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랭한 남북관계 재확인…내고향여자축구단 오늘 출국

내내 굳은 태도 보인 선수단…韓과 접촉 최소화
정부도 '과한 의미 부여' 자제…전문가 "남북 두 국가 현실 보여줘"

경기 수원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결승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과 도쿄 베르디의 경기에서 우승을 거둔 내고향 선수들과 리유일 감독이 트로피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2026.5.23 ⓒ 뉴스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챔피언스리그(AWCL) 대회 참여를 위해 지난 17일 남한을 방문했던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내고향팀)이 경기 일정을 마치고 24일 한국을 떠난다.

8년 만에 성사된 북한 선수단의 방남이 경색된 한반도 정세에 영향을 미칠지 많은 관심이 쏠렸지만, 냉랭한 남북관계가 재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고향팀은 전날인 23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진행된 AFC AWCL 결승전에서 도쿄 베르디를 1: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앞서 내고향팀은 지난 20일 준결승전에서는 수원FC위민을 2:1로 이긴 바 있다.

북한 여자축구 클럽팀이 한국에서 열린 국제대회 정상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대회 우승 상금은 100만달러(약 15억 2000만원)에 달한다.

당초 이번 대회의 준결승·결승전 개최지가 수원으로 결정되면서 북한이 한국에 선수단을 보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북한은 지난 1일 AFC 측에 경기 참여 의사를 밝힌 이후 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 땅을 밟았다.

북한 선수단이 한국을 찾아 스포츠 경기에 참석한 건 8년 만이며, 그중에서도 북한 여자축구팀이 방한한 것은 무려 12년 만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회가 단절된 남북 간 교류·협력의 물꼬를 틀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왔다. 국내 민간단체 관계자 3000여명은 '남북 공동응원단'을 꾸리기도 했다. 이들은 경기장에서 내고향팀의 이름을 부르며 환호를 보냈으며, 결승 당일 구장 주변에는 내고향팀을 환영하는 현수막을 걸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에 출전하는 북한 여자축구팀 '내고향여자축구단'이 지난 1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로 입국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5.17 ⓒ 뉴스1 임세영 기자

하지만 북한 선수단은 지난 일주일 동안 최대한 한국과의 접촉을 자제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입국 당시 선수단은 국내 취재진의 질문뿐 아니라 공항에 마중 나온 환영단의 응원에도 별다른 반응 없이 자리를 떠났다.

리유일 내고향팀 감독은 결승전 전날인 22일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한국 취재진이 "(내고향과 도쿄 베르디의 결승 경기가) 한일전 못지않게 치열할 것 같다"고 질문하자 "'한일전 못지않게'라는 게 무슨 말인가"라고 곧바로 반문하기도 했다.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 기조 속에서 남북을 한민족이 아닌 별개의 국가로 보고 있는 만큼 '한일전'이라는 단어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북한 선수단의 방남을 위한 협의 과정에서 남북 당국 간의 접촉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경기에 필요한 모든 소통을 통일부나 대한축구협회가 아닌 국제 조직인 AFC 측과만 했다고 한다.

아울러 북한 선수단이 판문점을 통해 오거나 남북 직항편을 통해 오지 않고 중국 베이징을 경유해 입국한 점, 입국 심사 과정에서 북한 여권을 제시한 점은 모두 적대적 두 국가 정책에 따라 남과 북이 별개의 국가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로 파악된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 ⓒ 뉴스1 김명섭 기자

우리 정부 역시 이번 북한 선수단의 방남에 과도한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지 않겠다는 신중한 태도를 여러 차례 드러냈다.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 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 선수들의 방남에 대해 "국제 경기의 일환으로 평가한다"며 "순수 민간 경기란 점에서 참가하는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차분하고 편안한 경기 운영이 되도록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비정치적인 스포츠 행사인 데다, 국가대표팀 차원의 대회가 아닌 클럽 대항전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 역시 경기장을 직접 방문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끝내 참석하지는 않았다. 이와 관련 정 장관은 2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스포츠 관련 주무 부처인 문체부 장관은 경기를 참관하지만, 통일부 장관은 정치적 고려를 배제한다는 차원에서 경기를 참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김보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지난 22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이번 사례는 남북 화해의 신호탄이라기보다 국제 스포츠 무대를 매개로 남과 북이 '국가 대 국가' 방식으로 제한적 접촉을 가진 현실적 단면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국제 스포츠 규범에 따라 방한하여 체제 정상성과 경기력을 과시하면서도, 민족 공동체 담론은 철저히 배제함으로써 '두 국가론' 기조를 재확인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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