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자신감' 치솟은 김정은…시진핑 방북설 속 이례적 '새 핵시설' 공개

1년 반 만에 새 우라늄 농축 시설 공개
시설 위치와 공개 시점에 주목…中의 '핵보유국 묵인' 행보에도 주목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4일 "김정은 동지께서 6월 3일 새로 조업한 핵물질 생산 공장을 현지지도했다"라고 보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우라늄 농축 시설로 추정되는 새로운 '핵물질 생산공장'을 방문하고, 북한의 핵물질 생산 능력이 지난 5년간 2배 이상 늘어났다면서 '핵 자신감'을 과시했다.

북한이 '새 핵시설'을 공개한 것은 처음 있는 일로 알려졌다. 이같은 이례적 행보로 핵무력 과시에 나선 것은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설이 불거진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의 중재로 북핵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한·미의 기대와는 달리, 북한은 한·미와의 협상을 통해 핵을 버릴 뜻은 없으며, 중국 역시 북한의 핵보유국 입지를 사실상 묵인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4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전날 김 총비서가 새로 조업한 핵물질 생산공장을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다. 김 총비서는 당 중앙위원회 군수공업부, 핵무기연구소 간부들과 함께 공장 곳곳을 둘러본 뒤 "제8기(2021~2025) 당 중앙위원회의 직접적인 지도 밑에 지난 5년간의 핵무력 강화 노정을 통해 무기급 핵물질 생산 능력은 종전의 2배를 능가하는 수준에 도달했다"라고 평가했다.

이날 신문은 공장의 위치나 생산 능력을 포함한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보도된 사진을 보면 우라늄 고농축에 필요한 긴 원통형 원심분리기들이 쭉 늘어서 있어 이곳이 고농축 우라늄 생산을 위해 건설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곳이 북한의 최대 핵단지인 영변에 지난 2024~2025년에 새로 지어진 우라늄 농축 시설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1년 반 동안 핵시설 세 곳 공개…핵무력 과시하며 '비핵화'에 선 긋기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해 1월 영변으로 추정되는 핵물질 생산기지와 핵무기연구소를 현지지도하는 모습.[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북한 매체에 우라늄 농축 관련 시설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 2024년 9월 북한은 김 총비서의 '핵무기연구소와 무기급 핵물질 생산기지' 현지지도 소식을 보도하며 무기급 우라늄 제조시설을 최초로 공개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은 이곳을 평양 인근의 강선 단지 내 시설로 추정했다. 지난해 1월에도 북한 매체들은 김 총비서가 핵물질 관련 연구소와 생산기지를 둘러봤다고 전했는데, 이곳은 영변에 있는 공장으로 추정된 바 있다.

이번 보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새로 조업한 핵물질 생산공장"이라는 표현이 등장한 것이다. 새 우라늄 농축 시설이 등장했다는 것은 북한이 핵무기에 사용하기 위한 핵물질 생산을 크게 늘리고 있음을 방증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북한 내 우라늄 농축 시설 소재지로는 평안북도 영변, 남포시 강선, 평안북도 구성 등 3곳이 있는데, 이 시설들의 우라늄 농축 시설은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6월 IAEA는 영변 단지 안에 새로운 우라늄 농축 시설로 추정되는 건물이 건설되고 있다고 밝혔으며,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 역시 올해 4월 한국에서 기자들과 만나 영변에 "새로운 핵시설이 건설된 사실을 파악하고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실제 김 총비서도 이번 시찰에서 핵개발 정책의 당위성을 주장하며 앞으로도 이같은 기조를 더 강화할 것임을 예고했다.

그는 지난 2월 진행된 제9차 노동당 대회에서 '핵무력 강화' 기조가 담긴 새로운 5개년 계획을 결정했다며 "핵물질 생산 능력을 더 확대하고 그에 따라 핵무기 보유수를 계속 늘일데 대한 전략적 결정을 채택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 진행된 현지지도는 북한이 이같은 당 차원의 결정을 적극 이행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김 총비서는 또 "가장 포악무도한 적수들과의 '장기적인 대결'을 동반해야 하는 것이 우리 혁명의 특수성"이라며 핵무기를 "나라의 안전과 이익, 발전권을 믿음직하게 보장하는 기본 담보"라고 규정했다.

이같은 발언은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하고 국제사회의 비핵화 논의에 선을 긋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장기적인 대결'이라는 표현은 한·미와의 대화를 통한 비핵화 내지는 '핵 군축'에 큰 관심이 없음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전문가 "핵시설 공개, 미중 회담 겨냥한 정치적 메시지 강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2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서명식에 참석한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2026.05.20 ⓒ 로이터=뉴스1

특히 지난달 중순에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라는 목표를 언급했는데, 북한의 새 핵시설 공개는 이를 의식한 측면이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 14~15일 시진핑 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베이징에서 만난 이후 백악관은 "두 정상이 북한을 비핵화한다는 공유된 목표를 확인했다"라고 밝혔다. '

당시 중국 외교부는 "중국의 입장과 정책은 연속성과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라는 다소 모호한 표현으로 입장을 갈음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 주석의 방북설이 점차 탄력을 받고 있다. 최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정상급 외빈이 방북했을 때 사열대로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대형 구조물이 설치된 정황이 위성사진 등을 통해 포착됐고, 중국 국적기인 에어차이나의 평양 노선에 대형기가 새로 투입된 사실이 확인되면서다.

시 주석은 내달 북중우호조약 체결(7월 11일) 65주년을 맞아 방북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이 과감하게 새 핵시설을 공개한 것은 중국도 북한의 '핵보유국' 주장을 사실상 묵인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북한 입장에서는 시 주석의 방북을 계기로 중국이 '핵보유국'인 북한을 비호하고 있음을 과시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정무적 판단에 따라 김 총비서의 새 핵시설 시찰 행보가 나왔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일정이 끝난 직후인 지난달 20일 베이징에서 곧바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두 정상은 미국의 패권주의를 비판하며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을 반대했는데, 이는 북한의 입장에서는 '두 대국'이 자신들을 돕고 있다는 정세 판단이 가능한 대목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이 여전히 비핵화를 이야기하고 미·중 정상회담에서 관련 의제가 논의된 흐름 속에서 북한이 새 핵시설을 공개한 것은 국제사회에 '비핵화를 운운하지 말라'는 정치적 메시지를 내기 위한 의도가 가장 크다"라고 짚었다.

plusyo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