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깰 때마다 스포츠 꺼낸 남북…36년 체육 교류 역사
1990년 통일축구부터 2018년 평창 단일팀까지…체육이 '해빙'에 역할
'적대적 두 국가' 선언 이후 첫 방남하는 北 선수단 행보에 주목
-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북한의 여자축구 클럽팀인 '내고향여자축구단'(내고향)의 방남이 확정되면서 남북의 스포츠 교류 역사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남북 모두 과거 경색된 관계를 깨야 할 때마다 체육 교류를 하나의 방안으로 활용해 왔다는 점에서다.
1990년 남북통일축구대회를 시작으로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의 단일팀 구성,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의 첫 공동 입장,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까지 스포츠는 정치·군사적 긴장이 고조됐을 때마다 대화의 물꼬를 트는 수단으로 기능해 왔다.
남북 체육 교류의 출발점은 1990년 10월에 열린 '남북 통일축구대회'다. 남북은 그해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기간 중 개최한 남북체육장관회담에서 통일축구대회 개최에 합의하며 분단 이후 최초의 남북 체육 교류를 성사시켰다. 같은 해 10월 11일 평양의 '5월1일경기장', 23일 서울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각각 한 번씩 경기가 열렸다.
이듬해인 1991년에는 남북이 국제대회에서 처음으로 단일팀을 꾸렸다. 1991년 1~2월에 열린 남북체육회담에서 각종 국제대회에 단일팀으로 참가하기로 합의하면서다. 이에 따라 그래 4월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떄 처음으로 '코리아'라는 이름의 단일팀이 구성됐다. 탁구 스타인 현정화·홍차옥(남)과 리분희·류순복(북)은 10전 전승으로 결승에 올라 결국 단체전 우승을 차지했다. 이는 남북이 정치·군사 문제에서 쉽게 접점을 찾지 못하던 시기에도 스포츠로 '하나의 목적'을 추구해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상징적 장면이 됐다.
분단 후 첫 정상회담이 열린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남북은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개막식에서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 입장했다. 분단 후 첫 '남북 데탕트'의 시기에 스포츠 교류도 가장 활발하게 진행됐다.
2002년 부산 하계아시안게임, 2003년 아오모리 동계아시안게임·대구 유니버시아드, 2004년 아테네 하계올림픽,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도하 하계아시안게임, 2007년 창춘 동계아시안게임에서도 남북 선수단은 손을 맞잡고 함께 입장했다.
특히 2002년 9월에 열린 부산아시안게임 때는 1988년 서울올림픽에 불참하는 등 대한민국에서 열린 수많은 국제대회에 전부 불참한 북한이 사상 처음으로 대규모 선수단(18개 종목에 316명)을 보냈다. 특히 280명의 응원단을 파견하며 국제적 관심을 받기도 했다. 대회 개막 불과 석 달 전 제2연평해전으로 남북관계에 위기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스포츠 교류는 이어졌다.
경색 국면에서 스포츠가 고위급 대화의 통로가 된 사례도 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때다. 당시는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 이후 단행된 5·24 대북제재와 북한의 핵실험에 따른 개성공단 가동 중단 등으로 남북관계가 거의 단절된 상태였다. 그럼에도 북한은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당 비서, 김양건 대남담당 비서 등 '고위급 3인방'을 파견해 남북 대화를 시도했다.
2018년에 열린 평창동계올림픽은 스포츠가 남북 교류에 활용된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그해 신년사에서 '대표팀 파견'을 전격 선언하면서 풀린 남북관계는 미국까지 포함한 '비핵화 대화'로 확장돼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남북은 개회식에 한반도기를 앞세워 공동 입장했으며, 설상 종목 대표팀은 북한의 '마식령스키장'에서 합동 훈련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자아이스하키 종목에서는 올림픽 사상 첫 남북 단일팀이 구성되기도 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난 후 두 번의 남북 정상회담과 두 번의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이러한 역사 때문에 이번 내고향팀의 방남을 계기로 남북이 다시 대화의 접점을 마련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다만 전문가들의 전망은 밝지 않다.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공식화하고 대남 교류를 전면 차단한 이후 이뤄지는 첫 간접적 남북 교류지만, 북한은 이번 대회를 남북 교류의 장이 아닌 '국제대회 참가'에 의미를 두는 듯한 모습이다. 통상적으로 교류와 대화가 열릴 때 진행되던 남북 당국 간 접촉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북한 측 선수단에 대한 각종 행정적 지원 관련 소통은 전적으로 AFC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다만 북한이 내고향팀의 방남 관련 어떤 '입장'을 내놓거나, 전향적으로 남북 당국 간 협의에 임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어떠한 정치적 메시지 없이 경기 참가에만 집중할 경우, 남북 간 유의미한 소통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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