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정부 첫 '통일백서'에 '남북, 사실상 두 국가' 명시해 논란(종합2보)

"남북이 사실상 두 국가로 존재하는 현실" 언급…'헌법 위반' 비판 제기
'북한인권' 291→39회, '평화' 115→613회…정책 기조 180도 전환

정동영 통일부 장관.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5.6 ⓒ 뉴스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김예슬 기자 = 이재명 정부의 첫 통일백서에 남북이 '사실상 두 국가'라는 정부의 평가가 담겨 논란이 예상된다. 북한이 지난 2023년 12월부터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것을 우리 정부가 공식 인정한 것이라는 비판도 18일 제기된다.

통일부는 이날 발간한 백서의 '한반도 평화 공존 정책 추진' 항목에서 "통일부는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관계' 주장에 대하여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적 두 국가 관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남북이 사실상 두 국가로 존재한다는 현실을 고려"하고, "남북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면서 평화롭게 공존하는 관계로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라고 덧붙였다.

백서는 이 개념에 대해 "남북 간 긴장 완화를 통해 북한이 느끼는 불신과 위협을 완화하고, '적대'를 '평화'로 전환함으로써 한반도 평화 공존을 제도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매년 발간되는 통일백서에 '평화적 두 국가론'이 명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일부는 '남북이 사실상 두 국가로 존재하는 현실'이라는 표현이 정부가 북한이 주장해 온 '두 국가론'을 수용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자 "1991년 남북이 유엔 동시가입을 통해 상호 간 국제법적 실체를 인정하고, '남북기본합의서' 채택을 통해 서로의 정치적 실체를 존중하며 특수관계임을 받아들였던 역대 정부의 입장을 계승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앞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 2023년 12월 남북관계를 동족이 아닌 '적대적 두 국가'이자 '전쟁 중인 두 교전국 관계'로 규정했다. 북한은 올해 헌법 개정을 통해 헌법에 '영토조항'을 새로 명시하고, 남북 접경지 일대에서 육로를 끊고 장벽을 건설하는 '단절화' 조치도 꾸준히 진행하는 등 '두 국가' 조치를 꾸준히 이행하고 있다.

북한의 '두 국가론' 수용 아니라지만…두 국가 '담론화' 지속

정부는 북한의 두 국가론을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사실상 두 국가론', '현실적 두 국가론'으로 볼 수 있는 '평화적 두 국가론'을 사회적 담론화하려는 시도를 꾸준히 진행해 온 것으로 평가된다.

정동영 장관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통일 지향의 평화적 두 국가'론이 정부의 입장으로 확정될 것이라고 밝혔다가 정부 내 이견이 표출되자 발언을 정정하며 "통일부의 안으로 확정될 것"이라고 말을 번복하기도 했다.

두 국가론은 대한민국 헌법 3·4조가 대한민국의 영토를 한반도 전체와 그 부속도서로 정하고, 자유민주주의적 통일을 지향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위헌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정부는 '평화적 두 국가론'이 헌법 정신을 위배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을 대화로 이끌기 위한 '현실적' 방안을 찾는 차원에서 나왔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이날 발간된 통일백서에서도 '통일을 지향하는'이라는 표현을 유지했다.

정부가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에 대응하기 위해 제기한 '평화적 남북 두 국가론'을 이재명 정부 첫 '통일백서'에 명시했다. (통일부 제공)
'북한인권' 빠지고 '평화 공존' 들어가…'北 비핵화'도 '한반도 비핵화'로

백서 전반에는 윤석열 정부가 강조했던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서술보다 남북관계 복원과 평화 공존 제도화에 방점을 찍은 정책 추진 과정 안내에 집중했다. 통일부에 대한 조직 개편을 통해 남북 대화·교류협력 기능을 복원하고, 북한주민접촉 신고제도 개선, 통일교육의 '평화·통일·민주시민교육' 전환 등을 주요 정책 변화로 담았다.

정책 기조의 전환은 단어 빈도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평화' 또는 '평화 공존'이라는 표현은 지난해 백서의 115회에서 올해 613회로 5배 이상 늘었고, '회담' 또는 '대화'도 128회에서 249회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반면 '북한인권'은 291회에서 39회로, '인권'은 410회에서 101회로 급감했다. '자유'라는 표현도 118회에서 21회로 크게 줄었다. 평화 공존을 강조하면서도 '통일' 언급은 1638회에서 1034회로 오히려 감소한 것도 특징이다.

구성 체계의 변화도 두드러진다. 지난해 백서에서 별도의 장(章)으로 다뤄졌던 '북한인권과 인도적 문제'는 올해는 '남북인권협력 추진'이라는 절(節)로 축소·재편됐다. 지난해 부록에 실렸던 '유엔 북한인권결의 채택 현황'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현황'도 삭제됐다.

부록에 게재된 남북관계 관련 주요 통계 중 가장 먼저 실렸던 '국군포로·납북자·억류자 현황'과 '이산가족 현황'은 순서가 뒤로 밀렸다.

용어 변화도 눈에 띈다. 윤석열 정부 백서에서 사용됐던 '북한 비핵화' 표현 대신 이번 백서에서는 '핵 없는 한반도'와 '한반도 비핵화'라는 말이 다시 사용됐다. '북한 비핵화'를 북한이 '일방적 비핵화'로 해석하는 것을 염두에 둔 조치로 보인다.

백서는 아울러 "전쟁과 핵 없는 한반도 실현"을 3대 목표 가운데 하나로 제시하며, 핵무기 개발의 '중단-축소-폐기'로 이어지는 이 대통령의 E·N·D(Exchange·Normalization·Denuclearization) 구상에 따른 단계적·실용적 접근을 강조했다.

9·19 군사합의도 이전 백서가 '효력 정지'를 안보 성과로 기술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9·19 군사합의 정신 복원"과 "선제적·단계적 복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북미관계 표현 역시 윤석열 정부 때 사용했던 '미북관계' 대신 '북미대화', '북미관계 정상화' 등 문재인 정부 때 사용한 표현으로 돌아갔다.

이와 함께 백서는 북한 체제를 존중하고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으며 적대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이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공존 3원칙'도 주요 정책 기조로 제시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발간사에서 "2025년 우리는 오랫동안 멈추어 있던 한반도 평화의 시계를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며 "말이 아닌 행동으로 평화를 실천하고, 남북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이웃으로 다시 마주 앉기를 희망한다"라고 밝혔다.

youm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