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협상 관여한 전 美 고위관리 "北, 한미와 관계 맺는데 관심 없다"
"대북 '관여 정책'의 시간 지나가…'현실' 직시해야"
미·중·러·한·북 참여 '핵전쟁 방지 협정' 제안
- 유민주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북핵 협상 경험이 있는 조엘 위트 미국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이 북한이 과거와 완전히 바뀌었다며 북한과의 대화 및 협상 재개와 관련한 총체적 비관론을 제기했다. 위트 연구원은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 협상대표단에 참여했던 전 미국 국무부 관리이자, 북한 전문 분석 매체 38노스의 공동창립자다.
위트 연구원은 2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진행된 '2026 국제 한반도 포럼'에 화상 토론에 참여해 현재의 북한은 마지막 비핵화 협상이 있었던 2019년과 매우 다르다며 "북한은 미국이나 한국과 다시 관계를 맺는 데 거의 관심이 없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위트 연구원은 "(북한을 바꿀 수 있다고) 내가 믿었던 30년이라는 시간은 끝났다"며 "현실적인 관점에서, 북한과의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역사뿐 아니라 오늘날의 북한이 과거와 얼마나 다른지 이해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당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를 한자리에 모으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며 "김 총비서가 우리가 원하지 않는 것에 동의할 가능성이 매우 높고 한국·미국, 그리고 국제 사회와의 관계에서 북한이 뭔가 새로운 의제를 추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고 우려했다.
위트 연구원은 이날 그의 주장이 '비관론'이라는 질문에 "비관론이 아니라 현실적 문제"라며 "우리는 정말 냉철하게 상황을 살펴봐야 한다"라고 반박했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평화 공존을 추구하는 것이 가능한지' 묻는 질문에 위트 연구원은 "원론적으로는 북한, 그리고 바라건대 중국과 러시아와도 공통점을 찾을 수 있는 분야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지금으로서는 그러한 분야가 매우 제한적"이라고 말해 정부의 '평화 공존' 정책에 회의적 의견을 냈다.
위트 연구원은 "저는 30년 동안 '대북 관여' 정책을 지지해 왔다. 그리고 그 30년 동안 미국의 정책과 관여에 관한 책을 두 권 썼다"면서도 "그러나 현재 상황은 매우 다르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제안한 대북 'E·N·D 이니셔티브'에서 '비핵화'에 해당하는 'D'(denuclearization)의 세부 구상으로 확정된 핵능력 개발의 중단부터 축소, 폐기라는 절차에 대해 그는 "크게 새로운 점은 없다고 생각한다"라며 "비핵화라는 목표를 포기하지 않는 한 (그러한 구상은) 가장 훌륭한 방식일 수 있지만 오늘날에는 그런 방식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아울러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면 대화가 될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의에도 "대화가 활성화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북한이 과거 대북 관여 정책의 시간 동안 가졌던 모든 목표를 그대로 유지하며 대화에 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위트 연구원은 빠르게 취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으로 1973년 미국과 소련 간의 핵전쟁 방지 협정을 언급하며 "핵전쟁을 의도적이든, 우발적이든 피할 수 있는 능력을 선언하는 것"을 제안했다. 핵전쟁은 승리할 수 없으며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다시 선포하는 공동선언문을 만들자는 것이다.
위트 연구원은 이런 선언문은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겠지만, 여기에 미국·러시아·중국·한국이 참여한다면 북한이 동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youm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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