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왜 '정상국가'에 집착할까…'핵보유국 인정' 단계별 포석에 주목
헌법 개정부터 외교·스포츠까지…체제 '체질 개선' 나서
핵보유국 인정 위한 장기 전략일수도
- 유민주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북한이 최근 헌법 체계와 법·제도를 손보며 스스로를 '정상국가'처럼 보이기 위한 움직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는 단순한 대외 이미지 개선 차원을 넘어 체제 생존과 경제·외교·내부 통치의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전략이라는 평가가 7일 제기된다.
전날 공개된 북한의 개정 헌법에 따르면 북한은 헌법의 구조를 과거 헌법과 다르게 바꾼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국가기관과 권력 구조 관련 장과 조항의 순서를 다른 나라의 헌법과 유사한 순서로 재배치하는 등 체계 정비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우선 '사회주의 헌법'이라는 헌법의 공식 명칭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으로 바꿨다. 헌법에서 '이념성'을 최소화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실제 그간 명시되지 않았던 '영토조항'을 신설하며 이를 헌법 2조에 반영했다. 기존 2조엔 '사회주의 국가'로서의 북한의 정체성이 명시돼 있었는데, 이 조항은 삭제됐다.
또 헌법상의 국가기관 배열 순서도 사상 처음으로 '국무위원장'을 최고인민회의보다 앞서 배치하는 등 통치 구조도 보다 확실하게 일원화했다.
이와 함께 헌법의 서문에 길게 나열돼 있던 선대 지도자의 업적과 여러 조항에 명시돼 있던 '사회주의'라는 단어는 대거 삭제됐다. '제국주의 침략자들', '착취와 압박에서 해방되여', '내외 적대분자들의 파괴책동' 등과 같은 이념적 색채가 짙은 '전투적' 표현도 사라졌다.
이러한 변화는 지난 2019년 비핵화 협상의 결렬 이후 북한이 외교의 방식을 바꾸면서 꾸준히 누적된 현상이기도 하다. 비록 비핵화 협상이 성과를 거두진 못했으나, 선대 지도자들과 달리 김 총비서가 직접 나서 미국과 한국을 상대로 전방위적 외교로 '국운'을 바꾸려 했던 경험이 김 총비서에게는 '새로운 길'로 갈 수 있는 필요성과 자신감을 줬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한은 2021년 8차 노동당 대회와 2023년 12월 '남북 두 국가' 선언을 기점으로 '새로운 다극체계' 수립이라는 외교 노선을 밟고 있다. 이는 '언젠가 미국과 결판을 내야 한다'는 통상적인 관념을 깨고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들과 손잡고 미국의 '일극체계'를 무너뜨린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러시아와 강하게 밀착한 북한은, 큰 틀에서는 여전히 중국의 비호를 받으며 사회주의·공산주의 국가들과의 우호 관계를 넓히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북한에 대한 의구심을 가진 국가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 '정상국가'의 외교를 펼치면서 국가시스템 자체를 이에 맞게 바꾸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 3월 최고인민회의에서 앞으로 경찰 제도를 새로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에선 그간 군의 파생 조직인 '사회안전성'이 경찰의 역할을 맡아 왔는데, 앞으로 다른 나라들과의 '협력'이 가능한 경찰 조직을 만들겠다는 것이 김 총비서의 구상이다.
당시 김 총비서는 "경찰 제도를 수립하는 것은 국가 운영의 필수적 요구"라거나 "경찰이라는 말 자체도 나쁜 것이 아니다"라며 간부들과 인민을 설득하는 듯한 언급을 내놓기도 했는데, 이는 북한의 '정상국가화' 조치가 북한 사회에선 아직 온전히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새 헌법에서 '무상치료', '세금 없는 나라', '실업을 모르는' 등 현실과 괴리된 사회주의 무상 복지 조항이 사라지는 등 앞으로도 북한 내부의 인식의 괴리를 없애기 위한 정상국가화 조치는 강도 높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남한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대회에 참가를 확정하는 등 국제 스포츠 무대에 적극 나서고 있고, 평양과 지방에서의 '현대화' 사업을 통해 대형 도시 개발 사업을 적극 선전하는 것도 정상국가화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 개발, 삼지연관광지구 개발 등 대규모 관광지 개발에 나서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북한이 지향하는 '정상국가'라는 개념이 서구식 민주주의 국가와는 근본적 차이가 있다고 보고 있다. 북한은 핵보유라는 최대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다른 나라들과 '타협이 없는' 외교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중동 정세와 이란의 사례 등을 계기로 북한 내부에서는 핵억제력이 약화할 경우 체제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더욱 강화됐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북한의 '정상국가화'는 핵보유국 지위를 국제사회가 인정하도록 만드는 장기적 전략하에 추진되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의 정상국가화는 강력한 통제를 기반으로 한 체제 시스템의 완화나 권력기관의 탈정치화로 읽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각종 분야에서 정상국가화를 위한 법과 제도의 정비가 이뤄지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노동당의 통치를 강화하기 위한 하부기구의 역할과 형식을 보다 정교하게 정리하는 과정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전령현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초빙교수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 '북한 경찰제도 수립에 관한 소고'에서 제도 수립이 곧바로 '제도 정상화'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는 "법률에 근거한 국가 운영이 이뤄지더라도 그것이 자유민주주의 의미의 권력 분립이나 정치적 중립성을 곧바로 반영하지는 않는다"라고 짚었다.
youm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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