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경제안보 위협' 국가 비밀 관리에 포함…보안업무 범위 정비

'경제안보 현저히 위태롭게 하는 사항' 명시…비밀 구분 기준 개편
암호자재 취급 인가 예정자·국가보안시설 출입자 필요시 신원조사

국가정보원 원훈(院訓). (국정원 제공)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정부가 변화한 안보 환경에 맞춰 비밀 등급 기준을 더욱 명확히 하고 신원조사와 보안 교육 체계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보안업무규정 일부 개정령'을 최근 공포했다. 경제안보 위협을 국가 비밀 관리 범주에 포함하며, 중앙행정기관 전반의 보안 업무 체계를 정비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27일 정부에 따르면 이번 개정령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지난 19일 대통령령으로 공포됐다. 개정령에는 △국가정보원장의 보안 업무 수행범위 정비 △비밀의 범주 및 구분 기준 명확화 △신원조사 대상 확대 △보안 업무 관련 직무교육 실시 등의 내용이 담겼다.

특히 비밀 등급 구분 기준을 보다 구체화한 점이 눈에 띈다. 개정령은 국가안전보장에 미치는 피해 위험도에 따라 비밀 등급을 나누도록 했는데, 국가안전보장에 '중대하고 명백한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경우를 Ⅰ급 비밀, '중대한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경우를 Ⅱ급 비밀로 규정했다.

Ⅰ급 비밀로 분류되는 항목으로는 △대한민국과 외교관계가 단절되거나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사항 △국가방위에 필요한 과학기술이 침탈되거나 그 개발이 현저히 어렵게 될 수 있는 사항 △국가의 방위계획·정보활동 및 경제 안보 등을 현저히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사항 등으로 구체화 됐다.

정부는 개정 이유에 대해 "안보 환경의 변화에 따라 비밀의 범주에 누설될 경우 경제안보를 현저히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사항을 명시하고, 비밀 누설에 따른 피해 위험도에 따라 비밀의 등급이 보다 명확하게 구분되도록 비밀의 구분기준을 정비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가보안시설 보호를 위한 신원조사를 강화하고, 중앙행정기관 등의 원활한 보안 업무 수행을 위해 관련 직무교육 실시 근거도 새로 마련했다. 국정원장은 필요한 경우 국정원 관련 시설에 출입하려는 사람, 국정원 관련 물품을 취급하거나 물품에 관한 계약을 수행하려는 사람에 대해 신원 조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조항을 신설했다.

또 암호자재 취급 인가 예정자, 국가보안시설 또는 보호지역에 출입하려는 사람으로서 관계 기관의 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람은 직접 국정원장에게 신원조사를 요청하도록 규정했다.

이종석 국가정보원장과 이동수 제1차장. 2025.11.4 ⓒ 뉴스1 국회사진기자단
국정원장 '전자적 방법 보안 업무' 삭제…'보안 인력 양성 지원' 새로 추가

국정원장의 보안 업무에서는 '전자적 방법에 의한 보안 업무'에서 '전자적 방법에 의한'이 삭제되고, 보안 업무 수행 인력의 양성 지원, 국가안전보장에 한정된 국가 기밀을 취급하는 인원의 보호 대책 수립 등의 업무가 새로 추가됐다.

다만 '보안 업무 수행 인력의 양성'과 관련해 "각급기관의 장은 보안 업무를 수행하는 소속 공무원 및 임직원의 직무역량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직무교육을 실시한다" 등의 조항은 1년 후인 내년 5월 20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보안업무규정은 특정 부처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훈령·예규와 달리, 대통령령 형태로 제정돼 중앙행정기관과 공공기관 전반에 공통 적용되는 국가 보안 기준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국가 비밀의 분류와 관리, 신원조사, 국가보안시설 보호, 보안 교육 등 정부 전체의 보안 체계를 통일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규범 성격이 강하며 각 기관은 이 규정을 바탕으로 자체 세부 지침을 마련해 운용하게 된다.

이번 보안업무규정 개정은 반도체·배터리·공급망 등 산업·기술 분야까지 최근 국가안보 개념이 확대되는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회 정보위원회는 지난 7일 국정원의 직무 범위에 '경제안보'를 명시하고, 사이버 안보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국정원법 개정안'을 의결한 바 있다.

그동안 재정경제부 소관 법률 등을 근거로 수행해 온 경제 안보 업무를 국정원법에 따라 이행할 수 있도록 법적 기반을 명확히 하고, 공급망 리스크와 첨단 기술 유출 등 경제·기술 영역이 국가안보 핵심 변수로 부상한 현실을 반영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youm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