 전원회의서 해임 후에도 공식활동 지속
김정은식 인사체계, 북한식 실용주의 노선 뚜렷
- 윤주현 기자
(서울=뉴스1) 윤주현 기자 = 김일성 주석 사망 32주기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행사에서 지난달 노동당 전원회의 때 거의 모든 보직에서 해임됐던 김재룡 전 노동당 조직비서 겸 조직지도부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북한 최고지도부가 총출동하는 김 주석 추모 행사에 김 전 비서가 정상적으로 참석하면서 그가 해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입지를 상실하지 않고 즉각 특정 보직에 재기용된 것으로 9일 분석된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김 주석의 기일인 지난 8일 0시 당·정·군의 고위 간부들과 함께 평양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아 참배했다. 금수산태양궁전은 북한의 선대 지도자인 김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신이 보존·안치된 곳으로, 주요 기념일에 이곳을 참배하는 것이 최도지도자 및 간부들의 관례다.
노동신문이 보도한 사진을 보면 김정은 총비서를 중심으로 조용원·정경택·김성남·조춘룡·주창일·김정관·김승두·리히용·안금철 당 비서, 박태성 내각총리 등 북한의 최고지도부가 맨 앞줄에 섰다.
김재룡 전 비서는 김여정 당 총무부장, 최선희 외무상, 노광철 국방상 등과 함께 2열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은 당의 핵심 의사결정기구인 정치국에서 상무위원 다음 자리인 위원 및 후보위원이 서는 자리로, 김 전 비서의 정치적 입지가 여전히 높은 상태임을 보여 준다.
1959년생인 김 전 비서는 김정은 시대에서 큰 부침 없이 계속 핵심 보직을 지켜온 핵심 엘리트 중 하나다. 북한의 군수 핵심 지역인 자강도에서 인정을 받아 자강도당 책임비서까지 맡은 그는 2019년 전격 내각총리로 발탁되며 큰 주목을 받았다.
이후 당 간부들의 기강 및 인사 관련 정보 수집을 총괄하는 조직지도부장, 규율 조직인 중앙검사위원장, 간부부장, 규율조사부장 등을 역임하며 '저승사자'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는 지난 2월 말 제9차 노동당 대회에서 당 조직비서 및 조직부장으로 임명돼 김 총비서의 상당한 신임을 받고 있음을 보여 줬다. 정치국 상무위원과 국무위원회 위원까지 맡으며 국회의장격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긴 '2인자' 조용원의 역할을 대신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임명 4개월 만인 지난 6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조직비서, 조직부장, 정치국 상무위원 등에서 모두 해임됐다. 북한은 전원회의에서 인민군 총정치국 조직부국장 박희철 소장의 비위 문제를 중요하게 다뤘다고 밝히면서 당 내 기강 문제를 책임지는 김 전 비서도 책임 대상이 된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임명 4개월 만에 핵심 보직을 모두 잃게 된 만큼, 일각에선 그가 회복 불가능한 '숙청' 대상이 됐을 것이라고 보기도 했다.
그런데 김 전 비서가 전원회의 직후 김정은 총비서 참석하에 개최된 5000톤급 구축함 '최현'호 취역식에 참석한 것이 확인되면서 그가 전면적 해임에도 불구하고 숙청되진 않았음이 확인됐다. 북한에서 숙청 대상이 되거나 중징계를 받은 인사는 최고지도자의 행사에 참석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의 입지에 대한 판단의 '힌트'는 북한 관영매체의 전원회의 결과 보도에서 찾을 수 있다. 노동신문은 지난달 23일 보도에서 그의 해임이 '직무 변동'으로 인한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북한 매체에서 이같은 언급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같은 보도에도 불구하고 김 전 비서가 문책성 경질 대상이 된 만큼 한동안 공개활동을 줄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가 곧바로 김 총비서의 공개활동을 수행하며 북한이 전례가 없었던 인사를 단행했음이 재차 확인됐다.
김 전 비서가 현재 어떤 보직을 맡았는지는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가 물러난 당 조직비서와 조직지도부장 자리엔 전임자인 조용원이 '복귀'하면서 당장 당 내에 빈자리가 어디인지 명확하게 파악되지 않는 상황이다.
김 총비서는 선대 지도자와 달리 집권 초 대규모 숙청 이후엔 눈에 띄는 숙청을 자제하고 있다. 대신 징계 후 재기용을 반복하며 간부들의 긴장도를 높이고, 지속적 성과를 다그치고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재룡의 사례와 같이 해임 이후 일정 기간 시간을 두고 재등용하는 방식은 김정은 체제에서 몇 차례 확인된 사례"라며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때 김재룡이 모습을 드러낸 만큼 조만간 어떤 방식으로든 다시 기용된 사실이 공식 확인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분석했다.
gerrad@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