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부패 척결' 또 꺼낸 김정은…당 조직부장 날리고 서열 2위 앉혔다

김재룡 조직지도부장 해임, 조용원 복귀…최측근을 조직사업 총책임자로
전문가 "부정부패 참을 수 없는 수준…당 중심 통치 극대화"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9기 제2차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상반기 결산을 위해 개최한 노동당 전원회의를 계기로 당 기강·감찰 라인에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군 간부의 부정부패 혐의를 공개적으로 거론한 데 이어 조직지도부 책임자를 임명 넉 달 만에 교체하면서 간부 기강 잡기에 다시 고삐를 죄는 모습이다.

23일 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0일부터 사흘간 개최한 당 중앙위원회 제9기 제2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당의 기강 문제를 책임지는 조직비서 겸 조직지도부장을 교체하는 인선을 단행했다.

지난 2월 9차 노동당 대회에서 당 조직부장 및 조직비서에 임명된 김재룡은 모든 자리에서 해임됐다. 김재룡은 당의 최고위급 의사결정기구인 정치국 상임위원회 위원에서도 해임돼 모든 자리에서 물러난 것으로 추정된다.

새 조직담당에는 조용원이 임명됐다. 김재룡의 전임자였던 조용원은 지난 2월 당 대회와 3월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우리의 국회의장 격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청와대 격인 국무위원회에서 두 번째 서열인 국무위 제1부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긴 지 약 석 달 만에 다시 당 조직사업 총책임자로 복귀하게 됐다.

노동당의 조직지도부는 당 간부 인사와 검열을 담당하는 북한 권력의 핵심 부서로, 조직비서가 관련 업무를 총괄하고 김 총비서에게 직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조직지도부장은 관련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지만, 김 총비서 집권기엔 두 자리를 보통 한 인사가 맡곤 했다.

이번 인사는 김 총비서가 집권 후 꾸준히 강조하는 당 기강 확립·부정부패 척결 기조와 연관된 것이다. 신문은 이날 인민군 총정치국 조직부국장인 박희철 소장이 부정부패 혐의가 있어 입건됐다고 밝혔는데, 북한이 전원회의 보도에서 특정 군 간부의 부정부패 혐의를 실명으로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다. 실명 언급을 통해 의도한 메시지가 있다는 해석이 뒤따른다.

군의 총정치국이 군령이 아닌 정치사업을 담당하는 조직이라는 점에서, 또 군의 조직부국장 역시 간부들의 기강 문제를 책임지는 자리라는 점에서, 이날 노동신문의 보도는 당 내 정치사업과 관련한 '중대한 문제'가 발생했다며 전국적으로 '강력한 경고'를 던지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신문은 이날 보도에서 일부 시·군 단위의 사업 과정에서도 "당의 의도와 어긋나게 드러난 편향들이 비판·총화됐다"라고 지적하며 행정에서의 문제점도 함께 거론했다.

"세도·관료주의·부정부패 척결" 외치는 김정은…오래된 관습 타파 쉽지 않다

북한은 최근 수년간 전원회의와 당 대회 등을 통해 '세도와 관료주의, 부정부패 척결'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왔다. 경제 발전과 체제 재정비 과정에서 간부 비리와 권한 남용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김 총비서 집권 전 만연했던 간부들의 부정부패 관습이 여전히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보기도 한다.

김 총비서는 지난 2020년 평양종합병원 건설 과정에서 공사 자재 유용 문제가 불거지자 관련 간부들을 공개 비판했고, 2021년에는 코로나19 유행을 '중대사건'으로 규정하며 방역 간부들을 해임했다. 이어 2022년에는 국가비상방역사령부 간부들이 의약품 공급 과정에서 직무태만했다며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비상협의회에서 공개 문책한 바 있다.

또 2024년에는 지방공업공장 건설과 수해 복구 사업 추진 과정에서 일부 지역 간부들의 무책임한 사업 태도를 문제 삼았으며, 지난해에는 당 간부들의 음주·향응 및 권한 남용 사례를 언급하며 "인민 위에 군림하는 현상"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에 '김정은의 비서실장'이라는 별명이 있는 조용원이 다시 조직비서와 조직부장으로 복귀한 것은 김 총비서가 부정부패와 기강 문제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인사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측근에게 다시 조직지도부를 맡겨 당·군·내각 전반에 대한 검열과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서라는 차원에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관료와 군부의 부정부패, 지시 불이행이 김정은이 참을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김정은 체제에서 국가 기구(최고인민회의)의 서열이나 격식 따위는 당의 필요(인사·통제)에 비해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점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며 당 중심 통치를 극대화한 조치이기도 하다"라고 분석했다.

youm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